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사별한 40대 직장맘 재무설계 下

자녀의 결혼자금부터 노후준비까지…. 50대가 세워야 할 재무목표는 숱하다. 문제는 이를 준비할 만한 여력이 있는 50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럴 땐 재무목표를 현실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무리한 목표를 달성하려다 되레 재무상황이 악화할 수 있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의 남편과 사별한 40대 직장맘 재무설계 마지막 편이다.

실현하기 어려운 재무목표를 고집하는 건 독이 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50대를 앞둔 가장은 준비해야 할 재무적 이벤트가 많다. 가장 시급한 것은 다가오는 은퇴에 대비한 노후준비다. 다음으로는 자식의 결혼자금 등에 필요한 목돈 마련이다. 50대의 경제적 불안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문제는 불안한 마음에 비해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금융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 성인 중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48.0%에 불과했다.

남편과 사별 후 혼자 두딸을 키운 정세진(가명·49세)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내년이면 50대에 접어들지만 별다른 노후준비를 하지 못했다. 아직 결혼 전인 두딸도 있다. 물론 투자용 아파트를 갖고 있는 건 장점이지만 안심하긴 어렵다.

정씨는 두차례의 상담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불필요한 보험을 리모델링해 보험료를 월 125만원(127만원→12만원) 아끼는 데 성공했다. 의류·미용비(6만원), 통신비(6만원) 등도 줄였다. 정씨의 가계부는 월 13만원 적자에서 158만원 흑자로 탈바꿈했다.

특히 보험료를 줄이는 과정에서 발행한 보험환급금(3635만원)으로 남은 주택담보대출(2700만원)을 상환한 건 긍정적인 변화다. 주택담보대출을 갚느라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는 50대가 많아서다. 이처럼 은퇴 시점에 맞춰 빚을 갚은 건 매우 중요하다. 갚아야 할 빚이 많다면 노후준비는 더 힘들어질 게 뻔해서다.

실제로 재무상담을 하다보면 사회초년생인 20~30대보다 저축액이 적은 40~50대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원인은 십중팔구 무리하게 받은 대출에 있다. 설문조사 결과 50대의 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주택담보대출(58.6%)·임대보증금대출(10.7%) 등 주거와 관련된 대출이었다(NH투자증권 100세 연구소). 부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공적연금에만 의지해 노후를 보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씨의 최우선 재무목표는 두딸의 결혼자금 1억원(각 5000만원)을 마련하는 것이고, 그다음이 노후준비다. 그래서 필자는 중요한 원칙을 알려줬다. 첫째, 재무상담 과정에서 수립한 계획 이외에는 두딸을 위한 지출을 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정씨의 노후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투자용 아파트는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둘째, 투자는 수익보다는 안정성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수익추구형 상품은 전체 금융자산의 30% 정도로 한정하기로 했다. 그럼 158만원의 잉여자금을 이용해 정씨의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두딸의 결혼 자금의 목표액은 총 1억원에서 7000만원으로 수정했다. 금액을 현실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필자의 설득을 받아들인 결과다. 월 40만원(각 20만원)의 적금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저금리 기조에서 다른 적금으로 갈아타는 건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게다가 이미 가입해 있는 적금상품의 금리도 나쁘지 않았다. 정씨가 지난해 초 저축은행에서 가입한 적금(3년 만기)은 기본금리가 2.2%에 달했고, 우대금리를 받으면 3%대의 이자도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투자상품도 운용하기로 했다. 수익률에 따라 목표액을 빨리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인 채권형펀드(40만원)에 투자하기로 했다. 금리하락기엔 채권형펀드가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채권금리 하락으로 만기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지만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차익을 노리는 게 가능해서다.

다만, 채권의 위험도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는 것은 염두에 둬야 한다. 정씨는 연 4% 정도의 수익을 노릴 수 있는 글로벌 채권과 신용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채권형펀드에 가입해 자녀의 결혼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래도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은 비상금 통장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정씨는 기존 비상금 통장(20만원)에 15만원을 더한 35만원을 CMA에 저금하기로 했다. 비상금을 쓸 일이 없다면 1년간 모을 수 있는 420만원(35만원×12개월)을 두딸의 결혼자금으로 쟁여놓을 수 있는 셈이다.

매월 적금에 40만원, 채권형펀드에 40만원을 납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 이내에 목표금액인 7000만원을 무리없이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고 남은 보험환급금 935만원도 CMA 통장에 보관하기로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조정된 잉여자금 103만원은 정씨의 노후자금에 온전히 쓰기로 했다. 우선 기존의 대출상환 적금(20만원)과 단기적금(10만원)에 40만원을 더해 총 70만원을 적금으로 모으기로 했다. 정씨가 회사를 나오기 전까지는 적금을 유지해 안정적으로 노후자금을 만들 계획이다.

저금리 시대에 적금의 규모가 많은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필자가 언급했듯이 50대는 안정적인 자산운용이 필요한 시기다. 섣부른 투자로 손실을 보는 것은 노후를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안전하게 돈을 불리는 게 낮다는 얘기다.남은 63만원 중 30만원은 퇴직연금보험에 가입해 부족할 수 있는 공적연금을 보완하기로 했다.


정씨의 노후준비에 쓰기로 한 잉여자금 30%가량인 30만원은 투자형 상품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적금과 같은 금리형 상품만으로는 노후준비가 부족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정씨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증가할 때 주목받는 안전자산인 달러나 금투자를 원했다. 정씨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건 금이다. 투자방법은 실물 투자로 결정했다.

여기엔 정씨의 요구가 강하게 작용했다. 각종 수수료와 세금이 부과되고 운용하기도 어려운 금융상품보다는 금을 보유하는 것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월 30만원씩 모은 돈을 정기적으로 금을 매입할 예정이다. 정씨의 재무설계가 끝났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재무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엔 두딸의 결혼자금을 현실적으로 조정한 영향이 컸다. 이처럼 재무설계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좇는 게 아니다. 소득과 지출을 분석해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게 재무설계의 진짜 목적이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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