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못펴는 국산 펫푸드

많은 국내 업체가 펫푸드 시장에 진출했지만 해외 브랜드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사진=뉴시스]
많은 국내 업체가 펫푸드 시장에 진출했지만 해외 브랜드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사진=뉴시스]

고양이 두마리의 집사인 직장인 A(29)씨는 퇴근길에 집 앞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고양이 사료를 구매하러 들렀다. 늘 온라인으로 주문했지만 미리 주문하는 걸 잊은 탓이었다. 매장을 둘러보니 사료의 종류는 고작 6개뿐이었다. 성분과 제조사를 하나하나 확인하던 A씨는 문득 국내 제품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A씨가 원래 구입하던 제품도 해외 제품이었다. 

A씨는 “아기 때부터 남들이 많이 먹이는 사료를 찾아 먹였는데 전부 미국산이었다”며 “지금은 기호성이 생겨 바꾸기 쉽지 않고, 한번 사보려고 해도 국내 제품은 어떤 게 좋은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에 반려동물 산업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어느새 1500만명까지 늘어났다. 국내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현재 2조원대로, 2027년에는 6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체 산업 중에서도 펫푸드 시장은 지난해 기준 9600억원~1조원대로 추산한다.

반려동물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배경에는 1인 가구 등 가족 형태의 변화가 있다. ‘펫팸족(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이들)’ ‘딩펫족(자식 대신 반려동물을 기르는 부부)’ 등 신조어에서도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현상이 보인다. 자식을 키우듯 반려동물에게 돈을 쓰는 이들이 늘었다는 거다. 국내 기업들이 ‘프리미엄’을 달고 펫푸드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펫팸족의 확대는 단순히 사료의 고급화를 넘어 휴머나이제이션(Humanization·인간화) 트렌드까지 확산시켰다. 하림펫푸드의 브랜드 ‘더리얼’은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원료를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KGC인삼공사의 ‘지니펫’은 사료에 홍삼 성분을 함유했다. 빙그레는 반려동물도 소화할 수 있는 우유(펫밀크)인 ‘에버그로’를 출시했다. 급기야 맥주(호가든 ‘펫비어’), 피자(미스터피자 ‘펫자’)처럼 사람 음식과 동일한 형태의 제품까지 나왔다.  

하지만 펫푸드 시장에 뛰어든 업체는 많아도 자리를 잡으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숱하다. A씨의 사례처럼 대형 매장이 아니라면 매대에서 국내 제품을 찾기 어려운데다, 시장점유율도 낮기 때문이다. 업계는 ‘시저’ ‘로얄캐닌’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이 시장의 60~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펫푸드 시장에 진출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국내서 프리미엄 펫푸드가 알려진 지 5년 가까이 됐는데도 아직도 해외 제품이 강세”라며 “반려동물의 입맛이 잘 안 바뀌는데다 아직도 해외 브랜드를 향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