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이어 불닭볶음면까지, 건면 정말 떴나
신라면 이어 불닭볶음면까지, 건면 정말 떴나
  • 심지영 기자
  • 호수 362
  • 승인 2019.11.01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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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탕 라면 인기의 이면

최근 삼양식품이 메가 히트작인 ‘불닭볶음면’의 건면 버전을 출시했다. 농심 신라면 건면은 출시 250일 만에 5000만봉이 팔렸다. 비유탕非油湯(기름에 끓이지 않은) 라면시장이 뜬다는 기사도 쏟아진다. 하지만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비유탕 라면시장의 규모가 워낙 작은 데다, 설비를 갖추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건면시장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까지 건면으로 나왔지만 비유탕 라면 시장이 뜨기엔 장애물이 숱하다. [사진=풀무원 제공]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까지 건면으로 나왔지만 비유탕 라면 시장이 뜨기엔 장애물이 숱하다. [사진=풀무원 제공]

최근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의 건면 버전을 출시했다. ‘라이트 불닭볶음면’은 오리지널과 비교하면 칼로리는 530㎉에서 375㎉로, 매운맛은 절반(스코빌 지수 4404 SHU→2600SHU) 가까이 줄었다. 삼양식품 측은 “불닭볶음면을 즐기는 소비자가 칼로리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도록 건면 제품을 출시했다”며 “너무 매워 오리지널을 제대로 맛보지 못했던 소비자도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내 라면시장 상위 5개 브랜드 중 신라면에 이어 두번째로 나온 비유탕면 제품이다. [※ 참고: 1위 신라면(농심), 2위 진라면(오뚜기), 3위 짜파게티(농심), 4위 비빔면(팔도), 5위 불닭볶음면(삼양)·2019년 2분기 소매점 매출액 기준·FIS식품산업통계정보]. 삼양식품은 “해외 수출 여부는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건 없다”며 “라이트 불닭볶음면을 시작으로 향후 건면 라인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비유탕면을 내놓은 배경에는 ‘신라면 건면’의 선전이 있다. 농심은 지난 2월 신라면 건면을 출시했다. 유탕면에 비해 다소 심심한 맛에 소비자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결과적으로 신라면 건면은 출시 250일(2월 9일~10월 16일) 만에 누적 판매량 5000만봉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농심 측은 “평소 라면을 잘 먹지 않는 이들이나, 건강을 신경 쓰는 40~50대 소비자를 발굴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유탕 라면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농심에 따르면 건면 제품 판매량 증가에도 오리지널 신라면 판매량은 거의 감소하지 않았다. 건면 제품만 별도로 구매하는 이들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말 비유탕 라면은 뜨고 있는 걸까. 신라면, 불닭볶음면 사례를 보면 일견 타당해 보인다. 업계에서도 신라면 건면 출시로 비유탕 라면 자체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비유탕면이 라면시장에서 자리를 굳건히 잡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비유탕면 시장의 규모가 아직은 너무 작아서다. 2조원대에 이르는 라면시장에서 비유탕면의 규모는 1000억원대로, 비중은 5~6%대에 불과하다. 

신라면 건면을 제외한 다른 비유탕 라면의 매출도 신통치 않다. ‘생면식감 시리즈’를 팔고 있는 풀무원의 소매점 매출은 지난해 2분기 114억원에서 올해 2분기 55억원으로 되레 반토막이 났다. ‘포기하지 마라탕면’이 8월 오프라인 출시 한달 만에 100만봉이 팔리는 등 인기몰이에 성공했지만, 이는 마라麻辣 인기 덕분일 공산이 크다. 풀무원도 “마라 트렌드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공동 마케팅으로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비유탕면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다른 업체가 비유탕 라면시장에 눈길을 주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로 오뚜기·팔도 등 식품업체는 당분간 비유탕 라면을 출시할 계획이 없다. 오죽했으면 신라면 건면이 출시되자 비유탕 라면만 판매하는 풀무원이 농심 등 경쟁사의 참여를 환영하는 이색적인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유탕 라면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시장이 좀처럼 커지지 않았다”며 “업체들이 섣불리 나서지 않는 이유는 건면을 만들려면 완전히 다른 설비가 필요한데, 지금 (건면 시장에) 진출해 봤자 투자한 만큼 수익을 거두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 참고: 비유탕 라면의 시초는 신라면 건면이 아니다. ‘멸치 칼국수’ ‘후루룩 시리즈’ ‘둥지냉면(이상 농심)’ ‘바지락 칼국수’ ‘손칼국수(이상 삼양)’ 등 현재 시중에 나온 라면 중에도 건면으로 만든 제품이 적지 않다.] 

라면의 주요 소비자인 10대는 봉지라면보다 컵라면을 선호한다. [사진=농심 제공]
라면의 주요 소비자인 10대는 봉지라면보다 컵라면을 선호한다. [사진=농심 제공]

 비유탕 라면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이 쏟아지는 이유는 또 있다. 주요 소비자가 비유탕 라면을 찾지 않는다는 점이다. 라면의 핵심 소비층은 10~20대다. 특히 10대의 경우 조리 과정이 번거로운 봉지라면 대신 편의점에서 즉석으로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을 선호한다. ‘건강한 라면’이 팔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건강을 생각한다면 라면이 아니라 다른 걸 먹지 않겠나. 라면을 먹으며 건강을 생각하는 것이 모순이다. 게다가 유탕면에 익숙한 소비자의 입맛은 금방 바뀌지 않는다. 투자를 하려면 시장을 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

물론 앞으로 비유탕 라면의 비중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라면이 인지도를 높인 차에 또 다른 메가 브랜드인 불닭볶음면이 뛰어들어서다. 하지만 잠재된 리스크도 많다. 건면, 떴다고 말하기엔 갈 길이 멀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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