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주거급여조사원 폭행ㆍ성희롱 방지책 물어보니 “호신술 가르쳤다?”
LH 주거급여조사원 폭행ㆍ성희롱 방지책 물어보니 “호신술 가르쳤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364
  • 승인 2019.11.20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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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여성 많은 LH 주거급여조사원 사각지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속 주거급여조사원들이 폭언ㆍ폭행ㆍ성추행 등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LH공사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속 주거급여조사원들이 폭언ㆍ폭행ㆍ성추행 등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LH공사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거급여조사원. 역할은 기초생활수급자의 주거급여 자격요건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주거급여조사원은 50대 전후 여성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자격요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폭행, 성희롱, 질병 감염 등의 위험에 노출되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실제 피해사례도 있다. 하지만 LH가 꺼내놓은 방지대책이란 게 허술하기 짝이 없다. LH 관계자는 “맹견퇴치교육과 호신교육도 시켰다”면서 이상한 답변만 늘어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LH 주거급여조사원의 사각지대에 들어가봤다. 

폭언, 폭행, 성희롱…. 가구 방문조사 업무를 하는 서비스노동자들이 심심찮게 겪는 일들이다. 11월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방문서비스노동자 감정노동ㆍ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통해 공개된 설문조사 결과는 꽤 충격적이다. 

‘방문서비스노동자 안전보건사업 기획단(민주노총 등이 결성)’이 지난 9월 방문서비스노동자 7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92.2%가 폭언을 경험했다. 성희롱은 35.1%, 폭행은 15.1%였다. 방문서비스노동자들 10명 중 3명 이상이 성희롱을, 1명 이상이 폭행을, 9명 이상이 폭언을 겪은 셈이다. 

특정 방문서비스노동자들만 겪는 일이 아니다. 토론회 당일 도시가스검침원, 수도검침원, 설치ㆍ수리 현장기사, 재가요양보호사 등은 설문조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증언들을 쏟아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속 주거급여조사원들도 비슷한 피해를 겪는 방문서비스노동자다.[※참고 : 기초생활수급자 급여 항목은 생계ㆍ의료ㆍ주거ㆍ교육 4가지다. 소득인정액에 따라 가짓수가 다르기 때문에 자격요건을 조사하는데, 주거급여조사원은 주거급여 항목의 자격요건을 조사한다.]

이들은 과연 어떤 일들을 겪고 있을까. 사례를 몇가지 보자. 지역이나 시기 등은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어 적지 않았다. 

방문서비스노동자들이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사진=연합뉴스]
방문서비스노동자들이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사진=연합뉴스]

■사례1. = A조사원은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방문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묘한 분위기를 직감했다. 집주인은 대뜸 식탁에 와인과 꽃을 준비해놓고는 A씨에게 계속 술을 권하거나 데이트를 하자는 등 조사 내용과 관계없는 말들만 늘어놨다.

A씨가 일어나려 하자 집주인은 A씨의 팔을 붙잡았고, 느낌이 좋지 않았던 A씨는 팔을 거세게 뿌리치면서 그 집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집주인에겐 성범죄 전과가 있었다. A씨는 “한참 지난 일이지만 생각만 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털어놨다. 

■ 사례2.= B조사원은 한 할아버지가 계신 집을 방문했다. 할아버지는 대화 중간에 종종 기침을 했다. B씨는 감기 기운이 있나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잠깐 나갔다가 돌아온 가족 중 한분이 B씨를 보곤 깜짝 놀라면서 “왜 마스크를 안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결핵환자였다. B씨는 곧장 집에서 나온 뒤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전염이 되진 않았다. B씨는 “정보가 없는데 결핵환자인지 어떻게 알겠나”면서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 사례3. = C조사원은 알코올 중독자가 있는 가구를 방문했다. 그날도 집주인은 술에 취해 있었다. C씨가 “조사차 방문했다”고 설명하자, 집주인은 “급여를 못 받게 하려는 거냐”면서 C씨에게 폭언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집주인이 C씨를 때리는 시늉까지 하면서 위협해 C씨는 급히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C씨는 “어차피 조사를 못했으니 다시 가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난다”고 털어놨다. 

