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조선업 격차

우리나라가 세계 조선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준 건 오래전 얘기다. 하지만 기술력만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앞서고 있다. 중국의 기술력이 우리를 따라올 수 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이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과 중국의 조선업 격차를 취재했다. 

중국이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하는 데 성공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이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하는 데 성공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27일, 중국이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중국 선박공업그룹(CSSC) 산하 장난창싱江南長興조선소가 2017년 프랑스 해운사 CMA CGM으로부터 수주한 2만3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LNG 추진 컨테이너선이었다.

LNG 추진 컨테이너선은 기존의 벙커C유가 아닌 LNG 연료를 사용하는 컨테이너선을 말한다. 이번에 중국이 건조한 LNG 추진 컨테이너선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이런 실적이 의미하는 바는 적지 않다. 먼저 LNG추진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국내 조선소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주력 선종이다. 높은 수준의 건조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격차도 컸다. 중국이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에 성공했다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와의 기술 격차가 좁혀졌다는 의미일 수 있다. 

자국에서 발주한 물량이 아니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 조선이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자국에서 발주하는 물량이 많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강점이자 약점이다. 업계에선 중국 조선을 두고 “해외 선주들은 중국이 건조한 배의 안정성을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실적은 기술 수준이 낮은 배나 자국에서 발주한 물량이 대부분이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번에 건조한 선박은 세계 4위의 해운사 CMA CGM이 발주한 물량이다. 중국은 최근에도 세계 7위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이 발주한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했다. 중국의 건조기술을 둘러싼 선주들의 우려와 불신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조선의 성장은 분명 우리나라 조선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기술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나라 조선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맞지만 핵심적인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가 경쟁 우위에 있는 건 설계기술, 기자재, 시스템, 강재 품질 등인데, 이는 중국이 유 럽의 설계기술과 기자재를 가져다 쓰면 좁힐 수 있는 격차다. 

하지만 중국이 쉽게 쫓아오기 어려운 분야가 있다. 오랜 시간 쌓인 건조능력과 노하우다. 중국이 설계기술과 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온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건조한 선박과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단기간에 좁힐 수 없는 격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중국보다 생산ㆍ조립기술이 뛰어난데, 이를테면 고난도 용접기술 등이다”면서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야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생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인도시기가 수차례 지연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면서 “아직 중국의 건조 능력이 부족하다는 방증인데, 인도된 이후에도 운행 중에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가지 우려스러운 건 이마저도 중국의 건조 경험이 늘어날수록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이다. 중국이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에 성공하고, 잇따라 수주실적을 쌓고 있는 걸 경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와의 격차를 좁혀서가 아니라 좁힐 수 있는 기반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와 중국의 기술 격차는 분명히 크다. 그렇다고 방심해서도 안 된다. 한발 한발 내딛고 있는 중국에 뒤집히는 건 한순간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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