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경영학

기업경영에서 컴플라이언스의 본래 의미는 ‘준법遵法’이다. 하지만 오늘날엔 단순히 법을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기업윤리의 기본이자 최소한의 책임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 중엔 컴플라이언스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곳이 숱하다. 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경영학 첫번째 장을 펼쳐본다. 더스쿠프(The SCOOP)의 새 연재물이다.
 

미국에선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처벌을 감경받는다.[사진=뉴시스]
미국에선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처벌을 감경받는다.[사진=뉴시스]

# “컴플라이언스가 뭐예요?” 오랜 기간 근무한 직장을 그만두고 새 직장을 알아보던 때였다. 면접관으로 들어온 젊은 부사장은 대번에 이렇게 물었다. 필자의 이력 때문이었다. 자기소개서에 적힌 컴플라이언스 업무가 그에겐 생소하게 보였던 셈이다.

# 이런 일도 있었다. 30여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분과 인사를 나누게 됐다. 그는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었고, 필자는 “컴플라이언스 관련 일을 한다”고 답했다.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아하, 컴퓨터 관련 일을 하시는군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의 사전적 의미는 ‘준법遵法’이다. 하지만 기업경영에서 컴플라이언스를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컴플라이언스의 대상이 법규범에서 회사규범, 사회규범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에서 컴플라이언스를 법규준수ㆍ준법경영ㆍ준법감시ㆍ내부통제 등으로 번역하고 있지만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는 이유다. 컴플라이언스라는 단어 그대로 사용하는 게 더 낫다. 

컴플라이언스는 당초 금융 분야에서 시작했지만 오늘날엔 공정거래ㆍ부패방지ㆍ환경문제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컴플라이언스와 관련된 법이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나와 있는 준법감시인과 ‘상법’의 준법지원인 제도다.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준법감시인은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 자산 5000억원 이상 상장사에 적용되는 준법지원인은 2012년에 도입됐다. 준법감시인과 준법지원인 모두 회사의 내부통제기관이다. 앞선 조건에 해당하는 회사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두 제도가 도입된 지 한참 지났음에도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선 컴플라이언스가 보편화돼있다. 미국은 1977년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제정하고, 2000년대 후반부터 법 집행을 강화했다. FCPA를 위반해 수천억원의 벌금형을 받은 기업들도 숱하다.

흥미로운 건 최근 FCPA를 위반한 기업들을 벌금액 순으로 줄을 세우면 상위 10개 기업 중 8곳은 비非미국계 기업이라는 점이다. 일례로 스웨덴 통신업체 텔리아는 2017년 9억65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의 벌금형을 받아, 이전 최고 기록인 독일 전기전자업체 지멘스의 8억 달러를 갈아치웠다. 

비미국계 기업들이 높은 벌금형을 받은 데는 이유가 있다. 자신들이 FCPA에 적용받는다는 걸 몰랐다는 점과 기업 내부에 적합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기업이 효과적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수립해서 운영하고 있다면 기소 여부나 형량을 결정하는 데 있어 적극 고려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인정해 처벌을 감경해주는 것이다. 

특히 공정거래나 부패방지와 관련된 법규는 역외적용域外適用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역외적용이란 자국 영역 외에서 발생한 법률문제에 자국 국내법을 적용한다는 말이다. 현지에서 처벌을 받고 국내에서 또 처벌을 받는 이중처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독일 지멘스는 FCPA를 위반해 미국과 독일 모두에서 벌금을 낸 바 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국내법뿐 아니라 현지 법령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컴플라이언스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컴플라이언스는 기업윤리의 기본이자, 최소한의 책임이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윤리나 사회적 책임을 논할 수는 없다. 컴플라이언스 분야의 사상적 지도자라 불리는 미국의 코플란드 박사는 “진정한 컴플라이언스란 단순히 법을 지키기만 하는 수준에서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컴플라이언스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제 컴플라이언스가 경쟁력인 시대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앞으로 컴플라이언스가 무엇이냐는 질문은 나오지 말아야 한다. 
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
changandcompany@gmail.com | 더스쿠프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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