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맞벌이 부부 재무설계 下

가계 재무상황이 악화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개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과도한 신용카드 사용, 둘째는 예상치 못한 지출 발생이다. 40대 맞벌이인 차호진씨 부부도 가족여행 후 발생한 갑작스러운 사고로 재무상황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군다나 둘은 체면을 차리기 위해 소비를 하는 나쁜 습관까지 있었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차씨의 가계부를 들여다봤다.

수술비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은 가계 재무상황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상담을 신청하는 가계의 재무상황이 악화한 이유는 비슷비슷하다. 열에 아홉은 과도한 소비성향이 문제를 일으킨다. 소득을 웃도는 지출이 쌓이고 쌓여 사달이 나는 것이다. 그 배경엔 어김없이 신용카드가 있거나 예상치 못한 지출이 있다. 다른 하나는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지출로 가계 재무상황이 악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경우 여유 자금이 충분하지 않으면 대처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차호진(가명·46)씨와 이도은(가명·42)씨 부부는 후자에 속한다. 차씨 부부는 중소기업 차장(남편)과 대리(아내)로 일하는 맞벌이 가정이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은아(가명·17)와 중학교 2학년 은진(가명·15) 두명의 딸이 있다.


차씨 부부의 재무상황이 나빠진 첫번째 이유는 가족 여행이었다. 차씨는 올해 여름 통 큰 결정을 했다. 네 식구의 첫 해외여행으로 괌을 다녀온 것이다. 차씨는 “첫째딸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며 “고등학생이 된 딸아이가 대학입시 공부를 시작하면 가족여행이 힘들다고 생각해 무리해서 다녀왔다”고 말했다.

차씨 부부가 3박4일의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사용한 지출은 800만원이다. 부부에겐 열심히 모아둔 여유자금 900만원이 있었다. 하지만 부부는 여행비 전부를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무이자 할부라는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결과였다. 목돈을 한꺼번에 지출하는 것보다 할부로 결제하는 게 낫다는 판단도 있었다.

문제는 가족 여행을 다녀온 후 터졌다. 평소 허리가 좋지 않았던 장모님이 농사일을 하다 허리를 심하게 다친 것이다. 큰 수술을 받은 장모님은 한달 이상 입원을 해야 했다. 차씨 부부는 혼자 계신 장모님을 대신해 검사비·수술비·입원비·간병인 비 등 700만원을 책임져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한 첫째딸의 교육비 지출이 가파르게 늘면서 가계 재무상황이 더 나빠졌다. 차씨 부부가 오랜 고민 끝에 재무상담을 신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재무상황을 살펴보자. 차씨 부부의 월 소득은 634만원(남편 348만원·아내 286만원)이다. 자산으로는 5년 전 장만한 연립주택(서대문구 북아현동·현재 시세 3억원)과 예금 200만원이 있다.

지출 내용은 이렇다. 차씨는 각종 세금으로 월 21만원을 납부한다. 인터넷과 네식구의 통신비로 26만원을 지출한다. 식비 등 생활비는 110만원, 교통비 51만원이다. 차씨 부부의 용돈(각 50만원)과 두딸의 용돈(첫째딸 12만원·둘째딸 8만원)으로 120만원이 나간다.

소비성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두딸의 교육비 140만원이다. 과외비와 학원비를 합친 금액이다. 마지막으로 카드로 결제한 여행비 할부금 115만원이 있다. 차씨 부부는 소비성 지출은 모두 583만원으로 소득의 90% 넘는 돈을 사용했다.


비정기 지출은 총 130만원이다. 경조사비(10만원), 의류·미용비(30만원), 여행·휴가비(30만원), 명절비(10만원), 주유비·보험료·세금 등 자동차 관련 지출 50만원을 쓰고 있다. 금융성 상품은 가족의 보장성보험 90만원이 전부다. 장모님의 수술비를 마련하면서 기존에 유지하고 있던 적금 등을 모두 해지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씨 부부는 월 634만원을 벌어 803만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월 169만원 적자다. 흥미로운 점은 여행비 할부금 115만원을 제외하더라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차씨 부부의 재무문제는 장모님의 수술비 탓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적자 규모도 문제지만 차씨 부부에게 고등학생 자녀가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러웠다. 내후년 중학생인 둘째딸까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교육비는 더 늘어날 것이다. 노후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이럴 때 해결 방안은 지출은 줄이는 것밖에 없다. 일반적인 40대 가계는 지출구조를 유지하면서 아낄 곳을 찾는 게 정석이지만 차씨 부부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우선 1차 상담에서 과도해 보이는 부부의 용돈 40만원(각 20만원)을 삭감했다. 남편은 용돈의 대부분을 술자리를 갖는 데 쓰고 있었다. 아내도 부하직원과의 점심식사 등 각종 회식에 많은 돈을 사용했다. 이 돈을 과감하게 줄이기로 했다. 지금은 40대의 사회적 지위를 따질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여행·휴가비도 20만원 줄였다. 자녀들이 학업에 더 신경 써야 할 시기여서 여행은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게다가 월 10만원씩 1년에 120만원이면 국내 여행은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금액이다. 
차씨 부부의 지출 다이어트는 이제 시작이다. 용돈과 휴가비로 60만원을 줄였지만 월 적자는 여전히 100만원이 넘었다. 이 상태로는 차씨 부부의 2순위 재무목표인 노후준비는커녕 최우선 목표인 두딸의 교육비 마련도 어려울 수 있다.

가장인 차씨가 곧 50대에 접어든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자녀 교육비·노후준비 등 일반적인 가정도 풀기 어려운 재무숙제를 차씨 부부는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상치 못한 지출로 빨간불이 켜진 차씨 부부의 가계 재무상황은 개선될 수 있을까. 본격적 지출 다이어트의 내용은 다음편에서 자세하게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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