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PC 활용 전략

‘서비스형 PC’를 눈여겨보는 경영진이 늘고 있다. 서비스형 PC는 PC를 빌려준 이후에도 업그레이드, 소프트웨어 설치, 유지ㆍ보수, 폐기 등 모든 관리를 도맡아 해주는 서비스다. 더 친절한 ‘렌털 PC’로 보면 된다. 수십 수백대의 업무용 PC를 써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초기 투자비용도 적고 쓴 만큼만 돈을 내면 되니, 언뜻 효율적인 서비스처럼 들린다. 하지만 섣불리 도입을 결정했다간 큰코다칠 공산이 크다.

서비스형 PC 시장은 성장률은 높지만 리스크도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서비스형 PC 시장은 성장률은 높지만 리스크도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일상에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만지는 일이 부쩍 줄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PC를 대체하는 똑똑한 기기가 시장에 널려 있어서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할 땐 또 다르다. 스마트폰만으로 업무를 보는 기업도 있긴 하지만 몇몇 스타트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기업 환경에선 PC가 꼭 필요하다. PC가 이들 스마트기기보다 연산 능력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분실, 도난 등에 따른 보안 이슈도 문제다. 휴대가 간편한 스마트기기는 주요 기밀 데이터가 유출될 공산이 크다. 반면 PC는 기업마다 장기간 쌓아온 보안 노하우가 있다.

그만큼 PC는 업무에 쓰기에 적합하지만, 단점도 뚜렷하다. 특히 비용이 큰 부담이다. 성능 좋은 PC는 구입 가격이 만만치 않고, 유지ㆍ보수하는 데도 큰돈이 든다. 교체시기도 금세 온다. 더 좋은 성능의 PC가 또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운영체제(OS)나 소프트웨어도 따로 구입해야 한다. 직원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PC를 새로 사거나 파느라 골치 좀 앓은 IT 담당 직원이 적지 않은 이유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서비스형 PC (PC as a Service)’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서비스형 PC는 쉽게 말해 ‘렌털 PC’다. 단순히 기기만 빌려주는 게 아니다. 업무 환경에 따라 최적의 기기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폐기 관리까지 묶어서 제공한다.

가령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유지ㆍ보수를 시시각각 해준다. 기업이 일일이 업그레이드나 패치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장기간 수천대의 직원용 PC를 운용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유지ㆍ보수ㆍ관리에 별다른 인력과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건 엄청난 이점이다. 기업의 IT 조직이 다른 혁신 사업에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은 대부분 월정액으로 낸다. 여러 대의 PC를 한꺼번에 사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그렇다면 서비스형 PC를 본격 도입한 기업은 당장 성장가도를 걷게 되는 될까. 글로벌 IT 자문기관 가트너의 대답은 비관적이다. 가트너의 전망을 들어보자. “2022년까지 서비스형 PC 계약 중 80%는 중복 투자로 인해 예상 비용 절감과 인원 감축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비스형 PC가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효율적인 계약을 맺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서비스형 PC의 계약 형태는 대부분 ‘서비스 수준 계약(Service Level Agreement)’이다. 어떤 수준의 하드웨어와 서비스를 제공 받을지 단계별로 나누어져 있다.

서비스형 PC가 뜬다

고사양 PC를 제때 업그레이드 받는 건 어려울 게 없다. 좋은 성능일수록 생산성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업데이트는 얘기가 다르다. 부서 혹은 업무마다 필요한 프로그램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부서별로 일일이 다른 종류의 계약을 맺는 건 골치 아픈 일이다.

비용절감 효과를 확신할 수도 없다. 서비스형 PC 공급업체들의 마케팅 기법은 다음과 같다. “PC를 직접 구매해 3년간 따로 관리하는 것보다 우리와 3년간 계약을 맺는 게 비용이 10% 더 절감된다.”

하지만 이는 과장된 효과일 수 있다. PC를 샀을 때의 총 소유 비용은 기업이 아직 쓰지 않은 비용이다. 훌륭한 성능의 PC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세심하게 다루고, 프로그램 업데이트 없이 활용한다면 유지비용이 ‘제로’로 낮출 수 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PC가 고장이 날 때마다 새 PC를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PC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가파른 업그레이드 속도에 맞추지 못하다가, 자칫 경쟁사보다 생산성이 뒤처지는 것도 걱정이다. 서비스형 PC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전략은 없을까. 가트너의 조언은 세가지다.

첫째는 제공받을 서비스의 범위와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라는 거다. 비싼 돈을 주고 맺은 계약이 다 좋은 건 아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시기적절한 교체가 필요한 업무를 냉정히 따지고, 조직 내 필요한 서비스를 적절히 선택해야 한다.

목표를 정할 땐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직원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서비스형 PC 도입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생각보다 높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서비스형 PC는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 PC 제조업체들은 과거에도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은 적이 있다. 최근의 서비스형 PC는 ‘월정액’이라는 지불 시스템이 새롭게 추가됐을 뿐이다.

하나의 업체에만 매달릴 필요도 없다. 시장엔 서비스형 PC를 제공하는 기업이 여럿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각기 다르다. 이중에서 조직에 가장 적합하고 효율적인 제품을 찾아야 한다.

장기계약 피하라

두번째 조언은 조직 전체에 도입하기 전에 일부에만 시범적으로 도입하라는 거다. 1년 정도는 실험적으로 운용하는 게 좋다. 실험 그룹이 하나의 부서에만 집중되는 것도 곤란하다. 다양한 부서와 업무에 적용해 서비스형 PC의 긍정적인 효과를 파악해야 한다. 실험그룹에겐 ‘과거 지출 비용’ ‘사용자 만족도’ 등을 면밀히 조사해 기업 전체에 확산하기 위한 전략을 발굴해내야 한다.

합리적인 계약 기간을 설정하라는 게 세번째 조언이다. 장기 계약은 금물이다. 보통 PC 교체주기가 3년이니, 2~3년의 단기 계약을 맺는 게 좋다. 이 시장은 초기 시장이고, PC 관리를 둘러싼 환경은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서비스형 PC의 공급 업체들도 갈수록 매력적인 제품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장기 계약을 맺게 되면 이를 쓸 수 없게 된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해서 무작정 도입할 게 아니다. 서비스형 PC도 돌다리를 두들겨 봐야 한다. 
스테판 클레인한스 가트너 VP 애널리스트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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