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향한 중국발 이상신호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던전앤파이터’는 넥슨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콘텐트다. 로열티 수익만 매년 1조원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 이 게임의 중국 내 인기가 시들해졌다. 넥슨의 3분기 매출이 급감한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뒤를 이을 만한 신작이 없다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넥슨을 향한 중국발 이상신호를 취재했다. 

넥슨의 올해 3분기 매출이 큰폭으로 감소했다. 중국 시장에서 부진했던 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사진=뉴시스]
넥슨의 올해 3분기 매출이 큰폭으로 감소했다. 중국 시장에서 부진했던 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사진=뉴시스]

넥슨이 모처럼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 영업이익(244억1900만엔ㆍ약 2600억원)을 기록하면서다. 전년 동기 대비 2.9% 늘어난 수치다. 129억8700만엔에 그치며 ‘어닝쇼크’를 낸 지난 2분기 실적 부진을 만회하는 성적처럼 보인다.

하지만 매출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넥슨은 올해 3분기 523억5700만엔(약 5600 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보다 24.4%나 감소했다. 매출 급감에 영향을 끼친 건 중국 시장이다. 지난해 3분기 312억1600만엔이던 중국 시장 매출은 올해 177억 8300만엔으로 줄었다. 1년 사이 43.0%나 감소했다.

중국 시장 부진은 넥슨에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52%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넥슨의 핵심 캐시카우가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다.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이자 넥슨의 계열사인 네오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2157억원을 올렸는데, 이중 대부분이 이 게임에서 발생하는 로열티 수익이었다.

결국 중국 시장의 매출 급감은 이 게임이 급속도로 인기를 잃고 있다는 신호다. 넥슨은 IR 자료를 통해 “던전앤파이터의 ‘한달 이용자(MAU)’가 전년 동기 및 전분기 대비 모두 감소했다”면서 “아이템 판매 및 기념일 패키지 판매 실적도 저조해 ‘1인당 한달 평균 결제 금액(ARPPU)’도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고 설명했다.

부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던전앤파이터의 인기 하락은 단기적인 요인이 아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던전앤파이터는 2005년 출시돼 서비스한 지 15년이 된 구작 게임”이라면서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를 대체할 수많은 게임이 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4월만 하더라도 중국 PC방에서 이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는 1666만명에 달했지만 8월엔 499만명으로 급감한 이유다.

넥슨도 위기의식은 있다. 올해 초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의 회사 매각 선언과 철회 이후 조직쇄신 작업을 숨 가쁘게 진행했다. 핵심 경영진으로 꼽히던 박지원 넥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정상원 넥슨코리아 신규개발 총괄 부사장, 한경택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8월 물러나면서 경영진을 물갈이했다.

체질개선 작업도 동시에 진행했다. 수익부진을 이유로 올해 서비스 종료를 결정한 게임만 9개다. 이밖에도 개발 중이던 여러 프로젝트의 개발을 중단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성공하는 신작을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당장의 반전을 점치기엔 무리가 있다. 넥슨은 2010년 이후 흥행에 성공한 게임을 개발하지 못했다. 넥슨의 매출 비중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피파온라인4’ 등 구작 PC 게임에 집중돼 있다. 글로벌 게임 시장이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 하락 문제는 더 커질 공산이 크다.

안타깝게도 모바일 시장에서 넥슨의 경쟁력은 높지 않다. 올해 3분기 넥슨은 모바일 게임으로 138억300만엔을 버는 데 그쳤다. 지난해 3분기(162억9600만엔)보다 15.2%나 감소했다.

넥슨은 지난 7일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신작 게임 ‘V4’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게임엔 100억원대 개발비용과 120명 이상의 인력, 2년 이상의 개발기간을 투입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차갑다. 아직 흥행 향방을 점치는 건 이르지만 폭발력 있는 반응은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국 시장에서 신작을 통해 반전을 꾀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이후 한국 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 발급을 거부 중이다. 판호는 일종의 게임 판매 허가증인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ㆍTHAAD) 사태 이후 발급을 사실상 중단했다.

위정현 중앙대(경영학) 교수는 “최근 넥슨의 게임들은 화려한 그래픽을 빼면 눈에 띄는 특장점을 찾기 어렵다”면서 “어수선해진 회사 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게임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중국 시장이 이상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마주한 넥슨의 위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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