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닷컴의 생활법률] 내 전세보증금 지키는 법 

부동산 시장에서 임대인은 갑이고 임차인은 을이다.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는 악덕 임대인도 숱하다.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을 땐 그런 일이 기승을 부린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 할 때,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집과 계약을 해야 할 때, 임대인 집이 경매절차에 돌입했을 때 등의 상황에 걸맞은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법과 원칙을 알면 내 보증금 얼마든지 지킬 수 있다. 변호사닷컴고 더스쿠프(The SCOOP)가 내 전세보증금 지키는 법을 살펴봤다. 

전세보증금을 지키기 위해서는 계약 단계부터 신중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세보증금을 지키기 위해서는 계약 단계부터 신중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주택 가격 하락으로 전세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낮아진 탓이다(역전세 현상). 임대인이 갭투자(매매가격과 임대차가격 간 차액만으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방식)로 주택을 매입한 사람이라면 임차인의 보증금은 안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지역에선 깡통주택(빚이 매매가격보다 훨씬 높은 경우)을 임대하고선 임대차계약이 끝난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가로채는 사건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임대차계약을 할 때 각별히 유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보증금이 소액이라면 별 문제가 없다. 법률(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보호를 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금액이 적은 수준이 아니라면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내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 그 팁을 소개한다.

■ 임대차계약 체결할 때 = 먼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뭘까. 첫째,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떼서 임대인의 저당권 설정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이를 통해 ‘선순위 담보대출’이 얼마나 있는지, ‘(임차인이 여럿일 경우) 선순위 임차인에게 돌려줄 보증금’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거다. 부동산(토지+건물) 가액에서 대출금과 선순위 보증금을 뺀 금액이 ‘내 보증금’보다 작다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둘째, 임대차계약증서의 ‘확정일자’를 받은 다음 전입신고를 하는 게 현명한 절차다. ‘확정일자’란 증서가 작성된 날짜에 주택임대차계약서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근거다. ‘법률상 인정되는 일자’를 확정받는 절차로 생각하면 쉽다. 등기소나 지역 주민센터 등에서 받을 수 있는데, 최근엔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만 해도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사진=뉴시스]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만 해도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사진=뉴시스]

셋째, 입주한 이후에는 반드시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2주 이내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발생한다.[※참고 : 이처럼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를 하는 것은 임대인과 법적 다툼이 생겼을 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이유는 뒤에서 다시 설명한다.]

■ 임대차계약 종료할 때 = 임대차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무엇보다 계약기간을 갱신할 생각이 없다면 계약기간 종료 한달 전에 임대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임대차계약은 일반적으로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종료된다. 

하지만 임대차계약 기간종료 1개월 전까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갱신 여부를 알리지 않거나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계약조건변경 의사를 알리지 않으면 이전 임대차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기간이 자동연장(묵시적 갱신)된다. 

계약 끝나는 날도 꼼꼼히 챙겨야

이럴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갱신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연장된 상황에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려 한다면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지한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야 된다. 이삿날을 잡아 놓고 이사를 못 갈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 보증금 돌려주지 않을 때 =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면 임대인은 보증금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간혹 다음 세입자가 구해질 때까지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버티는 임대인이 있긴 하지만, 이는 가당치 않은 일이다. 원칙적으로는 다음 입주자가 구해지지 않았더라도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문제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쉽게 돌려줄 확률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럴 때 임차인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다. 이는 법원으로부터 확정판결을 받아 임대인의 재산을 강제집행하는 절차다. 혼자서 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법률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 전셋집 경매절차 돌입했을 때 = 임대인의 집이 경매절차에 돌입했을 때를 대비해 놓는 것도 좋다. 이럴 경우, ‘우선변제권’이 있다면 다른 일반채권자보다 우선해서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다. 우선변제권을 취득하려면 ‘임차권의 대항력’이 있어야 하고 ‘임대차계약 증서 상 확정일자’를 갖춰야 한다. 

‘임차권의 대항력’ 유지해야

어려운 내용을 풀어 설명해보자. ‘임차권의 대항력’이란 ‘임차인이 임대인이 아닌 제3자에게도 자신의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효력’을 의미한다. 임차권의 대항력을 취득하려면 임차인은 ‘주택을 인도’받은 후, ‘주민등록’을 해야 하는데 전입신고를 하면 주민등록을 한 것으로 간주된다.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날 오전 0시부터 대항력이 발생한다. 

임대인의 파산 등으로 임차인이 살고 있는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도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를 했다면 ‘임차권의 대항력’이 생겨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 보증금 못 받고 이사해야 할 때 =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임차인이 다른 집을 계약해 이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원칙적으로 주택을 점유하고 있지 않거나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다면 우선변제권은 사라진다. 이럴 경우엔 쉽게 집을 비워줘선 안 된다. 

그럼에도 불가피하다면 ‘임차권 등기명령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임차인이 임차주택 소재지 관할 지방법원에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는 것이다. 이런 절차를 거치면 임차인이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거나 다른 곳에 전입신고를 하더라도 예전 ‘임차권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그대로 유지된다. 
김성준 IBS법률사무소 변호사 ksj8570@ibslaw.co.kr | 더스쿠프

정리=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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