익명을 원한 한 조사원 D씨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면서 “심각한 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기 전에 LH 측이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실질적인 대책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LH에 따르면 주거급여조사원 대부분(80.6%)은 50대 전후 여성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들이 조사원들에겐 굉장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LH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을까. LH 자체 조사에 따르면 조사원을 대상으로 한 폭언 건수는 2017년 19건, 2018년 38건, 올해 57건이었다.

더스쿠프(The SCOOP) 취재 사례나 방문서비스노동자 안전보건사업 기획단 통계와 달리 폭언만 있었다는 게 믿을 만한지 여부는 둘째치고, 폭언 건수가 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심각성이 엿보인다. LH 관계자는 “간혹 폭언이 있다는 걸 알고 있고,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대책들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LH는 2017년부터 조사원을 대상으로 사고예방교육은 물론 전자경보기와 스프레이도 지급하고 있으며, ‘위험가구’에 한해서는 2인1조로 방문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조사원을 대상으로 호신교육과 맹견퇴치교육도 했다. 112신고앱 설치와 녹음앱 설치, 예방접종 등을 통해 조사원들의 안전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

조사원 안전 대책, 실효성은 제로

꽤 그럴듯해 보이는 조치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허점이 많다. 우선 조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부터 보자. 위협을 느끼는 게 조사원들인데, 그들의 능력을 키워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마치 아이들이 학내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기보다는 약한 아이들에게 “운동을 열심히 해서 힘을 키우라”는 것과 같다.

이는 강자의 논리일 뿐이다. 따라서 사고예방교육, 호신교육, 맹견퇴치교육 등은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호신교육과 맹견퇴치교육은 조사원 대부분이 ‘50대 전후의 여성’이라는 걸 고려하지도 않았다. 이런 점을 지적하자 LH 관계자도 “실제로 호신교육이나 맹견퇴치교육 등은 효과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조사원들을 위해 나눠준 물품과 앱이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인지도 의심스럽다. 전자경보기나 스프레이는 이미 범죄행위가 시작된 후에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전자경보기의 경우, 상대방을 자극해 오히려 더 큰 범죄를 유발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112신고앱은 조사원이 최소한 범죄가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을 감지했을 때 비로소 사용된다. 다시 말해 전부 예방보다는 사후대책에 가깝다는 얘기다. 녹음은 더욱 그렇다. 녹화도 아닌 녹음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LH가 내놓은 대책 중 가장 유효한 방법은 2인1조 근무다. 2인1조 근무는 사건이 발생할 여지 자체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보는 눈이 있으면 범죄는 줄기 마련이다. 골목 곳곳에 CCTV가 설치된 것도 같은 이치다.

게다가 2인1조 근무는 조사원뿐만 아니라 조사대상자의 안전을 지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방문서비스노동자들이 한목소리로 ‘2인1조 의무화’를 외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쟁점은 LH가 2인1조 근무를 방문서비스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실시하고 있느냐다. 그렇지 않다. 첫째, LH가 ‘위험가구’를 인지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LH 관계자의 설명처럼 2인1조 근무는 조사원이 ‘위험가구’를 방문할 때 비로소 이뤄진다. 여기서 ‘위험가구’란 폭력ㆍ성범죄 전과자가 살거나, 전염병 환자가 살거나, 알코올 중독자가 사는 가구를 의미한다. 

그럼 방문 예정 가구가 ‘위험가구’인지는 어떻게 판별할까. 현재로선 지자체로부터 정보를 제공받는 게 유일한 방법인데, 당연히 지자체는 그 정보를 곧이곧대로 공유해주지 않는다. 그 정보가 ‘민감한 개인정보’여서다. LH 관계자도 “지자체로부터 정보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서 지자체가 협조해주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법적인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다.[※참고 : 그럼에도 정보를 제공하는 지자체가 일부 있다. 조사원들에 따르면 정보는 미리 약속한 체계에 따라 암호화돼 있다. 예컨대 알파벳 A는 폭력전과, B는 성범죄전과, C는 알코올중독과 같은 식이다. 그냥 정보를 제공하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정보가 제공된다는 걸 고지 받는 수급자는 거의 없다. LH는 이런 정보를 받아 활용하는 걸 문제로 여기지도 않는다.]

