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스타트업] 공유미용실 어포스트로피 “위로를 선물합니다”
[月刊 스타트업] 공유미용실 어포스트로피 “위로를 선물합니다”
  • 이지원 기자
  • 호수 364
  • 승인 2019.11.18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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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스타트업 5편
박재혁 · 양재원
벤틀스페이스 공동대표

“망했다.” 서른살 두 청년은 창업시장에서 두번의 고배를 마셨다. 의욕적으로 뛰어든 첫번째 아이템은 ‘개인차량 광고 플랫폼’이었다. 개인차량에 광고를 부착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었는데 한국에선 불법이었다. 합법적 시장을 찾아 바다 건너 인도로 떠났지만 그곳은 만만한 시장이 아니었다. ‘뒷돈’을 주지 않고는 사업할 수 없는 데다, 사이드미러를 접은 채 무법천지 도로를 다니는 차량에 광고를 할 광고주는 없었다.

두번째 아이템은 ‘카셰어링 플랫폼’이었다. 두 청년은 자신만만했다. 청년창업 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 대상(부천시ㆍ2017년)까지 수상했으니 사업성도 인정받은 셈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제도의 문턱에 걸려 고꾸라졌다. 각종 규제를 피하려다 보니 절차가 복잡해져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들이킨 두번의 쓴 잔, 두 청년은 시행착오 끝에 세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공유미용실 ‘어포스트로피(APOSTROPHE)’를 통해서다. 그들은 “어포스트로피를 찾는 모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어포스트로피를 운영하는 양재원(30)ㆍ박재혁(30) 벤틀스페이스 대표를 만났다. 월간 스타트업 제5편이다. 

​박재혁 · 양재원 대표는 입점 디자이너들이 ‘워라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박재혁 · 양재원 대표는 입점 디자이너들이 ‘워라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 앞선 창업 실패로 어떤 점을 배웠나요. 
박재혁 대표(이하 박재혁) : “의욕이 앞섰어요. 사업성을 확인하고 밀어붙였지만 각종 규제를 뛰어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한가지 확신한 건 저희가 추구하는 아이템에 공통점이 있다는 거였어요. 자동차든 미용실이든 ‘공유’를 통해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고 싶다는 거였죠.”

✚ 그런데 공유경제 플랫폼은 너무 많고, 두번째 아이템 ‘개인차량 셰어 플랫폼’도 그중 하나였지 않나요. 
박재혁 : “맞아요. 쏘카나 그린카 등 카셰어링 플랫폼은 많았죠.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주차장에 주차된 시간이 더 많은 개인차량을 공유하는 모델을 만들었어요. 진짜 유휴자원을 활용해서 주차비나 관리비를 아끼고, 부가수익을 창출하는 거죠. 결국엔 잘 안됐지만요(웃음).” 

✚ 공유미용실을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뭔가요.
양재원 대표(이하 양재원) : “사실 미용업계의 현실을 익히 알고 있었어요. 15년 단골 미용실 원장님에게 듣기도 했고, 디자이너로 일하는 친구에게 귀동냥도 했죠. 이를 토대로 나름 결론을 내렸어요.” 

✚ 그게 뭔가요? 
양재원 : “미용업계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창업비용은 높다는 점이었죠.”

두번의 쓴 잔… 그래도 한번 더 

양재원ㆍ박재혁 대표가 2017년 창업한 벤틀스페이스는 현재 서울 마포구 홍대에서 공유미용실 1호점 ‘어포스트로피’를 운영하고 있다. 언뜻 보기엔 일반 미용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곳 디자이너들은 각자 일하는 개인사업자다. 벤틀스페이스는 입주한 디자이너에게 공간과 거울ㆍ테이블ㆍ집기 등을 제공해 창업비용을 줄여주고, 창업 실패 리스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디자이너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마케팅하고 디자이너 간 관계를 조율하는 것도 두 대표의 몫이다. 현재 5명의 디자이너가 공간을 공유하며 자유롭게 영업하고 있다. 1호점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벤틀스페이스는 2020년 상반기 2ㆍ3호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공유미용실 수요가 있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했나요. 
양재원 : “창업 전 시장조사를 많이 했어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나서 SNS와 미용 구직 사이트에 내용을 올렸죠. ‘우리가 공유미용실을 열 계획인데 입점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한달만에 200여명이 몰렸어요. 그중 100여명을 직접 만났습니다. 개인숍을 창업하고 싶지만 비용이 부담되고, 실패했을 때 감당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디자이너들이었죠.”

