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가오 애널리스트가 말하는 신기술 추이
가트너가 말하는 10대 전략기술의 함의
10년 뒤 변화 예민하게 내다봐야 할 때

수많은 신기술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사용된 사례가 없어서, 때론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사라지는 기술도 많다. 그렇다고 기술의 발전을 방관하는 건 더 위험하다. 아놀드 가오(Arnold Gao) 가트너 시니어 디렉터 애널리스트는 “인류가 진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발전시키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아놀드 가오 애널리스트를 만나 신기술의 추이를 물어봤다. 

가트너가 2019 하이프사이클 리포트를 통해 주목해야 할 29개의 신기술을 선정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매년 신기술이 등장해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술도 많다.
“우선 기술 자체를 두고 성공과 실패를 따지는 건 적절하지 않다. 기술은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그럼 뭘 봐야 하는가.
“신기술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고 싶다면 기술이 사용된 사례를 봐야 한다. 해당 기술이 얼마나 많은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했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다른 요인은 없는가.
“타이밍도 중요하다.”

✚ 뻔한 요인 아닌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다. 스마트폰이 없어서는 안 될 생필품으로 자리 잡은 것도 통신망·앱 등의 기술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게 없었다면 스마트폰은 생뚱맞은 제품에 머물렀을 것이다.”

✚ 하나의 기술로만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타이밍’의 전제인가.
“그렇다. 핵심기술을 받쳐 줄 수 있는 주변 기술의 성숙도가 중요하다. 그만큼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기술의 사례는 무엇인가.
“과거보다 현재에 초점을 맞춰 얘기하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 5G도 아직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이밍이 맞은 신기술은 성공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기술은 실패할 수 있다.”

✚ 가트너가 ‘하이프사이클 리포트’를 매년 발표하는 취지도 신기술의 성공과 실패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그려보겠다는 것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하이프사이클 리포트는 가트너가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신기술을 선정해 매년 발표하는 자료다. 올해는 2000개 이상의 신기술 중 잠재적인 비즈니스 가치가 높은 29개 기술을 선정했다.

✚ 하이프사이클 리포트의 의미를 좀 더 자세하게 말해달라.
“빌 게이츠의 말처럼 사람들은 2년 후 이뤄질 변화에는 과대평가하지만 10년 뒤에 올 변화는 과소평가한다. 10년 뒤에 일어날 일을 왜 지금부터 걱정해야 하냐는 거다. 문제는 기술 발전의 흐름을 미리 파악하고 대응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오류를 범하는 걸 막기 위해 신기술을 소개하는 것이 하이프사이클 리포트다.”


✚ 그렇다면 신기술에서 중요한 건 또 뭔가. 가트너가 발표한 2020년 10대 전략기술을 살펴보면, 이전과 달리 인간을 중요시하는 기술이 많이 보인다.
“잘 봤다. 인간 중심은 가트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기술은 인간을 지원해 개인의 성취도를 높이거나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이라는 요인이 없으면 그 기술은 무의미하다.”

✚ 인간 중심의 기술 트렌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이런 트렌드는 가트너가 매년 발표하는 10대 전략기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0대 기술을 분류하는 핵심 트렌드는 인간 중심이다. 기술 발전의 중심에는 항상 인간이 있을 것으로 본다.”

✚ 가트너가 증강휴먼(Augmented Human)과 인간증강(Human Augmentation)을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10대 전략기술로 삼은 이유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지난해 10대 전략기술 중 하나인 증강휴먼은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인간의 활동을 돕는 외골격 로봇(Exoskeleton)이 대표적이다. 2019년 10대 전략기술인 인간증강은 신체능력뿐만 아니라 인지능력까지 포함한 증강지능·감성 AI 등 기술적인 트렌드를 의미한다. 두 기술의 중심은 모두 ‘인간’이다.

✚ 이런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는 시기는 언제라고 전망하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 안경이나 보청기처럼 이미 사용하고 있는 기술도 있다. 외골격 로봇 등의 신기술이 적용될 여지가 많은 분야는 기술 발전이 더 필요하다. 기술의 성숙도에 따라 상용화 기간이 짧아질 수도, 길어질 수도 있다.”

✚ 할리우드 영화에서 등장한 ‘아이언맨’과 같은 기술은 아직 멀었다는 얘긴가.
“그렇다. 그런 기술은 아직 영화에서만 볼 수 있다.”

아놀드 가오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5G는 기술발전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와 같다고 강조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하지만 기술적 성장으로 꾸며진 디지털 생태계가 ‘인간의 가치’를 해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를테면 고전적 가치사슬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는 긍정과 부정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항상 일어났다. 관건은 기술의 발전을 어떤 기준을 가지고 바라보느냐다.”


✚ 좀 더 자세하게 말해달라.
“많은 사람들이 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줄여놓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신기술의 등장으로 생겨난 일자리도 많다. 우버·아마존 등이 등장하고 성장하면서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났다. 변화에는 새로운 기회가 있게 마련이다.”

✚ 그럼에도 부작용을 줄일 방안은 필요해보인다.
“물론이다. 기술 발전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부작용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기술 발전의 장단점만 따지다 보면 기술의 발전이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진보라는 의미에서 보면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패러다임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 10년 내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기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5G, 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기술로는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앞서 언급했지만 스마트폰이 혁신을 일으킨 것도 CPU·디스플레이·센서·앱·메모리·배터리 등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발전은 어떻게 보면 종합예술과 같다. 기술과 시대가 복잡해진 만큼 변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 5G는 막대한 투자를 할 만큼 가치가 있는 기술인가.
“5G를 조금 더 빠른 인터넷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5G는 인프라다. 산업 발전을 위해 도로 등 여러 인프라가 필요하듯이 5G는 다양한 기술의 발전을 촉진할 것이다. 5G가 짧게는 2~3년 안에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한다.”


5G는 혁신 품고 있는 인프라

✚ 하지만 신기술의 발전과 상용화를 둘러싼 전망은 그리 긍정적이지도, 뚜렷하지도 않다.

“굉장히 모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머징 테크놀로지(emerging technology)인 것이다. 신기술은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처럼 무엇인가 있는 것 같긴 한데 확실하지 않다는 모호함이 있다. 반복해서 사례를 드는 스마트폰도 처음에는 가능하겠냐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모호함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신기술의 발전에는 믿음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기 위해선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과 기술 구현에 필요한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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