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킹통장 마냥 좋을까

하루 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파킹통장’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한 데다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자를 노리고 1년 이상 돈을 예치할 고객이라면 세금도 따져야 한다. 월 복리로 이자를 주는 파킹통장보다 세금우대를 받을 수 있는 통장이 나을 수 있어서다. 저금리 시대에 파킹통장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파킹통장의 빛과 그림자를 분석했다. 

직장인 정석진(가명·32)씨는 최근 1100만원의 돈을 수령했다. ‘돈은 안 쓸수록 늘어난다’는 유행어가 인기를 끌던 2017년 가입한 적금이 최근 만기가 됐기 때문이었다. 연 2.8%의 이자를 주는 적금통장에 월 30만원씩 꾸준히 모은 결과였다. 정씨는 “3년간 받은 이자가 46만6200원에 불과했지만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목돈이 생긴 정씨는 돈을 굴릴 방법을 찾지 못했다. 호황을 누리던 반도체 산업의 위상은 이전과 달랐다. ‘핫’하다는 제약·바이오주는 높은 변동성이 우려스러웠다. 최근 터진 ‘파생결합증권(DLS) 사태’를 본 터라 파생상품에도 눈길이 가지 않았다. 다시 적금을 넣자니 저금리 기조가 발목을 잡았다.


애써 모은 돈을 활용하지 않고 쟁여두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이런 정씨의 눈에 띈 것이 ‘파킹 통장’이다. 하루만 맡겨도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데다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해 투자처를 찾기 전에 돈을 맡기기 딱이었다. 정씨는 과연 파킹 통장으로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올렸을까.[※참고: 파킹 통장의 뜻은 자동차를 주차하는 것처럼 잠시 돈을 맡겼다가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킹통장을 사용하는 이들은 저금리 시대에 이만한 대안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설득력이 없지 않은 주장이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1.25%로 떨어진 이후 2%대 적금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정기예금 금리도 마찬가지다.

은행연합회의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2~1.9%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머지않아 예금금리가 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파킹 통장이 론칭됐으니,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자 은행들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저축은행이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율을 앞세워 금융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가입기간이나 가입금액에 제한이 없어 1% 중반에서 2%대 초반의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이자지급 방식도 매월 또는 분기마다 지급으로 다양하다.

■금리적용구간의 유혹 = 이처럼 파킹통장이 뜨고 있지만 확인해야 할 점이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파킹통장을 출시한 은행마다 금리와 조건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시중은행의 파킹통장은 금리적용구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일정금액을 웃돌면 높은 금리를 제공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금리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파킹통장의 원조로 불리는 SC제일은행의 ‘SC제일 마이줌통장’을 살펴보면, 설정금액(100만원 단위)까지는 1.2%, 설정금액을 초과한 금액에는 0.7%의 금리를 제공하지만 통장 잔고가 설정금액을 밑돌면 이자가 0.1%로 곤두박질친다.


■ 통장잔액에 따라… =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통장잔액 한도 기준도 살펴봐야 한다. 1억원 이상의 잔액에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상품도 있지만 적게는 100만원 이하의 금액에만 1%대 이상의 금리가 적용되는 상품도 많다. 잔액한도에 막혀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파킹상품 중 통장잔액이 많을수록 이율이 올라가는 상품은 저축성예금(MMDA)이 있다. 하지만 서민이 사용하긴 쉽지 않다. 비교적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억 단위 이상의 돈을 맡겨야 한다.

■ 이자효과의 덫 = 시중은행에 비하면 저축은행의 파킹통장은 제약이 적은 편이다. 가입기간·가입금액 등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파킹통장을 향한 고객의 니즈가 커지면서 상품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며 “월 복리 효과가 있는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만 맡겨도 이자 ◯◯% 지급” “월 복리 효과” 등 저축은행이 강조하는 이자효과가 실효성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물론 상품에 따라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금리 효과다. 1000만원을 하루 동안 맡겼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는 548원(1000만원×2.0%÷365)에 불과하다. 5000원의 이자를 받기 위해선 족히 1억원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월 복리 효과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의 파킹통장은 비과세종합저축으로는 가입할 수 없다. 가령, 1000만원을 복리효과(월)가 있는 파킹통장(금리 연 2.0%)에 1년간 예금한다고 가정할 때 이자(세전)는 20만1844원이다. 단리이자 20만원보다 고작 1844원 많다. 저축은행이 밀고 있는 광고효과에 비해 이자가 많지 않다는 거다.


그렇다고 20만1844원이 이자 전액인 것도 아니다. 여기에 15.4%의 이자소득세를 적용하면 받을 수 있는 이자는 더 줄어든다. 월 복리 파킹통장에 1000만원을 예치했을 때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이자는 20만1844원이 아닌 17만760원이다. 그럼 파킹통장과 다른 상품을 비교하면 어떨까.

이자소득세도 따져봐야

이번엔 새마을금고·신협 등 상호저축은행에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이 금리 2.0%의 단리 정기예금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1.4%의 농어촌특별세만 내는 고객이 받는 이자는 19만7200으로 파킹통장보다 2만1940원(15.48%) 많다.

1인당 3000만원 한도라는 제약이 있지만 서민이 이용하기에 충분하다는 장점도 있다. 9.4%의 이자소득세가 적용되는 세금우대통장의 이자는 18만1000원으로 1만240원 더 받는다. 높은 이자를 노리고 1년 이상 돈을 맡길 요량이라면 파킹통장보다는 세금우대통장이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높은 이자를 노리고 파킹통장을 이용하는 고객은 일정금액 이상을 예치하려는 목적이 크다”며 “세금 등을 생각하면 파킹통장이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만 맡겨도 이자 팍팍’ 등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광고성 내용만 보고 상품을 선택하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며 “우대금리 조건·수수료 부과 여부·예치가능 금액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상품에 가입해야 실질적인 혜택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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