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6·7호선 상가 갑자기 문 닫은 이유
지하철 6·7호선 상가 갑자기 문 닫은 이유
  • 최아름 기자
  • 호수 364
  • 승인 2019.11.19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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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다음 계약자 나타날 때까지 문 닫아라”

지하철 6ㆍ7호선 역사에 있던 상가들이 문을 닫았다. 지난 10월 24일 서울교통공사와 GS리테일의 계약이 끝났기 때문이다. 중소상인들은 장사를 접은 채 다른 사업자를 기다리고 있다. 생계가 어려워진 상인들이 ‘다른 사업자와 계약할 때까지 장사를 계속하게 해달라’고 서울교통공사 측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다. 공사 측은 “상인들이 사비를 들여 구축한 전기시설 등을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지하철 6·7호선 상가가 갑자기 문을 닫은 이유를 취재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3년 시작한 유휴공간 임대사업과 관련한 논란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사진=뉴시스]
서울교통공사는 2013년 시작한 유휴공간 임대사업과 관련한 논란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사진=뉴시스]

2013년 서울교통공사는 새로운 ‘임대사업’을 생각해냈다. 지하철 역내에 비어있는 유휴공간을 상가와 휴게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었다. 보유 부동산을 활용하면 수입이 보장되는 ‘남는 장사’였다.[※참고: 지하철 5678호선을 담당하던 서울도시철도는 2017년 서울메트로와 통합해 서울교통공사가 됐다. 시점과 관계없이 서울교통공사라고 서술한다.]

사업 대상지는 지하철 67호선이었다. 전체 2만여㎡(약 6000평)의 유휴공간을 상가(90% 이상)와 휴게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자의 자리는 GS리테일이 차지했다. 서울교통공사와 GS리테일이 맺은 전대차 계약기간은 5년. 여기에 5년 연장이란 조건이 따라붙었다.

GS리테일은 지하철 유휴공간에 벽과 기둥을 만들고 기본적인 전기설비를 설치했다. 그렇게 조성된 상가엔 ‘미샤’ ‘브레댄코’ 등 406개의 매장이 둥지를 틀었다. 상인들은 자비를 들여 추가 설비를 갖추는 등 상가를 가꾸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역사 내 상가는 흥행하지 못했다. 일부 전차인이 이탈했고 빈곳에 다시 들어와 장사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계약 종료를 2년여 앞둔 2017년에 들어온 상인들도 있었다.

서울교통공사와 GS리테일이 맺은 계약이 5년 연장될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기존 상인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브레댄코의 한 가맹점주는 “5년 계약 이후 다시 연장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으니 GS리테일의 말을 믿었다”며 “계속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여기 들어오게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또한 기대와 달랐다. 계약 만기(2019년 10월 24일)를 6개월 앞둔 지난 4월, GS리테일은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날로 쌓이는 적자 탓이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4월 서울교통공사, 6월에는 전차인들에게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상인들의 입장은 달랐다. “계약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확실한 의사 표현은 9월 들어서야 받았다”고 주장했다. 중소상인뿐만이 아니었다. 지하철 역사에 직영점을 운영하는 다른 업체도 ‘늑장통보’를 받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지하철 7호선 내방역 등을 포함해 10여개 지하철역에서 직영매장을 운영하는 브레댄코 측은 GS리테일이 계약 연장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은 8~9월께라고 말했다.

뒤늦은 통보에 한숨만…


회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6월 계약 연장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공문이 왔고 GS리테일이 서울교통공사와 협의 중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는 계약을 더 연장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GS리테일로부터 곧바로 답변을 받지 못했다.”

GS리테일이 뒤늦게 ‘5년 연장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히자 상인들이 움직였다. 목적은 하나, 장사를 지속하는 거였다. 먼저 GS리테일 측에 “새 사업자가 오기 전까지만이라도 장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GS리테일은 ‘갑’인 서울교통공사의 허가가 필요하다면서 ‘공’을 떠넘겼다.

마음이 급해진 상인들은 부랴부랴 서울교통공사에 같은 내용으로 문의했다. “장사를 중간에 멈추게 되면 너무 손해가 크다. 기계는 돌리지 않으면 망가진다. 새 사업자가 정해지고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같은 자리에서 계속 장사를 하고 싶다.”

상인들은 "기계가 망가지는 것을 막고 생계를 위해서라도 새 사업자가 오기 전까지 장사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상인들은 "기계가 망가지는 것을 막고 생계를 위해서라도 새 사업자가 오기 전까지 장사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번엔 서울교통공사 측이 황당한 답변만 늘어놨다. “나중에 특혜 시비에 걸릴 수 있다. 가게에 설치된 것들을 모두 뜯어낸 다음 GS리테일의 후임사업자가 들어오면 재계약하라.” 상인들은 “우리 돈을 들여 설치한 것들을 떼어낸 뒤 다시 설치하라는 건데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면서 부담감을 토로했다.

생계도 그들의 걱정거리였다. 장사를 한달만 쉬더라도 대출 원리금을 갚는 게 어려운 상인들이 수두룩했다. 커피제빵 등 기계를 일정기간 돌릴 수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그렇다면 서울교통공사와 GS리테일은 아무런 책임 없이 발을 빼면 그만인 걸까.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인지 시간’이다. 서울교통공사는 계약 만료 6개월 전인 4월 GS리테일이 계약을 연장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GS리테일의 후임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을 밟지 않았다.

계약 만료가 임박한 10월 이후 5차례 진행된 상인들과 서울교통공사의 협상 자리에 참석했던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총 5차례의 협상이 있었고 최근 협상 테이블에서 감정평가를 진행 중이라는 말이 오갔다. 후속사업도 상가로 진행한다는 것이 교통공사의 계획이지만 입찰조차 시작되지 않아 언제 후임사업자가 구해질지는 알 수 없다.”


서울교통공사 6개월간 뭐했나

그럼 서울교통공사는 6개월 동안 뭘했을까.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명도가 끝나야 입찰자를 찾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라며 “다른 사업체들도 사람이 나가야 그다음 입찰자를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에서는 고개를 젓는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후임 세입자도 없이 상가를 비우라고 말하는 건물주나 기업은 없다”며 “공실은 곧 손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임차 계약이 끝나기 전 후임 세입자를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고 꼬집었다. 민간기업처럼 돈을 버는 선택도 아니고, 공기업으로서 시민을 보호하는 선택도 아니라는 얘기다.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서울교통공사가 6개월간 뭘 했는지도 여전히 궁금하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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