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코세페 막 올렸지만…

올해도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가 막을 올렸다. 1일 시작한 이번 행사는 22일까지 3주간 진행된다. 그동안 관官이 주도한 코세페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쇼핑행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살 게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 올해는 민간 주도로 바뀌었지만 코세페가 진짜 ‘축제’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15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민해야 할 것도 많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코세페의 한계를 짚어봤다. 

올해로 5회째인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민간 주도로 바뀌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사진=연합뉴스]
올해로 5회째인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민간 주도로 바뀌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최대 규모 쇼핑행사’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가 막을 올렸다. 이번 코세페는 1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관官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진행된다. 추진위원장에는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이 임명됐다. 전통시장·슈퍼마켓·대형마트·백화점·온라인쇼핑몰·프랜차이즈·편의점 등 각 유통업계의 이익집단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행사 시기도 달라졌다. 주로 9~10월에 열렸지만 올해는 11월에 열고, 기간도 3주로 넉넉해졌다. 11월로 정한 건 연말 소비 분위기가 조성되는 데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11월 마지막 주 금요일), 중국의 광군제(11월 11일)도 열리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슈퍼마켓 등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할인율을 큰 폭으로 낮추기 어려운 소상공인은 사은품 증정과 공연 행사로 코세페에 참여한다. 경품과 사은품은 코세페 추진위에서 지원한다. 

올해 전통시장은 6개 지역(서울·부산·대구·대전·인천·전북)의 지역 축제와 연계한다. 지역상품전시회(부산), 우수시장박람회(서울) 등의 지역 축제에서 소비자에게 경품을 주는 식이다. 전국상인연합회 측은 “경품 비용조차 부담스러운 영세상인에게는 지원이 큰 도움이 된다”며 “축제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슈퍼마켓에서는 두가지의 사은품 증정 이벤트가 열린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2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고무장갑·수세미·물티슈 등이 담긴 러키박스를 주는 ‘슈퍼러키박스’ 이벤트를 시행한다.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은 전국 300개 슈퍼마켓에서 총 9만3000명에게 선착순으로 에코백을 준다. 슈퍼마켓의 한 관계자는 “사은품 증정 행사를 하면 소비자가 사소한 것이라도 슈퍼에서 구입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소비자의 반응은 냉랭하다. 벌써 5회째지만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커녕 어떤 행사인지 잘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의 코세페 홍보 페이지에는 “이름만 세일이지 ‘바가지 페스타’ 아니냐”는 댓글이 달릴 정도다. 무엇보다 “온라인 쇼핑몰과 해외 직구가 더 저렴하고 종류도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민간이 주도하는 첫 코세페 

경기침체기가 길어지고, 유통가에 적자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이런 축제를 반길 법도 한데, 소비자의 불신은 크다. 지금까지 15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 코세페는 왜 아직도 ‘축제’로 자리 잡지 못한 걸까. [※ 참고: 코세페 예산은 감소세다. 2016년 40억원, 2017년 51억원, 지난해 34억원에서 올해는 27억원까지 줄어들었다.] 

 

먼저 모호한 정체성은 코세페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기존 유통업체의 정기세일이나 프로모션과 차이가 없다는 지적은 해마다 반복된다. 적자에 시달린 유통업체들이 올해 공격적으로 초저가를 내세운 탓에 코세페의 할인효과를 체감하는 것도 어렵다. 

코세페 기간과 대형마트의 ‘11월 세일’이 겹치는 것도 문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일 18개 유통계열사가 참여한 대규모 할인 행사인 ‘쓱데이’를 열었다. 이마트는 이와는 별도로 창립 26주년 기념 세일을 진행한다. 롯데마트는 ‘블랙 페스타’를, 홈플러스는 ‘블랙버스터’라는 이름의 할인행사를 연다. 업체들은 “코세페 개최와 상관없이 원래 11월마다 진행해왔다”라며 “우연히 코세페와 시기가 겹친 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제품이 온라인 쇼핑몰 제품과 가격이 같거나 더 비싸다는 점은 심가한 맹점이다. 예컨대, 주방용 가전제품 A는 같은 오픈 마켓 내에서도 가격이 달랐다. 코세페 홈페이지의 세일상품탭을 통해 구매하면 12만8000원이었지만, 포털사이트에 최저가로 검색했을 땐 10만9730원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모든 업체가 코세페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플랫폼마다 할인율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최저가를 기대한 소비자는 ‘바가지 썼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소비자를 끌어당길 ‘축제’로서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부족하단 점도 곱씹어볼 문제다. 관 주도로 진행한 지난 코세페 행사에서도 주요 이벤트는 아이돌을 내세운 K-팝 공연뿐이었다. 코세페 준비에 참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이 먼저 찾는 축제로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세일에 급급하다”면서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핼러윈데이가 오기 한참 전부터 기대한다. 분장이며 놀거리도 미리 준비한다. 코세페도 이처럼 사람들이 기다리는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비싼 출연료를 주고 가수를 세우는 것보다 실제 소비자들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피드백을 듣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소비자 유인할 아이디어 없어 

 

코세페가 진짜 ‘축제’가 되기 위해선 개선할 점이 많다. [사진=연합뉴스]
코세페가 진짜 ‘축제’가 되기 위해선 개선할 점이 많다. [사진=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근시안적으로 코세페 플랜을 만드는 것도 한계다. 올해 행사의 참여기업과 이벤트 내용은 개막 1주일 전에야 공개됐다. 특별한 ‘시그니처’ 행사도 없다. 정연희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정책실장의 말을 들어보자.

“적어도 3개년의 기본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연도별로 어떤 콘셉트를 할지, 세일 외에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고, 중국이나 미국처럼 해외소비자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 관이 아닌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주축이 돼야 한다.” 

코세페는 언제쯤 자신들이 내세운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쇼핑행사’란 타이틀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해답이 없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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