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규제 효과 있을까

소비패턴이 달라지면서 전에 없던 일회용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장기로드맵을 잇따라 발표하는 이유다. 지난 11월 22일에도 정부는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빨대ㆍ배송용 포장재ㆍ배달용기 등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부 정책은 실효성 없는 ‘도돌이표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도돌이표 같은 일회용품 규제책의 문제점을 취재했다.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혼자 사는 직장인 김형섭(34)씨는 배달앱을 자주 이용한다. 야근이 잦은 탓에 집에서 밥을 지어 먹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주일에 2~3번 밥을 시켜 먹다 보니 일회용품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면서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마다 뜨끔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배달음식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플라스틱 사용량 632만6000톤(t) 중 일회용 플라스틱이 8.5%(53만5000t)를 차지한 것도 배달음식 시장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짜장면 그릇을 수거해가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확대하면서 포장ㆍ배달 음식 용기를 단계적으로 다회용기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환경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지난 11월 22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 밝혔던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 대책’의 내용을 강화한 중장기 로드맵이다. 

로드맵의 골자는 이렇다. 먼저 대체가능한 일회용품 사용을 ‘제로화’해 2020년까지 일회용품 사용량을 35% 줄일 계획이다. 이를 근거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빨대ㆍ종이컵ㆍ배송용 포장재 등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빨대는 연간 사용량이 20억~24억개에 달하지만 그동안 자원절약과재활용촉진에관한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이 규정한 일회용품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용억제나 무상제공 금지 대상도 아니었다.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컵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빨대는 사용이 가능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번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2021년부터 업체들은 플라스틱 빨대를 무료로 제공할 수 없다. 2022년부터는 빨대 사용이 아예 금지된다. 당초 환경부가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빨대를 철폐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점을 감안하면 시기가 앞당겨진 셈이다. 

플라스틱컵(연간 47억개)만큼 많이 쓰면서도 규제는 받지 않던 종이컵(37억개)도 매장 내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종이컵은 플라스틱컵과 마찬가지로 재활용이 어려운 데도 매장 내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론 금지된다.

규제 밖 빨대도 ‘규제’ 

인터넷 쇼핑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쏟아져 나온 일회용 포장재(스티로폼 박스ㆍ비닐완충재ㆍ아이스팩 등)에도 제동이 걸린다. 환경부가 2020년까지 친환경 포장의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2022년부터 스티로폼 박스 대신 재사용 박스 사용을 확대하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하던 위생용품 이른바 ‘어메니티’도 사라질 전망이다. 50실 이상 규모의 숙박업체는 2020년부터 샴푸ㆍ린스 등 위생용품을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기에 담아 제공해야 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아직 법 시행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어메니티를 다회용기로 전환하면서 소비자 거부감을 줄이고,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히지만 실효성 논란도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히지만 실효성 논란도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정책은 “실효성이 의문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활을 앞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대표적이다.[※ 참고: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일회용컵 사용시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추후에 컵을 반납할 때 돌려받는 제도다. 2002년 도입됐다가 회수율이 저조해 2008년 폐지됐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부활(2022년)하면 커피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할 경우 소비자가 일정 보증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에 앞서 내년부터는 매장에서 마시던 음료를 테이크아웃할 경우에도 소비자가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현재로선 일회용컵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히지만 점주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박소영(31)씨는 “지금도 일회용컵에 음료를 주문하고 매장에 남아있는 고객을 내보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그런데 추가 비용을 지불하라고 하면 애초에 테이크아웃잔에 주문하고 매장에 머무는 고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시월 건국대(소비자정보학)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환경인식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모든 소비자의 인식이 개선된 것은 아닌 만큼, 업체에만 책임을 강요해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법안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과거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해소해 제도를 안착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장례식장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선 “일회용품 문제가 심각하다고는 하지만, 정신없는 상중에 설거지까지 신경써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정부가 장례식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란 점이다. 

환경부는 2014년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따라 조리ㆍ세척시설을 갖춘 장례식장의 경우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유족이나 상조회사에서 장례용품을 조달할 경우 장례식장측이 이를 막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일부는 실효성에 의문 

한국장례협회 관계자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유족들이 구입해서 사용하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세척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선 개보수를 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이 추진돼야 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노력은 꾸준히 지속될 전망이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필必환경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면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소비자가 많아진 만큼 기업들은 ‘소비가 보람되다’고 느끼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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