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자영업자 재무설계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에 경기침체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비상금은 필수다. 언제 목돈이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부산시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성경(38ㆍ가명)씨도 언제 큰돈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절약을 생활하고 있다. 문제는 씀씀이가 큰 편도 아닌데 늘 아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비상금 통장을 따로 마련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에게 비상금 마련은 필수적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에게 비상금 마련은 필수적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빚 없는 자영업자’가 드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도소매ㆍ숙박음식점 업종의 대출액은 7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했다. 대출 잔액은 213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30.4%나 불어났다. 그런 면에서 빚 없이 가게를 꾸려온 이성경(38ㆍ가명)씨는 주변 상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부산시에서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씨는 5년 전 대출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친척분들 중에 의류도매업과 원단제작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계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빚지는 걸 워낙 싫어해 대출 받지 않고 작게 가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수익이 나기 시작한 후에도 알뜰살뜰 가게를 꾸렸다. 자영업 특성상 언제 돈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이씨에게 고민이 시작된 건 최근 일이다. 남들은 여기저기 투자를 하면서 자산을 불려나가고 있는데 자신만 뒤처진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버는 족족 통장에 모아두기만 했다. 이대로 가다간 벌기만 할뿐 남는 게 없을 듯하다.” 

그나마 지난해 ‘지역주택조합’에 3000만원을 투자했지만, 이마저 불안불안하다. 머지않아 지역조합주택 사업 인가가 나고 건설이 시작되면 1억5000만원을 추가로 납입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자금도 없다. 조만간 40대가 되는 데다 결혼까지 앞둔 탓에 다소 급하게 투자를 결정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렇다고 당장 1억원 넘게 대출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 이씨는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고 ‘비상금 통장 마련’ ‘노후준비’ 등 재무목표에 대비할 수 있을까.

Q1 지출구조

먼저 이씨의 지출구조를 살펴봤다. 이씨는 생활면에서나 사업면에서 불필요한 지출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었다. 소비성지출로는 통신비 5만원, 관리비(주거ㆍ사업장) 50만원, 식비 40만원, 용돈 20만원, 교통비 5만원, 문화생활비 6만원 등 126만원을 쓰고 있었다. 여기에 연간 비정기지출이 총 305만원으로 월평균 25만원가량이었다. 비정기지출의 용도는 경조사비ㆍ휴가비ㆍ명절비용ㆍ부모님 용돈 등이었다. 

비소비성지출은 보장성보험 21만원, 주택청약종합저축 2만원 등 총 23만원을 쓰고 있었다. 저축이나 적금은 전혀 가입하지 않았다. 총 지출은 174만원으로 매달 잉여자금 126만원을 통장에 모아두고 있었다. 매년 발생하는 100만원가량의 연간 초과수입도 비상금 목적으로 통장에 모으고 있었다.  

Q2 문제점

이씨처럼 주택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보유하고 싶은 마음에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는 젊은층이 적지 않다. 지역주택조합은 일반 아파트와 달리 동네 주민들이 자금을 모아 주택을 짓는 일종의 ‘주택 공동구매’ 개념이다.

일반 아파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하고, 가입 조건도 까다롭지 않다. 만 20세 이상 세대주이고, 해당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했다면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청약통장 없이도 분양 신청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위험성도 존재한다. 추진 과정에서 조합 내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거나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계약금 상환이 가능한지 등이다. 이씨의 경우, 다행히 아직 사업 시행 인가가 나기 전이고 계약서상에도 계약해지시 위약금 조항이 없었다. 이에 따라 추가 납입해야 할 1억5000만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는 만큼 지역주택조합 투자를 해지하기로 했다.

이씨의 문제는 또 있었다. 별도의 비상금 통장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출통장에 비상금을 함께 모아두고 쓰는 탓에 돈을 쓸 때마다 불안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늘 절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돈을 쓰면서도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다”고 말했다. 이밖에 적금이나 투자 등 재테크를 전혀 하지 않고 노후대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보였다.    

Q3 해결점

소비성지출은 따로 손볼 게 없었다. 최소금액(2만원)을 납입하고 있는 주택청약종합저축과 보장성보험(21만원)은 그대로 유지했다. 지역주택조합에 투자했던 계약금 3000만원은 되돌려 받았다. 되받은 3000만원은 결혼자금 용도로 2년 만기 원금보장형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에 투자했다.

ELB는 자산 대부분을 국공채에 투자하고, 일부만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안전자산에서 이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비상금 통장도 따로 마련했는데, 총 400만원의 비상금을 모으는 게 목표다. 

먼저 매달 25만원씩 비상금을 저축할 계획이다. 그동안 통장에 모아뒀던 100만원 안팎의 연간 추가 수입도 비상금 통장에 붓기로 했다.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 월 30만원 납입의 연금상품에 가입했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데다 아직 젊은 30대인 만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수수료 없는 입출금 연금을 택했다.

이씨의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고려해 시중은행 자유적금에 가입했다. 주택마련 목적으로 매달 50만원씩 1년간 모을 계획이다. 재테크 목적으로 20만원씩 단기 적립식펀드에도 투자하도록 했다. 이씨는 섣부른 투자로 묶여있던 3000만원(지역주택조합)을 재테크 목적(ELB)으로 전환했다. 비상금 통장을 따로 만들어 ‘절약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서도 벗어났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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