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vs 식약처 첫 행정소송 분석

올해 3월 불거진 인보사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명쾌하게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다. 쟁점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성분이 바뀐 걸 언제부터 알고 있었느냐다. 고의로 은폐했다면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는 물론 형사처벌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선 안 된다. 당초 시장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인보사를 허가한 식약처의 책임도 명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10월 31일 시작된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의 행정소송을 들여다봤다.  

인보사 사태의 1차 원인은 코오롱 측에 있다. 하지만 졸속심사 논란으로 사태를 방치한 건 식약처다.[사진=연합뉴스]
인보사 사태의 1차 원인은 코오롱 측에 있다. 하지만 졸속심사 논란으로 사태를 방치한 건 식약처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0월 31일, 코오롱생명과학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 소송은 올해 초 불거진 인보사 사태의 연장선상에 있다. 식약처가 지난 7월 성분 변경 논란을 빚은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한다는 행정처분을 내렸고, 여기에 반발한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의 행정처분을 무효화하기 위해 소를 제기했다. 쉽게 말하면 식약처는 인보사의 판매를 금지했고, 코오롱생명과학은 불복한 셈이었다.

인보사의 판매를 중단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보사의 성분이 변경되면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연골유래세포였어야 할 성분이 293유래세포로 바뀌었는데, 이 293유래세포가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인보사의 유통을 막아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이번 재판의 쟁점은 안전성이 아닌 ‘고의성’ 여부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성분 변경을 알면서도 은폐했는지를 따지겠다는 거다. 이번 1차 변론에서도 재판부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성분이 바뀐 걸 인지한 시점이 언제인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는 식약처가 고의성을 근거로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실제 성분과 다른 허위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했고, 이 점이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이유라는 거다. 코오롱생명과학이 품목허가 취소를 무효화하려면 식약처의 이런 주장을 뒤집어야 한다. 1차 변론에서 코오롱 측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거듭한 이유다.

식약처가 “안전성을 판단하기 이전에 세포의 성분 문제로 품목허가를 취소한 것”이라면서 “(식약처의 주장을 뒤집기 위한 근거로) 안전성을 제시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반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코오롱생명과학에든 식약처에든 중요한 변수다. 고의성이 부각되면 코오롱생명과학에 책임이 쏠리고, 식약처는 ‘면피’할 수 있다. ‘우리는 몰랐다’는 주장이 가능해서다. 일부에서 결이 다른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고의성을 부각하면 코오롱생명과학의 책임만 강조되는 측면이 있다. 상대적으로 식약처의 잘못은 잘 드러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식약처는 인보사의 안전성이 크게 문제가 없다고 인정한 바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해준 것도 식약처다. 문제는 품목허가 과정에서 졸속심사 문제가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식약처가 시원치 않은 해명만 늘어놨을 뿐 명확한 조사가 진행되진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의 인보사 심의 과정은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논란은 두가지다. 첫째는 1차 회의에서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결정이 났음에도 2차 회의가 진행된 점이다. 둘째는 2차 회의에서 심의위원들의 구성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논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약심위 1차 회의는 2017년 4월에 열렸는데, 당시 회의록을 보면 회의에 참석한 7명의 위원들 중 6명이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반대하고 1명이 찬성했다. 더구나 회사(코오롱생명과학)의 소명이 필요하느냐는 물음에도 반대표가 많았다. 설명을 더 들을 필요 없이 판매를 허가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1차 회의 결과는 묵살됐고, 두달 뒤인 6월 2차 회의가 열렸다. 심의위원은 총 14명. 그중 3명(1차 회의 심의위원)이 불참했고, 결과는 반대 4표(1명 서면 제출), 찬성 8표로 인보사 판매가 승인됐다. 이 과정에서 의혹이 더 불거진 건 2차 회의에서 새로 참가한 위원들 중 다수가 코오롱생명과학과 관련이 있다는 점, 기존의 찬성표(6표)를 뒤집을 수 있는 인원인 14명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1차 회의에서 반대했던 위원들은 2차 회의에서도 모두 반대했고, 새로 참가한 위원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식약처는 “회사의 소명이 타당해 재심의할 필요성을 느꼈고, 임상 3상을 승인했던 위원들도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참석하는 게 맞다”고 해명했다. 

식약처의 해명을 십분 받아들인다 해도 2차 회의록을 보면 의아한 부분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2차 회의에서 새로 참석한 위원이 1차 회의 결과를 전면 부정하면서 찬성표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인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묵살된 의견들이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우려들을 이미 지적한 바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들 중 가장 흔히 발생하는 이상사례인 주사부위 통증과 다리 부종은 2차 회의 당시 지적된 문제다. 

심지어 이번 사태의 핵심인 세포 성분에 관해서도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익명의 한 심의위원은 회의 당시 “연골세포를 채취해서 게놈(유전자 정보)을 분석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건 유전자치료제 품목허가 규정도 정확히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규정엔 대체 치료제가 없거나 명백하게 안전성ㆍ유효성이 개선된 경우에만 허가해야 한다고 나온다. 하지만 몇몇 위원들의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이마저도 손쉽게 통과됐다. 가령, 이런 식이었다. “‘히알루론산(다른 치료제)’이 있는데 직접 비교하진 않았지만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기능이 개선됐다.”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두려움이 많던 때에 만들어진 규정이다.” 

하지만 회의록 초반부에 인보사는 증상완화 효과가 있을 뿐 골관절염의 구조를 개선하진 못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인보사가 기존 치료제 대비 명백하게 유효성이 개선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거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심위 제도를 개선하고, 심의위원 중 이해관계자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제척하겠다”며 개선안을 설명했다.

어설픈 해명과 실효성 없는 개선안 대신 인보사 졸속허가 논란부터 명쾌하게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고의성이 밝혀진다고 해서 식약처의 책임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어야 할 인보사 사태가 일어난 건 식약처 탓이 크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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