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느는데, 곳곳에서 ‘진영싸움’
국가채무 느는데, 곳곳에서 ‘진영싸움’
  • 강서구 기자
  • 호수 362
  • 승인 2019.11.0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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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와 진영의 다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의 영향으로 나라빚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재정확대 정책이 나올 때마다 정치권은 진영을 바꿔가며 싸웠다. 내로남불식의 소모성 논쟁만 계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재정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더 살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국가채무와 진영의 볼썽사나운 다툼을 취재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2023년 710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사진=뉴시스]

내년 총지출은 513조5000억원, 총수입은 482조원이다. 31조5000억원 적자다. 더 큰 문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적자폭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의 중기 재정수입·지출 전망에 따르면 재정적자는 2021년 41조2000억원, 2022년 46조1000억원, 2023년 49조5000억원으로 증가한다. 국가채무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이상 2020년 예산안 및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재정적자는 ‘빚(국가채무)’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가채무도 2022년 970조6000억원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발표한 전망치 897조8000억원보다 72조8000억원이나 많은 수치다.


■재정여력 충분한가 = 다행스러운 일은 우리나라의 재정여력이 아직은 충분하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40%에 불과하다. IMF가 제시한 적정 국가채무비율(40~60%) 범위 안에 있다. 미국(105.8%)·중국(50.5%)·독일(59.8%)·영국(86.9%) 등 주요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은 아닌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특히 적자성 채무의 증가세는 눈여겨봐야 한다. [※참고: 국가채무는 금융성 채무와 적자성 채무로 구분할 수 있다. 금융성 채무는 외화자산 등을 회수해 상환할 수 있어 국민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적자성 채무는 조세 등 국민의 부담으로 상환해야 하는 부채다.]

■역대 정부의 채무 =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2023년 국가채무 1061조3000억원 중 적자성 채무는 710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예상대로라면 사상 처음으로 적자성 채무가 700조원을 넘어서는 셈이다. 적자성 채무가 국가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57.5%에서 2023년 67.0%로 10%포인트 가까이 치솟는다. 문제는 또 있다.

정부가 발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문재인 정부의 집권기간 연평균 적자성 채무증가분은 50조4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MB정부 18조5200억원, 박근혜 정부 30조9600억원보다 훨씬 많다. 집권기간 연평균 적자성 채무증가율을 봐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10.8%로, MB정부(11.8%), 박근혜 정부(11.3%)와 큰 차이가 없다. 시장에서 적자성 채무의 증가세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합리적 논의 필요하지만… = 재정적자가 이렇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건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서다. 기재부는 “2020년 예산안은 일본 수출규제 등 경기 하방위험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경제체질 개선과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혁신성장 가속화 등을 위해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지금은 재정을 풀어 시장에 활력을 주는 게 맞다는 시각이 많다. 그렇다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늘린 재정을 어디에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하지만 정치권은 합리적으로 논쟁할 의사가 없는 듯하다. 야권은 ‘재정적자만 탓’하고 여권은 ‘재정이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반복되는 재정적자 논란 = 그렇다면 현재 야권이 집권여당이었던 박근혜 정부 때는 어땠을까. 시계추를 2015년 3월로 돌려보자. 당시 한국경제엔 D(Deflation)의 공포가 드리웠다. 13개월째 1%대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4년 12월부터 3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수출은 둔화했고, 본원통화가 몇배의 통화량으로 창출됐는지를 판단하는 지표인 통화승수도 줄었다.


그러자 정부는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내놓았다. 당연히 시장에선 적자성 채무 문제가 불거졌다. 그해 3분기 기록한 경제성장률이 1.2%를 기록하자 성장률의 70~80%가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였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당시 정부와 집권여당은 “확장적 재정정책이 수출 감소 등 대외 불안 요인을 완전히 상쇄하면서, 민간 부문 회복세와 함께 성장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확장적 재정이 아니었다면 경기가 더 나빠졌을 것이라는 의미다. 공교롭게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했던 세력이 지금의 야당이고, 적자성 재정 문제를 제기했던 세력은 현재의 여당이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은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야당이 되자 정부의 확장정 재정정책을 두고 “정책 실패를 국민 세금으로 무마하려는 방만한 예산이다”면서 날을 세우고 있다. 당시 재정 건전성을 강조했던 현재의 여당은 경기하방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적자재정과 국가채무를 두고 내로남불식 싸움만 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할 때가 아니다.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재정을 쓸 수 있는지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재정적자 문제에서 자유로운 정권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 스스로 재정운영 가이드라인을 내놓고도 지키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재정적자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재정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 것이 최선인지를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경기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확장재정 등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면서도 “정부지출이 효과를 내려면 타당성을 따져 우선순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GDP 대비 국가채무가 높다고 보긴 어렵지만 재정적자 규모가 상당하고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은 사실”이라며 “재원조달방안을 명확히 하는 등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관리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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