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기업 지원책의 맹점 “역차별 안 보이십니까?”
유턴기업 지원책의 맹점 “역차별 안 보이십니까?”
  • 김정덕 기자
  • 호수 363
  • 승인 2019.11.15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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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턴기업 정책 괜찮은 걸까

“정부가 유턴기업 지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해외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터져나오는 질책이다. 흥미롭게도 이 주장은 여야,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잘 지원해주자는 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 유턴기업은 어쨌거나 경영상 성과를 얻기 위해 해외로 나갔던 곳들이다. 그렇다면 어려움을 고집스럽게 버티면서 국내 시장을 지킨 기업은 역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유턴기업이 공장을 제대로 돌리면서 한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유턴기업 지원정책, 그저 늘리는 게 상책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유턴기업 지원정책의 빛과 그림자를 짚어봤다. 

국내에 남아 있던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유턴기업 지원은 일종의 역차별 정책이다.[사진=연합뉴스]
국내에 남아 있던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유턴기업 지원은 일종의 역차별 정책이다.[사진=연합뉴스]

유턴기업 지원정책이란 게 뭘까. 한마디로 해외에 생산기지를 만들었거나 해외로 이전했던 기업(제조업과 지식서비스업)이 국내로 돌아오면 다양한 혜택을 주겠다는 거다. 지원책을 통해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이 늘면 일자리와 투자도 함께 증가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인식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부터 논의됐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방편으로 유턴기업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2013년 6월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일명 유턴기업법)’이 제정됐고, 그해 12월 시행됐다. 

현재 지원사항은 꽤 많다. 우선 세금감면 혜택이 많다. 정부는 해외사업장을 청산·양도하고 복귀하는 유턴기업엔 복귀 후 5년간 법인세와 관세를 면제해준다. 해외사업장을 축소하고 복귀한 유턴기업엔 법인세를 3년간 면제하고, 관세를 5년간 50% 할인해준다. 법인세의 경우, 두 유형 모두 면제기간이 끝난 후 추가로 2년간 50%를 할인해준다. 

입지를 마련할 때는 국가 일반산업단지나 장기임대 산업단지 등에 우선 입주할 권리를 준다. 국·공유재산의 수의계약도 허용해주고, 50년간 장기임대도 가능하며, 임대료는 특례를 적용해 깎아주거나 감면해준다. 유턴 후 고용을 늘리면 최대 2년간 1인당 월 30만~60만원까지 고용보조금(늘어난 고용자만 해당)도 준다.

 

국내 사업장 설비 마련 자금이 필요하면 금융권에 보증을 서주고, 수출신용보증 한도를 늘려주거나 보증료를 할인(최대 20%)해준다. 초기 시설투자금도 지원해주고, 정부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에 참여한다 하면 가점(3점)도 부여한다. 

하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다. 2014년부터 현재(2019년 9월)까지 총 64개 기업만이 국내로 유턴(유턴 진행 중인 현대모비스는 제외)했다. 연평균 10.7곳에 불과한 셈이다. 유턴기업들의 총 투자액은 약 1810억원, 신규 일자리 창출 수는 고작 1348명이다. 유턴기업법 제정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정부가 더 많은 유인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들이 줄을 잇는 건 이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유턴기업을 늘리기 위해 “유턴기업 인정 범위 확대, 보조금 지원제도 개선, 기존 유턴기업에 지원제도 소급 적용, 복귀지역 제약 완화, 해외노동력 확보 지원 등이 필요하다”면서 “대기업 유턴 촉진을 위해 해외사업장 감축 기준 완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책 제언은 유턴기업이 많아지면 국내경제에 득이 된다는 전제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의문이 있다. 유턴기업이 늘면 긍정적 경제효과만 창출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논의해야 할 점도 숱하다. 무엇보다 정책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사실 유턴기업들이 해외에 생산기지를 마련했던 건 경영상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정부가 유턴기업을 지원한다니까 다시 경영상 이점을 좇아 들어오는 것이니 국내에서 착실히 성장 발판을 마련해온 기업들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유턴기업 지원정책은 원칙적으로 자본주의 경제체제 내에서의 자유경쟁을 저해하는 매우 부적절한 정책”이라면서 “뭔가 지원을 해줘야 한다면 유턴에 드는 이사비용을 한번에 지원해주는 것 외엔 어떤 지원도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유턴기업 지원 정책 자체에 맹점이 있다는 거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 곳간을 퍼주는 지원정책으로는 유턴기업이 늘더라도 고용과 투자가 제대로 증가할 리 없다.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성장하기보다는 정부 세금을 빼먹으려는 유인에 끌릴 수 있어서다. 차라리 공정한 경쟁을 통해 튼실한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탈취 같은 걸 막는 등 경제민주화를 실현한다면 돈도 적게 들고, 형평성에도 맞게 고용과 투자라는 목적을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달성할 수 있다.”

