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한달 이용 후기
난데없이 로그아웃
“답 없다” 반응 숱해

국내 최대 규모의 OTT 서비스인 웨이브가 출범한 지 한달이 지났다. 1위 통신사와 지상파 방송3사가 뭉쳐 초창기부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웨이브를 써본 소비자 대부분은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혜택은 줄고, 불편한 점은 늘었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용자 입장에서 웨이브를 써보고 진단을 내렸다.

웨이브가 잦은 서비스 장애와 혜택 축소로 소비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웨이브가 잦은 서비스 장애와 혜택 축소로 소비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2016년 1월, 국내 OTT(Over the Top) 시장이 크게 술렁였습니다. 글로벌 OTT서비스인 넷플릭스가 한국에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넷플릭스는 구독자만 7000만명이 넘고 총 190개국에 서비스하는 ‘공룡 기업’이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이 “한국 OTT시장도 넷플릭스가 집어삼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내비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죠.

실제로 지난 3년간 넷플릭스는 무섭게 성장했습니다. 한국인 감독·배우로 촬영해 화제를 모았던 영화 ‘옥자’가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를 제작·서비스한 넷플릭스도 덩달아 입소문을 탔죠. 이후 드라마 ‘킹덤’과 예능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 등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오리지널 콘텐트들이 잇달아 인기몰이를 하면서 구독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 6월 넷플릭스 유료 구독자수는 184만명으로 전년 동기(63만명)보다 2.9배나 증가했습니다.

넷플릭스가 기세등등해지자 토종 OTT 업체들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올해 초 SK텔레콤의 ‘옥수수’와 지상파 방송3사가 만든 ‘푹(POOQ)’이 합병을 한 게 대표적이죠. 그렇게 탄생한 ‘웨이브’는 지난 9월 18일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콘텐트 제작금 3000억원을 투자해 유료 가입자 5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웨이브의 항해는 순조로운 듯합니다. 출범한 지 한달 만에 유료가입자 13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업계에선 기존 옥수수와 푹의 가입자들이 가입을 유지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웨이브가 제작해 KBS2와 동시 송출 중인 드라마 ‘조선로코 녹두전’이 선전하고 있는 것도 가입자가 늘어난 데 한몫했죠. 9월 웨이브의 월간 사용자수(MAU·한달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중복되지 않는 이용자수)가 264만명을 기록해 넷플릭스(217만명)를 앞서기도 했습니다(에이지웍스).

그런데, 웨이브를 써본 소비자들의 반응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불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10월 24일 기준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웨이브 후기 3만3117건의 평점은 평균 1.5점(5점 만점 기준)에 불과합니다. 경쟁사인 넷플릭스 평점이 4.5점이고, 아직 다운로드가 가능한 옥수수가 3.9점임을 비교해 보면 웨이브의 성적이 얼마나 나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평점이 높은 후기(5점)의 상당수는 푹 서비스 때(9월 18일 이전) 받은 것들로 확인됐습니다. 웨이브에 해당하는 후기들만 추리면 실제 평점은 지금보다 더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참고 : 웨이브는 기존 푹 앱의 후기를 그대로 이어받은 채로 구글플레이에 출시했습니다. 웨이브 앱 후기에 푹 후기가 남아 있는 이유입니다.]

평점 테러 받은 웨이브

소비자들이 웨이브에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24일 1점대 후기 200개를 조사해본 결과, ‘잦은 서비스 장애’가 84건(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더스쿠프가 실제로 9월 19일부터 10월 18일까지 하루에 1시간가량 웨이브 앱을 이용했을 때에도 그랬습니다.

영상을 시청하는 도중에도 접속이 끊기거나, 중간에 로그아웃돼 계속 로그인을 해야 하거나, 화면이 갑자기 어두워지는 등의 문제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웨이브 관계자는 “아직 서비스 초창기인지라 품질에 미흡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서비스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용자들은 이전보다 무료 콘텐트 수가 줄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66건). 특히 옥수수 이용자들은 “평소에 무료로 잘 보고 있던 드라마가 웨이브를 쓰면서부터 유료로 바뀌었다”며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그도 그럴 게 옥수수의 경우 ‘SKT 고객 전용관’을 운영하면서 특정 SK텔레콤 휴대전화 요금제(데이터 제공량 6.5GB 이상)를 쓰는 소비자에게 최신 영화와 드라마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해왔습니다. 하지만 웨이브에선 이 혜택을 받을 수 없죠. SK텔레콤의 서비스인 ‘T멤버십’으로 요금제를 할인받는 것도 마찬가지로 웨이브에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불편한 점은 또 있습니다. 소비자가 옥수수 시절 구매했던 영화는 웨이브에서 재생할 수 없습니다. 웨이브가 기존 결제했던 VOD(소장용 비디오)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같은 콘텐트를 웨이브에서 보려면 또다시 유료 결제를 해야 합니다.

더구나 옥수수 앱이 12월 이후엔 사라지니 옥수수 이용자들의 입장에선 공돈을 날리게 된 셈입니다. 이 논란은 다행히 VOD를 영구 시청할 수 있는 ‘옥수수 마이앱’을 출시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별도 앱을 설치해야 한다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볼 만한 채널 수가 줄었다(60건)’는 불만도 상당했습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3사가 합작해 만든 웨이브에는 tvN· OCN·JTBC 등 유료방송 상당수와 종합편성채널이 빠져있습니다. 유료방송과 종편의 월간 평균 시청률은 30대 기준 각각 7.0% 2.3%로 지상파(7.6%) 못지않습니다(닐슨코리아·2018년). OTT 서비스의 주요 이용층이 젊은층인 점을 생각하면 지상파만 송출하는 웨이브는 매력이 반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 선호 채널도 줄어들어

OT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웨이브의 현 상황을 두고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현재 웨이브의 이용자의 대부분은 옥수수·푹을 쭉 써오던 이들이다. 비교할 대상이 있는 만큼 신규 이용자들보다 서비스 품질에 민감하다. 잘 쓰고 있던 앱이 갑자기 서비스 장애가 늘고 혜택이 줄어들면 불만이 터지는 게 당연하다. 사실상 웨이브가 평점 테러를 받은 이유다.”

기존 고객층을 기반으로 새 판을 짠 웨이브. 하지만 이들을 외면한 듯한 운영으로 출범 초기부터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OTT 시장은 장기구독을 하는 충성고객을 늘려야 승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고객과의 씨름을 벌이고 있는 웨이브는 과연 넷플릭스를 떨쳐낼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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