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中

“가계부가 늘 적자”라고 호소하는 부부 중엔 씀씀이가 큰 이들이 많다. 문제는 버릇이 돼버린 소비습성을 버리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럴 땐 재무설계 초반부터 지출을 바짝 줄이는 방법이 특효약이다. 특히 경조사비·생활비 등 줄이기 어려워하는 항목에도 과감히 칼을 대야 한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한씨 부부의 지출 다이어트를 소개한다.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는 소비습관을 가져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는 소비습관을 가져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 전의 소비습관을 바꾸지 못해 과소비를 일삼은 한재석(33·가명)·김세나(32·가명) 부부. 3년 전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은 싱글 때 그랬던 것처럼 해외여행과 쇼핑을 즐겨 왔다. 그사이 카드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기에 생활비 명목으로 빌린 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까지 합하니 한씨 부부가 진 빚은 총 4469만원에 이르렀다.

위험을 뒤늦게 감지한 부부는 부랴부랴 지출을 줄여보려 애썼지만 돈 쓰던 습관을 이기지는 못했다. 월 지출(525만원)은 이미 두 사람의 수입(460만원)을 훌쩍 넘어섰고, 가계부는 늘 적자였다. 부부에게 이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씨 부부가 걱정해야 할 건 현재뿐만이 아니다. 두 사람 슬하엔 아직 자녀가 없다. 당분간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그렇다고 미래의 자녀를 위한 준비마저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상황에선 부부는 준비는커녕 빚을 갚아 나가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다행히 한씨 친누나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부부는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친누나가 빌려준 5000만원에 반전셋집(보증금 5000만원)의 보증금을 더해 전셋집(9000만원)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남은 보증금으론 전세대출자금(1220만원) 일부도 갚을 생각이었다. 월세·대출상환금 등 고정지출을 줄여 그 돈으로 빚을 갚겠다는 게 두 사람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작 부부의 씀씀이를 줄이지 못하면 이런 노력도 별 소용이 없다. 그나마 생긴 여윳돈이 용돈·쇼핑·여행 등 갖은 명목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가족에게 빌렸다고는 하지만 한동안 원금을 갚기 어려운 만큼 친누나에게 최소한의 이자만이라도 줘야 한다. 한씨 부부는 남들보다 허리띠를 두세칸 더 졸라맬 필요가 있었다.

그럼 이번 상담에서 본격적으로 지출 줄이기를 시작해 보자. 지난 8월 8일에 진행했던 1차 상담에서 부부는 생활비(68만원→40만원), 용돈(총 50만원→20만원), 세탁비(15만원→2만원) 등 총 71만원을 줄였고, 65만원 적자였던 가계부를 6만원 흑자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줄일 수 있는 항목은 여전히 많았다.

먼저 월 24만원씩 내는 통신비다. TV보다 게임을 좋아하는 부부는 성능 좋은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기기를 교체한다. 더 원활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고 싶어서다. 기기값을 공짜로 만드느라 요금제는 둘 다 가장 빠른 무제한 5G요금제(월 8만원)를 쓰고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컴퓨터 게임을 하기 위해 가장 비싼 8만원대 초고속인터넷도 설치했다(3년 약정 기준).

먼저 요금제부터 바꿨다. 기존의 완전 무제한에서 일정량 쓰면 전송 속도가 떨어지는 요금제로 변경했다(각각 8만원→5만원). 약정기간이 조금 남았지만 인터넷도 3만원짜리 요금제로 바꾸기로 했다. 서로 다른 통신사를 하나로 합치고, 친누나에게도 부탁해 셋이서 가족 결합 할인 서비스도 받았다(총 2만원). 그 결과, 통신비는 24만원에서 11만원으로 13만원 줄었다.

다음은 보험료(35만원)다. 보험을 효과적으로 가입하려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보통은 실손보험을 제외한 세가지 대표 질병(암·뇌혈관질환·심장질환) 중 어느 것을 우선할지를 결정한다. 여기서부턴 귀찮더라도 각 보험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령, 같은 암보험이라 하더라도 뇌출혈·뇌경색만 보장하고 중풍처럼 원인이 불명확한 질병을 보장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한씨 부부의 경우엔 아직 젊은 데다 양가 가족이 큰 질병을 앓은 내력이 없다. 따라서 실손보험을 제외한 기존 보험을 모두 해지하고 3대 질병을 두루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했다. 여기에 아이를 낳았을 때 한씨에게 사망보험이 일정 기간 적용되는 정기보험을 들었다. 이에 따라 보험료는 35만원에서 16만원으로 줄었다.

월 90만원씩 쓰던 비정기 지출은 좀 더 과감히 줄였다. 많은 이들은 경조사비를 쉽게 줄이지 못한다.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나 주변 분위기 등에 맞춰 축의금·부조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경조사비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형편에 맞게 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부부는 평균 25만원 정도 내던 경조사비를 15만원으로 줄였다.

의류·미용비도 절반(20만원→10만원)으로 줄였다. 젊고 신혼인 두 사람은 자신을 꾸미는 데 관심이 많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현실과 마주할 필요가 있다. 한씨 부부가 결혼 후 3년간 상당한 비용을 옷에 투자한 만큼 금액을 반으로 줄여도 한동안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여행·휴가비를 확 줄인 것(40만원→10만원)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해외여행은 한씨 부부의 재무상황이 나아지면 차차 생각해 보기로 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고정지출이 상당 부분 사라진 건 부부에게 위안이 됐다. 2차상담 기간 중 한씨 부부는 반전셋집에서 앞서 언급한 전세 빌라로 이사했고, 그러면서 월세(40만원)에 나가는 돈을 아낄 수 있게 됐다. 교통은 이전보다 불편하지만 인근 빌라 중 가장 저렴한 곳이었다. 묶여 있던 보증금(5000만원) 중 1000만원을 활용, 전세대출자금(1220만원)을 거의 갚아 대출상환금도 꽤 줄였다(165만원→95만원). 돈을 빌려준 친누나에게는 월 10만원씩 이자를 주기로 약속했다.

이제 계산을 마쳐보자. 한씨 부부는 1·2차 상담에서 총 253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65만원 적자에서 부부의 가계부도 188만원 흑자로 바뀌었다. 아직 한숨을 돌리긴 이르다. 지금부터 꾸준히 대출금과 누나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돈으로 다달이 원금을 갚는 데 쓸 수도 있겠지만, 효과적인 재테크로 돈을 불릴 수 있다면 더 빨리 변제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유의해야 할 점은 한씨 부부가 재테크를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초보자란 것이다. 자칫하면 애써 모은 투자금을 날릴 수도 있기에 섬세한 재무솔루션이 필요했다. 상환과 저축 중 어느 쪽이 한씨 부부에게 더 좋을
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