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주 변호사의 알쏭달쏭 부동산 법정 | 아파트 하자 문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아파트 하자를 둘러싼 분쟁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하자가 발견되면 입주일을 손꼽아 기다린 주민들로선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다. 건설사를 믿고 빚까지 내가며 전 재산을 맡겼는데, 불량품을 받은 셈이라서다. 해결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게도 법원으로 달려가 다툼을 벌이는 게 최선이다. 촘촘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아파트 하자에 숨겨진 법적 문제를 살펴봤다. 이동주 변호사의 알쏠당쏭 부동산 법정을 열어보자. 

하자 관련 분쟁 대다수는 입주자와 시공사 사이의 견해 차이에서 발생한다.[사진=뉴시스]
하자 관련 분쟁 대다수는 입주자와 시공사 사이의 견해 차이에서 발생한다.[사진=뉴시스]

“주민들은 분노한다. 건설사는 하자를 책임져라.”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에서 이런 내용의 플랜카드를 보는 건 어렵지 않다. 수십억원을 웃도는 강남권 최고가 신축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방송가 고발 프로그램이 틈만 나면 다루는 이슈가 바로 ‘하자 아파트’다.

TV에서 나오는 하자 아파트의 풍경은 이렇다.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지하 주차장에는 공사 장비와 자재들이 잔뜩 쌓여 있고, 계단과 엘리베이터 등은 공사판이 따로 없다. 집 안으로 물이 새거나, 곰팡이가 피는 경우도 숱하게 많다.

이런 하자는 입주자와 건설사간 분쟁으로 번진다. 입주자는 거액을 주고 아파트를 구입한 만큼 세심하게 집을 살피지만 시공사 입장은 다르다.  “시공상의 하자는 없었다”며 입주자의 생활습관을 문제 삼기 일쑤다.

입주민은 시공사를 ‘배째라식 대응’으로, 건설사는 입주민을 ‘과민반응’으로 치부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입주자가 법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하자’의 범위는 대체 어디까지일까. 시공사는 또 어느 수준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7조를 보자. 이 조항에서 하자는 ‘내력구조별 하자’와 ‘시설공사별 하자’로 구분된다. 내력구조별 하자는 ▲공동주택 구조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붕괴되는 경우 ▲구조 안전상 위험을 초래했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는 침하나 균열 등이 발생한 경우다. 이런 유형의 하자는 대체로 이견 없이 시공사가 책임을 진다.

반면 시설공사별 하자는 다르다. ▲건축물이나 시설물의 안전상 또는 기능상 부문에서 지장을 초래한 경우뿐만 아니라 미관상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해당한다. 어찌 됐든 둘 모두 하자고, 시공사는 이를 조치해야 하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 

미세한 시공 오차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럴 때 시공사는 “우리 책임이 아니다”면서 발뺌하는 경우가 많다. 시공사의 발뺌이 시작되면 입주자는 약자가 된다. 건축 전문가도 아닌데 하자 원인을 면밀히 따질 수 없는 노릇이다.

계속되는 하자 갈등

입주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순 없을까.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하자를 발견한 입주자는 시공사에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시공사는 15일 이내에 보수 처리를 해주거나 보수처리계획을 입주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여기엔 보수 결과도 포함된다. 

모든 하자가 이렇게 처리되는 건 아니다. 하자 부분별로 시공사가 책임지는 기간이 다르다. 가령 미장, 도배, 타일 공사 등의 하자는 입주일로부터 2년, 창문틀, 문짝, 창호철골 등 하자는 입주일로부터 3년 동안 책임지도록 돼 있다.

물론 이는 시공사가 ‘하자’라는 점을 인정했을 때의 경우다. 시공사가 하자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거나 하자임에 동의하고도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부터 입주자는 골치를 앓게 된다. 소송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다.

혹자는 ‘하자보수 보증금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이 제도는 시공사가 명백한 하자를 두고 조치를 하지 않을 때 입주자가 보증서 발급기관에 일정한 절차를 밟아 보증금을 받는 제도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하자보수 보증금을 예치해두고 있지만, 보증서 발급기관에서 청구금액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하자보수보증금이 있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일이 아니란 얘기다.

입주자와 건설사간 치열한 갈등을 조율하는 기관이 있긴 하다. 국토교통부 산하 ‘하자심사ㆍ분쟁조정위원회’다. 각계 전문가 50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하자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해 입주자와 건설사의 시간적ㆍ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입주자가 하자 분쟁을 접수하면 하자 여부, 하자 보수방법이나 보수 범위 등을 결정한다. 국토부가 정한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에 따라서다.

문제는 위원회의 결정이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점이다. 어느 하나라도 결정 내용에 불복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실제로 위원회에 접수된 연도별 분쟁 건수는 해마다 4000건 안팎으로 비슷했지만, 계류 중인 분쟁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6년 798건에서 2017년 1608건으로 대폭 늘었고 지난해(1502건) 소폭 줄었으나, 올해는 6월까지 2005건에 달했다. 위원회의 결정으로 해결하지 못한 분쟁이 점차 늘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하자가 실제 보수로 이어지기까지 수많은 난관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부쩍 늘어난 아파트 하자 분쟁

일부에선 “선분양 제도가 일반화된 한국 분양시장에선 고질병 같은 문제”라면서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지만, 이는 뜬구름 잡는 얘기다. 언제 우리나라에서 후분양 제도가 자리 잡을지 알 수 없다. 반면 소음이나 결로 등의 사소한 주택 하자는 지금도 수많은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아파트 하자 문제, 고질적인 문제로만 다룰 게 아니다. 

당장 입법 움직임과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물론 시공 완성도를 높이려는 건설업계 노력도 필수다. 언제까지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룬 입주자의 설렘을 분노로 만들 순 없는 일이다. 
이동주 변호사 djlee@zenlaw.co.kr
정리 :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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