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신촌역 상권 괜찮나

서울에는 2개의 신촌역이 있다대학 상권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지하철 2호선 신촌역’과 7년간 제대로 된 영업조차 하지 못한 ‘경의선 신촌역’이다민자역사 경의선 신촌역은 2019년 회생절차를 거쳐 새 주인을 맞았지만 상권이 죽어가는 것을 걱정하는 상인들은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최근엔 새 주인 SM그룹이 물류센터를 이곳에 만든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경의선 신촌역 상권을 취재했다. 

2006년 문을 연 신촌역사는 10년 가까이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경의선 신촌역으로 향했다. 길이 직선으로 뚫려있는 탓에 바람이 불면 매서웠다. 대학가 상권인 신촌과 이대 사이에 있지만 대로 가까이에 있는 건물은 1층마저 비어 있는 곳이 많았다. 유리벽에는 대부분 임차인을 찾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불황에도 공사하는 건물은 대부분 오피스텔 빌딩이었다. 완공되면 저층에는 편의점이나 카페 등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신촌역로의 끝에 도착했다. 6층, 3만㎡(약 9000평) 규모의 경의선 신촌역이 있었다. 2006년 영업을 시작한 이곳은 2036년까지 민간이 운영할 수 있지만 7년 넘게 건물의 절반 이상이 텅 비어있다.

영화관이 있는 5~6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에서 패션몰 밀리오레가 영업했던 적도 있지만 옛날 일이다. 이대 상권과 맞물려 돌아갈 수 있었던 상점들은 자리를 모두 비웠다. 지금 남은 것은 ‘심령 스팟’처럼 언급되는 영화관이 전부다. 그나마 지난 3월 면세점이 문을 열었지만 사실상 영업은 중단된 상태다.

계단을 통해 건물을 올라가 봤다. 2층부터 4층까지는 시티플러스면세점이 유리와 철근 프레임만 남긴 채 내부를 비웠다. 가까이 가보니 ‘외부인 출입금지’ ‘사진 촬영금지’ 등을 알리는 안내문만이 눈에 띄었다. 개장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개점 휴업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건물에서 내려와 신촌역 플랫폼으로 향했다. 넓은 역 안에 사람은 많지 않았다. 계단을 내려와 신촌역사 앞에 섰다. 역으로 오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학가 사이에 있는 곳이지만 활기를 찾기는 어려웠다.

위치가 나쁜 곳은 아니다. 철도가 지나는 다리 아래를 건너면 곧바로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나온다. 서울 외곽에 있는 것도 아닌 데다 대학 상권까지 갖춰져 있다. 그런데도 부진한 경의선 신촌역 상권의 상황을 놓고서는 다양한 해석이 겹친다.

상가 전문가들은 ‘핵심 앵커’의 부재가 경의선 신촌역 일대 상권이 성장하는 걸 꺾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2호선 신촌역처럼 현대백화점이 있거나 홍대에 AK&이 있는 것처럼 대형 상업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신촌역사는 밀리오레가 빠져나간 뒤로 그만한 역할을 할 만한 상업시설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대 상권이 있긴 하지만 작은 상점의 군집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거다.
 
배차 간격만 30승객도 없는 역

또다른 이유로는 실질적으로 교통수단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철도가 꼽힌다. 경의중앙선 신촌역의 배차 간격은 평일 약 30분에 이른다. 지하철을 30분 기다려서 가좌역에 가는 것보다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비슷하거나 더 짧다. 굳이 역사를 이용할 만한 요인이 없으니 역세권임에도 사람이 몰리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번엔 신촌역사를 나와 회전교차로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차로 왼쪽에는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듯한 ‘신촌박스퀘어’가 있다. 총 3층으로 만들어진 공공임대상가다. 2018년 조성된 상가에는 길거리 노점상과 청년 창업 매장, 취업 지원 센터 등이 둥지를 틀고 있다. 분식이나 퓨전 음식 등을 팔고 한편에서는 가방이나 작은 소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다.

신촌역 인근 상인들은 신촌역사의 쓰임에 따라 상권이 더 죽을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안으로 들어가니 삼각형 모양으로 배치된 상점들은 자연스레 ‘중정(건물과 건물 사이에 만들어진 마당)’을 만들었다. 테이블과 의자도 놓여 있었다. 손님을 응대할 수 있는 입구가 안쪽에 몰려있어 안으로 들어가야 자리를 잡은 상가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상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유리로 안이 들여다보이는 휴게실도 있었다. 큐브 상점에서 음식을 사서 먹거나 시민의 휴식처로 사용되고 있었다. ‘멀티 박스’라고 불리는 곳이다.

상인들은 신촌역사의 미래를 궁금해하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부분 이대 거리에서 자리를 옮겨온 노점상인들은 서대문구청을 향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장사도 잘 안되는 데다가 신촌역사가 상가가 아닌 다른 시설로 개발이 될 것이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신촌박스퀘어의 입구에 자리한 한 상점 주인은 “이대 거리에서 장사할 때보다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며 “여기 들어와서 장사를 한 지 1년이 넘었는데 대학생들이 매출의 80%를 차지해 방학 때가 되면 장사를 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일대에 돌고 있는 소문에도 걱정거리를 털어놨다. 한 상인은 “SM그룹이 여기에 물류센터를 만든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사무실로도 쓴다고 하지만 직장인들이 관광객처럼 소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관광객이 줄어든 상황에 상업시설도 아닌 물류센터가 들어온다면 기존에 있던 상권과 연계되지 않아 침체 분위기가 깊어질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지자체는 계획 없나

SM그룹 측에서는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물류센터로 이용하는 방안뿐만이 아니라 다른 방안들도 생각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도가 연결된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미 민자역사 자체가 상업 용도로 이용되고 있고 정부가 기부채납을 받은 부동산이기에 용도를 변경할 수는 없어 선택지는 많지 않다.

상인들은 서대문구청이 신촌역사 개발과 관련해 묘책을 내놓길 바라지만 아직 서대문구청에서도 SM그룹에 제안한 것은 없다. 서대문구청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연계해 신촌동 주민센터 일대를 행복주택과 공공시설로 복합 개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상권 활성화와 관련한 계획은 아니다. 대학가에 자리한 경의선 신촌역 일대가 어떻게 탈바꿈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사람들의 사기를 꺾어 놓는 결말이 나오는 건 아닐까. 어두운 신촌역 일대에 ‘걱정’이 깃들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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