유턴기업 늘면 정말 좋은가

현실적으로 봐도 국내경제에 득이 될지 의문이다. 물론 미국의 경우, 유턴기업 지원정책을 펴서 상당한 이득을 봤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의 유턴기업 건수는 3327건이었고, 이로 인해 약 3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상당수 대기업이 유턴한 덕분이었다. 

미국의 기업 유턴 촉진 역할을 하는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의 해리 모저 회장은 전경련과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근본적으로 미국은 한국과 달리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무역구조여서 유턴을 통한 기회요인이 더 많다”면서 “중국 내 임금상승과 지적재산권 문제, 소비자들의 ‘메이드 인 USA’ 선호 등이 영향을 끼쳤고, 법인세 감면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35%(명목세율 기준·주정부 세율을 합치면 3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유턴기업 지원 정책에 따라 21%까지 떨어졌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게다가 해리 모저 회장의 말처럼 미국은 자국 시장이 크고, 수입이 많다. 중국과는 무역전쟁도 치르고 있다. 중국에 있다 보면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법인세 감면이 주효한 역할을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 : 현재 미국과 중국은 무역합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양국이 부과한 관세를 다 철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무역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관세는 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르다. 내수시장이 작아 수출이 아니면 존속하기 힘들다. 유턴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유턴기업들이 다시 돌아올 때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 건 노동시장 경직성(18.7%)과 높은 인건비(17.6%)다. [※참고 : 애로사항에는 세제지원 불만(12.1%)도 있다. 하지만 이미 유턴기업 혜택에 법인세 감면 항목이 있다. 따라서 법인세는 논외로 한다.]

이렇게 볼 때 가장 큰 애로사항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유턴기업에 유인책이 되기 힘들다. 그렇다고 가뜩이나 노동소득분배율이 낮고(2018년 기준 63.8%·2016년 기준 OECD 평균은 67.0%), 사회적 안전망도 없는 상황에서 인건비를 확 낮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내 유턴기업들은 대부분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이다.[사진=한국경제연구원 제공]
국내 유턴기업들은 대부분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이다.[사진=한국경제연구원 제공]

결국 유턴기업을 지원하는 효율적인 방법은 인건비와 노동시장 경직성을 상쇄할 만한 수준의 현금성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현금성 지원이 끝나면 유인책도 사라질 공산이 커서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에서 이른바 ‘잘나가는 기업’이 유턴할 이유는 당연히 없다. 

실제로 국내 유턴기업 대부분은 낮은 인건비를 이유로 중국으로 갔다가 인건비가 오르자 돌아온 기업(92.2%)이다. 개중엔 생산성이 낮은 중소기업도 적지 않다. 유턴기업 64곳 가운데 38곳만 제대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는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통계다.

좀비기업 인공호흡기 된 유턴기업법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6월 “유턴기업법이 해외에서 사업이 실패한 좀비기업들을 살려주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참고 :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유턴기업에서 정보공개를 꺼리고, 정부는 해당 기업에 정보공개를 강제할 근거가 없다”면서 유턴기업 리스트와 각 기업의 매출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정책이 반드시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제도와 환경이 달라서다. 이런 상황에서 앞뒤 재보지도 않고 “더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는 건 무책임한 발상일 수도 있다. 오히려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실효성을 다시 살펴봐야 할 일이다. 유턴기업 지원정책이 그 케이스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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