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피해 사건과 집단소송

국내에 집단소송 제도가 도입됐다면 다수의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사건이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사진=게이티미지뱅크]
국내에 집단소송 제도가 도입됐다면 다수의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사건이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사진=게이티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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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주민들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지난 여름 발생한 ‘인천 적수 사태’의 피해보상 처리 문제 때문이다. 현금보상액이 가구당 10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이 돈을 받으면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잃는다. 도시의 기본적인 인프라인 수돗물이 오염됐던 건 지자체의 무능함 때문이었는데, 억울하단 생각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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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의류건조기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100만원대의 고가제품인데도 먼지가 끼고 악취를 내뿜었다. 소비자들은 환불을 요구하며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위자료 10만원 보상’ 결정이 났다. 고작 용돈이나 받겠다고 신청을 한 게 아니었는데, 억울하단 생각이 마구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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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빚었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피해자들이 법정다툼을 준비 중이다. 불완전판매로 입은 손해를 배상받겠다는 건데, 초호화 로펌을 앞세운 시중은행과의 싸움이 순조로울지는 미지수다. 금융권의 투자위험 설명이 미흡했단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억울하단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와 기업의 목은 꼿꼿하다. ‘법대로 해도 별 수 없을 테니 법대로 해보라’는 식이다. 대형로펌을 앞세운 덕에 승소 가능성이 높고, 지더라도 소송에 참여한 몇몇만 보상해주면 끝이다. 

이런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바로 집단소송이다. 적은 수의 원고가 피해자를 대표해 소송을 제기해 승소로 이끌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들도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게 있으면 힘없는 국민들도 각종 불공정행위에 대항할 무기를 갖게 된다. 20년 전부터 꾸준히 입법 논의가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국회 문턱을 통과한 적은 없다. 한국의 사법체계에선 여전히 국민들만 을乙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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