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밥그릇 논란과 오해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장비의 안전을 문제 삼았을 때 일부에선 이런 비판이 나왔다. “현장에선 갑질을 일삼으면서 당신들이나 잘하라”는 거였다. ‘월천기사’ ‘월례비를 요구하는 적폐’ 등 따가운 눈총도 받았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소형 타워크레인을 반대한다는 기사도 수없이 쏟아졌다. 과연 그럴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 노조는 상급단체 노조의 불합리한 일감 수주 행태를 비판했다.[사진=뉴시스]
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 노조는 상급단체 노조의 불합리한 일감 수주 행태를 비판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이전엔 없던 소형 타워크레인 규격안을 만들어 일말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된 데엔 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이하 타워노조)의 역할이 컸다. 타워크레인 관련 문제점들을 짚어내 국토교통부를 압박한 게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노조가 “소형 타워의 안전을 담보할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을 때, 일부에선 이런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월천기사(기사 월급이 1000만원 이상이라는 말)’들의 갑질이 더 큰 문제다” “기사들이 월례비 등 부당한 금품을 요구한다” “일감을 받기 위해 현장의 꼬투리를 잡아 협박하거나 떼로 몰려와 시위를 한다”는 등이다.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비판은 사실에 근거했던 걸까. 사실 이 질문의 답을 구하는 건 중요한 문제다. 일부 미디어를 통해 흘러나온 비판이 사실이라면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 규제가 노조의 잇속을 채워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다른 측면이 적지 않다. 

먼저 한국노총 타워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누구인지부터 따져보자. 이들은 장비임대사와 근로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월천기사’인지는 중요하지도 않다. 건설현장 고급인력의 임금 수준은 실제로 높다.[※참고 : 특수고용직(장비를 갖고 있는 개인사업자)이나 임대사업자는 노조원이 아니다.]

핵심은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부당한 월례비 등을 요구하느냐다. 월례비는 실제로 존재한다. 다만 이걸 ‘부당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월례비가 일종의 잔업수당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공사기간 단축이 곧 이익인 건설공사 현장에선 하도급건설사들이 공사를 밀어붙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건설업계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장이 돌아가면 당연히 타워크레인도 움직여야 한다. 그럼 잔업수당을 받아야 하는데, 문제는 타워 기사들의 임금은 일일 작업시간을 고려해 미리 책정된다는 점이다. 그 이상의 작업은 계약관계에 있는 임대사(일반기사와 계약)도 건설사(특수고용직과 계약)도 책임지지 않는다. 결국 실제 현장을 돌리는 하도급건설사에 잔업수당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월례비가 관행이 된 배경이 건설사의 공기단축인 만큼, 월례비가 100% 부당하다고 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일감 빼앗기가 진행 중인 건설현장.[사진=더스쿠프 포토]
일감 빼앗기가 진행 중인 건설현장.[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렇다고 문제가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 일감을 받기 위해 건설사에 으름장을 놓고, 떼로 몰려와 시위를 하는 등 기득권 노릇을 하고 있는 세력도 있다. 이들에겐 건설사들도 어쩌지 못하는 경우도 숱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실 건설현장이라는 게 꼬투리를 잡으려 하면 다양한 꼬투리를 잡을 수 있고, 이를 해결하려다보면 공사가 진행이 안 된다”면서 “머리채를 잡힌 것처럼 합의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타워노조 관계자는 “일부 사업자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건설현장에서 불합리한 노조활동을 하는 산별노조가 있다”면서 “노동부와 한국노총 총연맹 등을 통해 바로잡으려 하고 있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노총 웃옷을 입고 있으니 그들의 횡포로 인해 받는 이미지 훼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총연맹 차원에서도 바로잡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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