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

청소년극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은 일하는 청소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청소년극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은 일하는 청소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자전거 도둑」은 한국의 대표작가 박완서가 쓴 청소년 도서다. 10대 청소년 ‘수남’을 통해 1970년대 급속하게 근대화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부도덕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자전거 도둑」이 연극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으로 각색돼 무대에 오른다. 생계 유지를 위해 자전거 배달을 하던 1970년대 수남은 명품을 사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 배달을 하는 2019년 수남으로 재탄생했다. 수남과 주변 어른들의 부도덕성에 집중했던 원작과 달리 이번 공연은 수남의 친구들과 헬멧을 쓴 소년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의 날선 감정과 비정한 현실을 다룬다. 

지금껏 청소년극은 어른들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청소년의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이번 공연은 현실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일하는 청소년’으로 관점을 확대해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한다. 수남과 그의 친구들을 통해 청소년과 성인의 과도기인 10대 후반, 갑작스럽게 사회와 마주한 그들의 혼란스러움과 그들을 대하는 차가운 사회의 단면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김연주 작가는 “2019년의 ‘수남’이 가질 수 있는 욕망을 찾는 것부터 각색을 시작했다”며 “청소년 노동의 현실과 그들이 마주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노동은 그들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고 있는지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각색 의도를 전했다. 실험적인 연출가 윤한솔은 첫번째 청소년극에 도전한다. 그는 “어른의 시선과 말로 보이는 청소년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제대로 보지 않고 있었던 청소년의 실제 이야기를 그들의 말과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연출 의지를 밝혔다. 

배우들은 무대에 설치된 트랙 위를 쉴 새 없이 달리며 질주하는 청소년들의 뒤엉킨 감정을 표현한다. 또한 공연장의 사면을 채우는 영상 연출은 한결 풍성한 시각적 효과를 선사한다. 거리 위를 달리는 ‘우리 시대의 수남이들’의 모습은 보호장치 없이 사회 속에 뛰어든 청소년의 불안과 혼란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청소년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알고도 모른 척했던 차가운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11월 21일부터 12월 15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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