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속 로봇, 서빙이냐 서브냐
매장 속 로봇, 서빙이냐 서브냐
  • 심지영 기자
  • 호수 364
  • 승인 2019.11.22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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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로봇의 미래

최근 외식업계가 본격적으로 서빙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롯데GRS는 지중해식 레스토랑 ‘빌라드샬롯’에 자율주행 로봇 ‘페니’를, 풀무원푸드앤컬처는 ‘찬장’과 ‘메이하오&자연은맛있다’에 ‘딜리’를 도입했다.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 고객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게 서빙로봇 도입의 이유다. 하지만 서빙로봇이 결국엔 ‘서브(대체인력)’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서빙로봇의 미래를 분석해봤다. 

자율주행 서빙로봇의 도입이 늘고 있지만 고객의 편의 증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사진=풀무원푸드앤컬처 제공]
자율주행 서빙로봇의 도입이 늘고 있지만 고객의 편의 증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사진=풀무원푸드앤컬처 제공]

# 평일 낮에도 사람이 북적인다는 지난 13일 오후 잠실역 롯데월드몰. 역에서 이어지는 지하 1층 입구로 들어서면 롯데GRS의 지중해식 레스토랑 ‘빌라드샬롯’이 나타난다. 입구에서 매장을 보면 매장이 양쪽으로 나뉜다. 오른쪽 매장에선 독특한 ‘점원’이 음식을 나른다. 자율주행 서빙로봇 ‘페니(Penny)’다. 흰색에 원통형 몸을 가진 페니는 조용히 매장 안을 움직였다. 페니는 두개의 트레이에 음식을 싣고 파란 불빛을 내며 테이블을 찾아다녔다. 

이날 페니는 입구와 가까운 4인용 테이블의 서빙을 맡았다. 샐러드·수프 등을 실은 페니는 무사히 테이블에 도달했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4인용 테이블의 안쪽에 앉은 손님 2명의 손이 페니의 트레이에 잘 닿지 않았던 거다. 손님은 몸을 테이블 바깥쪽으로 내밀고 음식을 놓치지 않도록 팔을 힘껏 뻗어 꺼냈다. 아슬아슬해 보였던 탓일까. 페니가 세번째로 해당 테이블에 도착했을 땐, 근처의 직원이 음식을 대신 꺼냈다. 연신 페니의 사진을 찍던 고객은 어떤 인상을 받았을까. 

# 식사를 마치고 9호선 한성백제역으로 향했다. 걸어서 20분 거리에 로봇이 서빙을 한다는 또 다른 매장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역 근처의 오피스텔 건물 2층 창문으로 노란 빛이 새어나왔다. 흐드러진 나뭇잎 장식이 인상적인 퓨전음식 레스토랑, ‘메리고키친’이다. 매장에 들어서니 테이블 사이를 오가는 직원은 한명도 없었다.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만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자리에 앉아 한참을 기다려도 물을 가져다주는 이도, 주문을 받으러 오는 이도 아무도 없었다. 테이블 위엔 메뉴판조차 없었다. 

푸드테크 기업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8월 ‘미래식당’ 콘셉트로 오픈한 이곳은 주문부터 서빙까지 전부 언택트(untact·비대면)로 이뤄진다. 이곳에서 주문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휴대전화에 배달의민족 앱을 설치한다. 앱에 접속하면 우측 상단에 QR코드 인식기가 있다. 인식기로 각 테이블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메뉴 주문 창이 나타난다. 주문부터 결제까지는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음식을 주문하니 얼마 후 음악소리가 들렸다. 자율주행 서빙로봇(딜리)이 오는 소리다. 메리고키친에는 두가지 로봇이 ‘일하고 있다’. 창가에서 음식을 나르는 레일로봇과 매장을 돌아다니는 보행로봇이다. 레일로봇은 벽면에 설치된 레일 위를 오가며 창가 쪽 테이블에 음식을 전달한다. 보행로봇(딜리)은 홀의 테이블을 담당한다. 

홀 쪽 테이블에 앉아 주문하면 딜리가 물·냅킨·앞접시·수저 등을 가져다준다. 직접 내려놓고 딜리의 ‘얼굴’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자리로 돌아간다. 로봇의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 피크 시간대엔 사람의 손이 필요할 듯했다. 다만 통로에 직원이 없어서인지, 테이블 4개가 찼지만 한적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 외식업계가 서빙로봇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최근 풀무원푸드앤컬처는 외식브랜드 ‘찬장’ 판교라스트리트점과 ‘메이하오&자연은맛있다’ 인천공항점에 서빙로봇 딜리를 설치했다. 렌털은 ㈜우아한형제들이 맡았다. 이중 ‘찬장’ 판교라스트리트점은 메리고키친처럼 언택트 식당으로 운영한다.

롯데GRS와 ㈜우아한형제들은 점진적으로 서빙로봇을 늘릴 예정이다. 롯데GRS 측은 “페니를 흥미롭게 생각하는 고객이 많다”며 “직원 또한 서빙 업무가 줄어들어 1석2조”라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도 “서빙로봇 사업의 목적은 각 매장에 최적화한 로봇을 매칭해 가게 운영 효율을 극대화 하는 것”이라며 “서빙로봇 상용화를 앞당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내세우는 서빙로봇의 목표는 ‘효율적인 운영을 통한 고객 서비스 향상’이다. 사실 점원은 서빙 외에도 테이블 정리·주문·안내 등 할 일이 많다. 로봇이 접시를 나르고 테이블을 반복적으로 오가는 단순 업무를 도와주면 점원으로선 접객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식당 내 서빙업무만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딜리 한 대가 1~1.5인분의 역할을 한다”며 “서빙로봇은 업주·점원·고객 모두에게 체험 이상의 편리함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서빙로봇 도입이 정말 ‘고객’을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로봇을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서빙로봇은 가게를 운영하는 업주에게 효율적인 도구”라며 “로봇 가격이 대당 1000만원대라 구입하기엔 부담스럽지만, 월 렌털비는 수십만원대로 합리적이다”고 설명했다. 인건비보다 같거나 적어 대규모 레스토랑이나 라운지에선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거다.

서빙로봇이 고객의 수고를 더 늘린다는 점도 모순이다. 지난 10월 작성된 빌라드샬롯 방문 후기에는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결국 사람이 서빙했다”며 “(트레이에서 음식을) 직접 받아 내리는 것도 별로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음식을 꺼내고 스스로 세팅해야 하는 절차를 번거로워 하는 이들이 있다는 거다. 시간이 갈수록 서비스 질이야 높아지겠지만 까다로운 고객이 그 차이를 얼마나 체감할지는 미지수다. 우아한형제들의 구상대로 ‘미래의 식당’에선 사람 대신 서빙로봇이 매장을 돌까. 지켜볼 일이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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