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순의 易地思之

▲ MB정부 들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가 가속화되고 있다. 대기업 중심 정책의 후유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민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의 부자 1274명은 13조4454억원의 재산을 증여하고 1조5712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이 증여금액은 1995년 정부 예산(117조원)의 10%가 넘는 금액이다. 1980년 정부예산(6조4000억원)의 200%가 넘는다. 올해 정부예산(399조원)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적은 금액이지만,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크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풍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식이 많았던 과거에는 부모 재산을 모두 장남에게 넘겼다.
국가예산이 6조여원이던 1980년대 정부는 장남(지금의 대기업)에게 모든 투자(세제혜택•산업합리화•수입보호•수출지원 등)를 아끼지 않았고, 동생들(중소기업)은 배를 곯으면서도 장남의 성공을 자신의 일 인양 기뻐했다. 그렇게 부모의 뒷바라지에 힘입어서 성장을 한 장남들이 지금 동생들에게 하는 일을 살펴보자. 능률과 효율, 그리고 자금력을 바탕으로 재래시장을 없애고, 중소기업을 노예로 만들고, 빵 가게를 없애버린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 사례는 많다. 나이키는 지구환경보존을 위해 가죽제품을 하청업체로부터 조달을 받을 때 그 하청업체가 환경오염물질의 관리를 소홀히 하면 납품을 받지 않는다. 반대 사례는 더 많다.
미국의 엔론사와 월드컴의 회계부정사건, 일본의 유끼지루시회사(식품)의 사용금지원료 사용적발사건, 닛폰햄회사의 수입소고기 사용문제 등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중소•영세사업자의 영역을 상생의 가치로 보호하고, 반사회적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 국내 정부는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던 부모의 역할을 이제 다했다. 이제는 그 수혜를 받은 대기업이 나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대기업은 최근까지도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을 거듭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기업들은 감세혜택을 받고 세금을 덜 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다. 이로 인해 줄어든 세수는 2010년 한 해에만 6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줄어든 세수는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법인세 인하로 혜택을 입은 기업 중 절반 이상은 법인 소득이 500억 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이다. 그 중에서도 전체 기업의 0.01%밖에 되지 않는 재벌 대기업 42개가 입은 감세 혜택이 2조3000억원 수준이다.

게다가 어찌된 영문인지 한국은 선진국과 달리 각종 비과세 등 감면제도가 많다. 기업이 실제로 내는 세금은 명목상의 세율보다 훨씬 낮다는 얘기다. 2010년 국내 법인세 납부액 상위 5개 기업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포스코•현대모비스 순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납부한 실효세율은 각각 12%, 17%, 21%, 18%, 21%로 모두 명목상의 세율인 22%보다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던 대기업 창업주 대부분은 유명을 달리했다. 그런데 그 막대한 재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후손들은 서로 아귀다툼을 하면서 세간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 재산이 누구의 도움으로 어떻게 형성이 됐고, 이제는 그 후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금이라도 고민해야 할 시점 아닌가. 경제 민주화의 과제는 ‘재벌 개혁’과 ‘양극화 해소’다. 재벌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칭찬해 마지않을 일이지만 문제는 재벌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과 서민에까지 흘러넘친다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재벌기업이 경제력을 오•남용하고 있어서다. 재벌 2~3세들이 고민해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