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치솟는 서울 아파트 가격
20억원 훌쩍 넘는 아파트 정상일까
월급 등으로 본 아파트 가격의 문제점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서울시 아파트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기만 한다. 강북에서 20억원대 아파트를 보는 게 어렵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기댈 곳 없는 서민이다. 쥐꼬리만한 월급에 대출을 붙여도 서울에서 아파트 한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고가 아파트의 문제점을 직장인 김현민씨의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서울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며서 서민의 내집 마련은 더 힘들어졌다.[사진=뉴시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현민(32·가명)씨는 업무를 보기 위해 마포구를 들렸다가 깜짝 놀랐다. 이대역·대흥역 인근 부동산중개소에 붙어있는 아파트 가격이 15억원을 넘는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 뜨고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가격이 이렇게까지 치솟은 줄은 몰랐다.

실제로 거래가 되는지 궁금해서 들린 부동산중개소에서 들른 얘기는 더 충격적이었다. 부동산중개소 사장은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신촌그랑자이 아파트(84㎡·약 30평)는 최근 17억5000만원에 거래가 됐다”며 “분양가 7억원 후반에서 8억원 중반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가격이 10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의 규제로 신축아파트가 귀해지면서 그 아파트의 가격이 20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분양가가 6억원대 중반이었던 소형평수(59㎡·약 17평)의 가격도 두배 가량 올랐다”고 얘기했다.


중개소를 나온 김씨는 저절로 한숨이 쉬어졌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 집 문제는 가장 큰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김씨의 연봉은 3720만원이다. 서울시 직장인 평균 연봉 3783만원(2018년 연말정산 기준)보다 조금 적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아파트가격이 10억원을 넘는 이른바 ‘10억 클럽’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강남과 마용성 같은 특수한 지역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선호하는 84㎡(약 25평)의 아파트 중 10억원을 넘는 곳은 수없이 많다.

지난해 1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마곡동 힐스테이트의 현재 매매가격은 11억5000만원대다. 지난해 2월 실거래가가 10억원을 넘어선 영등포구 당산래미안아파트의 가격은 올해 10월 12억8000만원으로 치솟았다. 동대문구·종로구·동작구 등에도 매매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민이 서울에서 집을 사는 게 더 힘겨워졌다는 거다.

실제로 서울시 아파트의 10월 중위가격(아파트 매매가격 중 중간에 위치한 가격)은 8억7525만원으로 6개월 전인 4월 8억2574만원보다 4951만원이나 상승했다.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의 배율을 의미하는 PIR(Price to Income Ratio)는 지난해 2분기 9.9배에서 올 2분기 10.8배로 높아졌다. 올 2분기 기준 연소득이 4690만원인 중산층이 평균 5억500만원인 서울시 아파트를 매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8년이라는 의미다. 물론 연봉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다.

10억원 넘어선 강북 아파트

심교언 건국대(부동산학) 교수는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돈 있는 사람에게 더 유리해졌다”며 “자산이 많지 않은 서민은 서울에서 내집을 구하기 더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현민씨는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할 수 있을까. 언급했듯 김씨의 연봉은 3720만원, 직장은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은 영등포구 신길동이다. 김씨가 원하는 아파트는 84㎡ 규모에 신축된 지 10년 이내의 아파트다. 큰 변화가 없는 한 계속 살 생각이라서다. 김씨가 가진 자산은 반전세 보증금 4000만원이 전부다. 양가 부모님에게 1억5000만원 정도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서울 중심부에 있는 10억짜리 아파트는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를 모두 적용해 4억원을 빌려도 6억원이 부족하다. 반전세 보증금 4000만원과 부모님 지원금 1억5000만원을 탈탈 털어넣어도 4억1000만원이 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신길동 인근으로 눈을 돌려도 적당한 아파트를 찾기는 쉽지 않다. 75㎡(약 22평) 규모의 소규모 아파트도 매매가격이 5억원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참고: 대출 가능금액을 평가하기 위해 DTI(총부채상환비율)은 감안하지 않기로 했다.]

도심 중심부에서 비교적 먼 성북구나 은평구 응암동 부근에 있는 4억원대의 나홀로 아파트가 있다. 하지만 이를 사는 것도 쉽지 않다. 부모님의 지원금 1억5000만원과 김씨의 월세 보증금 4000만원에 LTV 40%를 적용할 때 빌릴 수 있는 돈 1억6000만원(원리금균등상환, 20년 만기)을 더해도 4000만원이 모자라다. 부족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신용대출 2000만원과 마이너스 통장 3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돈은 모두 끌어모아야 한다. 2억1000만원의 빚을 껴안는 건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전제다.

그렇게 집을 사도 걱정이다. 빚을 갚느라 생활이 허덕일 게 뻔해서다. 10월 기준 시중은행 9곳(이하 기준)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 2.58%를 적용했을 때 1억6000만원에 해당하는 원리금은 85만4000원이다. 여기에 신용대출 2000만원(연이율 3.406%)과 마이너스 통장 3000만원(연이율 3.836%) 까지 합치면 15만2000원(신용대출 5만7000원+마이너스 통장 9만5000원)의 이자가 추가된다. 2억1000만원의 빚을 껴안을 때 월 100만원 이상의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는 거다.

김씨가 집을 살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서울을 벗어나면 된다. 경기도 파주시나 남양주시, 인천시에는 2억원대 중반의 아파트가 많다. 게다가 경기도와 수도권은 부동산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서 벗어나 있어 LTV 규정이 60%로 완화된다. 주택가격의 6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일례로 파주시에 있는 매매가 2억7000만원의 아파트를 구입할 때 1억6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김씨도 주택담보대출(1억16000만원)에 반전세 보증금 4000만원을 더하면 2억원까지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양가 부모님에게 1억5000만원의 절반도 안 되는 7000만원 정도만 지원받으면 내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다. 물론 하루 2시간씩 걸리는 출퇴근 시간은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김씨가 84㎡대의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는 없다. 김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서민이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아파트 가격에 서민의 박탈감만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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