한전은 왜 적자 때만 인상론 뗄까
한전은 왜 적자 때만 인상론 뗄까
  • 김정덕 기자
  • 호수 361
  • 승인 2019.10.30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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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인상론이 불편한 까닭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온다. 한국전력도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검토 중이다. 국책연구기관에 연구용역도 맡겼다. 그런데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엔 “아니다”면서 발뺌하기 급급하다. 명확한 논리로 국민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눈치작전을 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전기요금 인상론이 불편한 까닭을 취재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틈날 때마다 전기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해왔다.[사진=뉴시스]
김종갑 한전 사장은 틈날 때마다 전기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해왔다.[사진=뉴시스]

“한전이 전기를 만들고, 소비자가 요금을 지불한다. 전기요금을 지금 충분히 내지 않으면 결국 언젠가는 누군가 내야 할 것이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11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한전 측은 14일 “사용자 부담 원칙을 말한 것이지, 전기요금 인상을 언급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사장이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엔 이견이 별로 달리지 않는다. 김 사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도 “지난해 원가 이하로 판 전기가 4조7000억원”이라면서 “전기요금에 원가를 현실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실제로 한전은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5월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전기요금체계 개편 로드맵 수립을 위해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9일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 로드맵 수립 방향’ 보고서엔 “현행 요금 수준으로 2019년에서 2023년까지 5년간 한전의 영업손실은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한전이 2022년까지 원가회수율을 100%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다음날인 10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기요금체계 개편 로드맵 수립 방향’은 개별 연구진의 견해를 정리한 자료로 연구원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면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명시된 것처럼 ‘연료비 등의 원가 변동 요인과 외부비용이 적기에 탄력적으로 반영되는 전기요금 체계 정립’을 위해 다양한 대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어떤 것도 확정된 건 없다”고 해명했다.

 

한전이 부인은 하고 있지만, 전기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방식으로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짐작하게 하는 정황들이다. 사실 전기요금을 올린다 하면 좋아할 국민은 없다. 전기요금체계를 손보는 일이 늘 쉽지 않은 것도, 한전이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을 논의하면서도 아니라고 해명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원가 산정부터 제대로

그럼에도 전기요금을 올려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올리는 게 맞다. 문제는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논리가 적절하냐는 거다. [※참고 : 물론 아직 연구용역도 끝난 상황이 아니고,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이미 공개된 보고서는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때문에 다음의 지적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첫째, 전기요금체계 개편 시기의 문제다. 한전의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6298억원ㆍ연결 기준)에 이어 2분기(-2986억원)에도 적자를 냈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을 올려 수익구조를 개선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전기요금이 인상된 시기는 한전이 영업이익 적자를 냈을 때였고, 흑자를 냈을 때는 전기요금을 인상한 적이 없다. 

둘째, 원가회수율을 높이는 방식이 설득력이 있느냐의 문제다. ‘원가’를 어떻게 따질 것인지가 관건인데,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오래전부터 발전원가 책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환경비용과 사회적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연료비가 발전원가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원전의 발전원가가 싼 것으로 인식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원가’의 개념정리에서부터 공감대가 필요하다. 

 

셋째, 원가회수율과 관련한 또다른 문제도 있다. 원가회수율을 높인다는 건 전기 수요자인 국민 부담을 높여 원가를 모두 보전해준다는 의미인데, 그게 타당하냐는 거다. 한전은 공기업이기도 하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기도 하다. 이윤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다양한 전기생산자 간 경쟁을 통해 공급받아야 한다. 원가를 보전해주는 방식이면 전기생산자 간 경쟁구도가 제대로 형성되겠냐는 거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환경비용과 사회적비용을 세금이나 부과금 형식으로 원가산정에 반영하면 어떤 에너지원이 싸고 질 좋은 발전원인지는 분명해질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전력 도매시장에서도 경쟁구조가 자리 잡는다면 연료비의 상승과 하락에 따라 한전의 영업이익이 들쭉날쭉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는 돈부터 못 나가게 막아야

넷째, 요금체계 개편만 하면 한전의 모든 문제점들이 해소되느냐다. 그렇지 않다. 한전이 스스로 개선해야 할 것들도 많아서다. 일례로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한전은 문제투성이였다. 수백억원어치의 자재들을 방치하거나 못 쓰게 만들기도 했고, 과다발주해서 자제가 남아도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5년간 송배전 전력손실에 따른 손실액은 8조원 이상이었고, 한전 출신들의 수의계약 비리들은 여전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놔두고 요금 인상만 노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체계를 개편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할 이유가 있다면 당연히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때에 따라 개편이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만 명확한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요금 인상을 주장할 수 있다. 뒤로는 요금 인상을 검토하면서도 앞에서는 ‘요금 인상은 생각도 안 했다’는 식으로 발뺌하는 것은 전기요금체계 개편의 논리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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