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비메모리 플랜 괜찮나

지난 8일 삼성전자가 올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7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 56.2% 감소했다. 메모리반도체가 침체의 늪에 빠진 탓이 크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돌파구로 꺼내든 파운드리에서도 명쾌한 플랜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사이 파운드리 세계 1위 기업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플랜의 경과를 살펴봤다.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사진=뉴시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ㆍFoundry) 분야 세계 1위 기업 TSMC를 추격하던 삼성전자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 4월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비非메모리 분야에서 1위에 오르겠다는 육성 플랜을 야심차게 꺼냈다. 삼성전자의 강점인 메모리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약점으로 꼽히는 비메모리를 보완하겠다는 거였다. 그중에서도 주목을 받은 건 파운드리였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두 미세공정과 대규모 생산설비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비슷했기 때문이다. 

가능성도 엿보였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기술인 극자외선(EUV) 공정을 통한 7나노미터(㎚) 제품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오는 2020년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하면 TSMC와의 기술격차를 좁힐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잇따랐다. 퀄컴ㆍ엔비디아 등 세계적인 시스템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ㆍFabless)로부터 위탁생산물량도 따냈다. [※참고 : 파운드리 기술력은 반도체 회로를 얼마나 세밀하고 정확하게 그릴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나노미터 단위가 낮을수록 앞선 기술이다. TSMC가 기존에 사용했던 불화아르곤 공정은 EUV에 비해 세밀한 회로를 그리는 데 불리하다.]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끌어올렸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2018년 14.9%에서 올 1분기 19.1%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TSMC의 시장점유율은 50.8%에서 48.1%로 떨어졌다. 격차도 35.9%포인트에서 29.0%포인트로 바짝 좁혀졌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고, 두 기업의 점유율 격차는 올 2분기와 3분기 각각 31.2%포인트, 32.0%포인트로 벌어졌다. 삼성전자의 3분기 점유율이 18.5%로 주춤하는 동안 TSMC가 50.5%까지 끌어올린 결과다. TSMC가 이번 3분기에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TSMC의 발목을 잡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물론 지금 막 걸음마를 뗀 삼성전자와 TSMC를 비교하긴 이르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고 내걸었던 2030년까지도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TSMC가 삼성전자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는 점이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액을 당초 100억~110억 달러(약 11조7250억~12조8975억원)에서 140억~15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데 쓰겠다고 했던 투자액(2019~2030년 60조원ㆍ연간 5조원)보다 많다. 

TSMC의 공격적인 투자는 삼성전자가 내세운 기술력(EUV)를 위협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TSMC는 올해 EUV 장비를 대거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EUV 장비를 도입한다고 당장 개발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개발용 EUV 장비를 대량 사들였다는 건 본격적으로 양산을 준비하겠다는 시그널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TSMC의 거래선이 탄탄하다는 점도 삼성전자엔 고민거리다. 언급했듯 삼성전자가 최근 퀄컴ㆍ엔비디아 위탁생산물량을 따냈다곤 하지만 지속적인 성과로 이어질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관건은 거래선 확보”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파운드리에서 중요한 건 기술력만이 아니다. 거래선과의 상호관계도 중요하다. 그동안 유수의 팹리스들과 관계를 이어온 TSMC는 이런 면에서 강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설계한 시스템반도체가 있어서 생산실적에 도움이 되겠지만 순수 위탁물량만 보면 TSMC를 따라가긴 어려울 것이다.” 

시스템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포트폴리오가 파운드리 사업엔 되레 역효과를 줄 것이란 지적도 많다. 특히 5G 시장의 개화와 함께 통신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거란 점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에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김 연구위원은 “퀄컴이나 애플 입장에서 경쟁제품인 5G 통신칩과 모바일 앱 프로세서(AP)를 만드는 삼성전자에 모든 위탁생산을 맡기는 건 리스크”라면서 “삼성전자가 받을 수 있는 위탁생산물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메모리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 갈 길도 멀고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TSMC의 아성도 단단하다. 삼성전자의 미래 플랜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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