둘째, LH가 정한 ‘위험가구’에서만 사건이 일어난다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한 조사원은 “지자체는 조사 대상 자료를 신규 수급자에 한해서만 제공한다”면서 “따라서 지자체가 적극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도 기존 수급자의 변경된 정보는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LH가 ‘위험가구’로 판단하지 않은 ‘위험가구’가 있을 수도 있고, ‘위험가구’가 아닌 가구를 방문했을 때 유사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사건을 예방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셋째, 2인1조 근무가 의무규정인 것도 아니다. 따라서 사업장에 따라 혹은 업무량에 따라 ‘위험가구’라 하더라도 2인1조 근무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조사원 1명당 하루에 조사하는 가구가 평균 8건((올해 계획 95만 가구÷근무일 약 240일)÷현재 조사원 479명)이라는 걸 감안하면 더욱 현실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 조사원으로 일하다 퇴사한 김규성(가명)씨는 “‘위험가구’ 정보를 받기도 힘들지만, 실제 ‘위험가구’ 정보를 받는다 해도 인원이 모자라 2인1조 근무를 못한다”면서 “2인1조는 일주일에 한번 이상 나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주민센터에 ‘위험가구’ 정보를 요청하면 공무원들은 ‘2인1조로 다니면 정보를 요청할 필요도 없는데 왜 그렇게 안 하느냐’고 반문한다”면서 “내가 봐도 참 이상한 시스템”이라고 토로했다. 

종합하면 LH의 2인1조 근무 지침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위험가구’ 정보를 받기도 힘들고, 그 정보에만 의지할 수도 없으며, 사업장 사정에 따라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올해 지자체로부터 받은 ‘위험가구’ 정보 건수와 2인1조 근무 건수를 문의했더니 LH는 대표적인 사업장 3곳에 제공된 ‘위험가구’ 정보 건수가 총 29건(평균 9.6건)이라고 밝혔다.

이게 과연 LH의 솔직한 자료인지도 의문이지만 전국에 거주급여조사 사업장이 50개이고, 한 사업장당 연평균 2만 가구를 조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대로 정보가 제공됐다고 하기엔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다. 
조사원 D씨는 “‘위험가구’ 운운할 게 아니라 그냥 2인1조를 기본으로 하면 민감정보를 요구할 이유도 없고 모든 게 해결될 일”이라면서 “LH가 개선할 의지가 없으니 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방문서비스노동자들은 2인1조 근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민주노총 제공]
방문서비스노동자들은 2인1조 근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민주노총 제공]

사실 민원인을 방문하는 공무수행에서 2인1조 근무는 그리 특별한 시스템이 아니다. 사안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보건복지부의 경우, 복지 소외계층을 발굴하는 사업도(사업명 ‘찾아가는 복지전담팀’), 취약계층을 방문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도(사업명 ‘방문건강관리사업’) 모두 2인1조를 기본으로 설계됐다.

주거급여조사 업무는 원래 보건복지부 담당 업무였지만, 주거급여라는 특성상 국토교통부로 이관됐고, LH는 이 업무를 용역 받아 수행하고 있다. 사실상 이 업무가 공무라는 걸 감안하면 왜 2인1조 근무를 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조사원 D씨는 이렇게 말했다. “공교롭게도 조사원들은 당초 비정규직이었고, 현 정부에서 추진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무기계약직(정규직)이 됐다. 알려져 있는 것처럼 무기계약직은 다른 일반직 근무자들과 처우가 달라 논란이 많다. 조사원 안전문제 역시 이러한 차별 관행에서 비롯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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