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국정과제 집단소송법안 ‘임기만료 폐기’ 수순
文의 국정과제 집단소송법안 ‘임기만료 폐기’ 수순
  • 김다린 기자
  • 호수 365
  • 승인 2019.11.26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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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 법안은 국회서 낮잠 중 

“26건 발의, 1건 공포, 1건 개정안 통과, 12건 폐기, 12건 계류 중.” 집단소송 관련 법안의 초라한 국회 성적표다. 소비자 집단 피해사건이 매년 반복됐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은 쏟아졌지만 정작 국회 문턱을 제대로 넘은 건 한번 뿐이었다. 20대 국회 들어 계류된 12건의 법안 역시 정쟁에 묻혀 잊혔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집단소송 법안의 현재 상황을 취재했다.  

1998년부터 집단소송 관련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은 건 한건 뿐이다.[사진=뉴시스]
1998년부터 집단소송 관련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은 건 한건 뿐이다.[사진=뉴시스]

미국ㆍ호주ㆍ캐나다 등의 선진국엔 집단소송제도가 있다. 소송인이 여러명이어서 ‘집단’이란 이름이 붙은 게 아니다. 다수 피해자 중 대표가 소송을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구제받는 제도이기 때문에 ‘집단소송’이다. 집단소송제도는 당연히 여러개의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고, 보상규모가 커 불법행위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만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배상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집단소송제도를 들여오자는 목소리가 숱하게 많았다. 

이 제도가 입법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1998년 11월, 15대 국회 때였다. 증권 분야에만 한정해 집단소송제도를 적용하자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었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탓에 “자본시장을 건전하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발의됐지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16대 국회 땐 도입 여론이 거세졌고, 법안 발의도 3건으로 늘었다. 그러다 회기 종료를 앞둔 2003년 12월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제정됐다. 소송 대상을 증권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법안이 제출된 건 17대 국회 들어서였다. 2004년 12월 최재천 의원(당시 열린우리당)은 ‘집단소송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서 대표자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이길 경우, 나머지 피해자도 별도의 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똑같은 배상을 받게 하자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이 법안은 별다른 논의 없이 폐기됐다. 

이와 비슷한 법안이 18대 국회에서도 1건 발의됐지만 위원회 심사만 세차례 거치고 자동 폐기됐다. 19대 국회때 발의된 2건의 법안은 논의 절차도 없었다. 당시 금융권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이 있었음에도 ‘임기만료 폐기’의 수순을 밟았다.

집단소송 관련 법안 통과가 순탄치 않았던 건 재계가 ‘소송이 남발돼 기업이 피해를 본다’는 논리로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시행 중인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의 실례를 따져보면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시행된 건 2005년 1월이지만 첫 소송 제기일은 2009년이었다. 14년간 소송 건수는 10개, 확정 건수도 4개뿐이다. 남소濫訴를 막기 위해 소송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승소해도 모든 피해 당사자에게 배상액을 나눠줘야 하는 등 실익이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결과 발표, 라돈 침대 사태,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발암물질 생리대 등 다수 피해자가 동시에 발생한 사건이 숱하고,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법안 숫자(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 포함 12개)도 크게 늘었다.

문제는 이들 법안이 국회 소관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는 점이다. 본회의에서 언급된 적도 없다. 11월 29일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이들 법안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사실상 ‘임기만료 폐기’의 운명인 셈이다. 국회 법사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 운영 과제 중 하나로 선정돼 몇차례 발의가 있었지만 법안을 두고 제대로 논의를 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면서 “이번 회기에 집단소송법이 통과되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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