실제로 국내 미용업 시장은 포화상태다. 전국 미용실 수는 12만개(이하 통계청ㆍ2017년 기준), 종사자 수는 18만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매년 1만2000여명이 새로 미용실을 창업한다. 폐업률(창업 1년내 11% 폐업)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름다움을 가꾼다는 미용실이 창업자에겐 ‘개미지옥’인 셈이다. 

어포스트로피의 고객 재방문률이 40%대로 높아진 건 큰 성과다.[사진=벤틀스페이스 제공]
어포스트로피의 고객 재방문률이 40%대로 높아진 건 큰 성과다.[사진=벤틀스페이스 제공]

✚ 경쟁이 치열한 데도 디자이너들이 개인숍을 열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뭔가요. 
양재원 : “숍에 고용된 디자이너로 일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일반적으로 디자이너 한명이 한달에 500만~700만원의 매출(업계 추정치)을 올리는 데 이중 본인이 가져가는 수입은 30%가량이에요. 한달에 200만원 안팎에 불과한 셈이죠. 물론 스타 디자이너는 상황이 다르지만, 그들은 전체의 1%에 불과하죠.” 

✚ 그래도 ‘단골’ 손님이 있다면 창업 후 안착하기 수월하지 않나요. 
박재혁 : “그렇죠. 하지만 숍에 고용된 디자이너가 고객 개인정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 때문에 숍을 옮기거나 개인숍을 창업해도 기존 고객을 끌어오기 어렵죠. 그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셈이에요.”

✚ 이런 한계점을 보고 아이템을 떠올린 건가요. 
양재원 : “그렇습니다. 디자이너에게 단순히 공간만 대여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디자이너가 매출을 내도록 돕고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택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쳐서 택한 결정이었어요.”

✚ 모델을 택한 후엔 어떻게 하셨나요? 
박재혁 : “곧바로 매장 입지를 조사했어요.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과 홍대 인근에서 발품을 팔았어요.”

✚ 의문이 있습니다. 홍대엔 미용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1호점을 낸 이유가 무엇인가요? 
박재혁 : “경쟁이 치열하지만 수요도 많아 승산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 정면돌파를 택하신 거네요. 
양재원 : “그런 셈이죠.” 

✚ 창업자금은 어떻게 조달했나요. 
양재원 : “그동안 유치한 창업지원금에 사무실 보증금을 모아 빼서 홍대 매장을 임차했습니다.”

✚ 사무실 보증금까지 끌어모았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겠네요. 
박재혁 : “창업하고 나선 늘 배고픈 시간이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요(웃음). 사무실 책상에서 쪽잠을 자고, 하루 한끼 라면으로 때우기도 했어요. 사무실 임대료까지 끌어다 쓴 이후엔 미용실 구석 한편이나 카페에서 하루 종일 일하기도 했죠. 그래도 힘들단 생각은 못했어요.”

✚ 디자이너들은 어떤 점에 만족하나요. 
박재혁 : “무엇보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생겼다는 점에서 만족해합니다. 일반적으로 미용실 소속 디자이너는 하루 평균 10~14시간씩 일을 해요. 저희 디자이너 평균 근무시간은 7.5시간이죠. 예약이 있을 때에만 자유롭게 출근해 일할 수 있고, 주말에도 선택에 따라 근무할 수 있습니다. 노동 시간은 줄었지만 매출 대비 수입이 높아졌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 개성 강한 디자이너가 한곳에 모였다는 점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양재원 : “디자이너마다 원하는 시술 가격이 다르다는 점은 풀기 힘든 숙제였어요. 시술이 다양하고 가격대가 모두 다르다 보니 마케팅을 하기가 어려웠죠. 소비자 입장에선 같은 시술인데 디자이너마다 가격이 다르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고요.”

✚ 그래서 어떻게 조율했나요. 
양재원 : “마포구 미용실 800여곳의 시술 가격을 조사했어요. 그리고 적정 가격대를 책정했죠. 고객이 혼돈하지 않게 기본적인 커트나 염색 등의 가격은 통일하고, 나머지 시술은 디자이너 자율에 맡기는 데 합의했습니다. 디자이너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전체 시스템을 위한 룰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어포스트로피 1호점은 시장에 안착했다. 입점 디자이너가 3개월 차에 매출을 280%나 끌어올린 건 의미 있는 성과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다. 올해 들어 공유미용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는 점은 벤틀스페이스에 부담 요인이다. 

어포스트로피에선 디자이너가 고객을 1대1로 응대한다.[사진=벤틀스페이스 제공]
어포스트로피에선 디자이너가 고객을 1대1로 응대한다.[사진=벤틀스페이스 제공]

✚ 최근 공유미용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양재원 : “그렇습니다. 그동안 공유경제가 꾸준히 확산해 왔어요. 공유오피스, 공유주방에 이어 내년에는 공유미용실이 급증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 다른 공유미용실과 차별점이 뭔가요. 
박재혁 :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사 대부분이 역세권 좋은 입지에 330㎡(약 100평) 이상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문을 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디자이너를 위한 가장 합리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에게도 워라밸을… 

✚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양재원 : “미용업의 본질은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해 재방문율을 높이고, 디자이너가 합당한 노동의 가치를 가져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가 합당한 수익을 얻기 위해선 비용을 절감해야 하죠. 임차료가 대표적입니다. 역세권이나 대로변이 아니더라도 소비자가 찾아올 수 있는 적정 상권에 입점하고, 불필요한 공간을 줄이되 꼭 필요한 공간은 잘 갖추고자 합니다.”

✚ 그래서 어포스트로피 1호점은 4층에 위치했군요. 
박재혁 : “미용실은 1층이나 2층에 입점하는 게 일반적이죠. 4층에 자리 잡은 것도 임차료를 절약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 고객이 찾아오기 어렵지는 않나요. 
양재원 :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가 소비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찾아가는 것’이 일반화 됐어요. 눈에 띄지 않아도 디자이너 실력이 좋다면 소비자는 찾아온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소비자에겐 어떤 메리트가 있나요,
박재혁 : “보통 미용실에 가서 파마를 하면 2~3시간이 족히 걸립니다. 디자이너가 동시에 여러 고객을 케어하기 때문이죠. 어포스트로피에선 디자이너가 고객을 1대1로 응대합니다. 상담부터 시술, 관리까지 디자이너가 담당하기 때문에 고객은 믿고 맡길 수 있고, 불필요한 시간도 절약할 수 있죠.”

✚ 어포스트로피의 성과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나요. 
양재원 : “재방문율은 고객이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는 ‘바로미터’입니다. 디자이너의 평균 재방문율은 20~30%가량입니다. 어포스트로피 입점 디자이너의 재방문율은 40%까지 높아졌습니다. 소비자가 만족하고 있고,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 곧 개점 1년이 다가오는데요. 가장 큰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인가요. 
양재원 : “4월에 입점한 디자이너 분께서 디자이너 일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떠나셨습니다. 시간 여유가 없어 한번도 가보지 못한 여행을 떠나면서 ‘지금이 행복하다’고 하셨을 때 벅참을 느꼈습니다.” 

✚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박재혁 : “99%의 디자이너를 위한 공유미용실을 만들고 싶어요. 공간만 있으면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스타 디자이너는 1%에 불과하죠. 99%의 디자이너가 열심히 일한 만큼 벌고 워라밸도 찾을 수 있다면 미용업의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양재원 : “아울러 고객에게 미용실이 시끄럽고 지루한 공간이 아니라 ‘위로’를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잖아요. 머리하는 시간만큼은 위로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머지않아 어포스트로피는 위로에서 따온 새 이름 ‘로위’로 옷을 갈아입을 예정입니다.”  
글=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사진=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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