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윤호 변호사의 記錄] 가해자가 당신에게 바라는 행동
[노윤호 변호사의 記錄] 가해자가 당신에게 바라는 행동
  •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
  • 호수 366
  • 승인 2019.12.04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장 그만둔 7명과 그가 달랐던 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 근로자를 상담하다 보면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관련법이 시행됐음에도 회사에 신고하는 것이 망설여집니다.” 가해자의 폭언 등이 너무 괴롭지만 진흙탕 싸움이 될까봐 걱정하는 이들도 숱하다. 문제는 피해자의 이런 태도가 가해자가 가장 원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가해자가 당신에게 바라는 행동은 바로 ‘침묵’이란 거다. 노윤호 변호사의 記錄 세번째 편이다. 

노윤호 변호사는 “피해 근로자의 용기와 목소리가 세상을 바꾼다”고 말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윤호 변호사는 “피해 근로자의 용기와 목소리가 세상을 바꾼다”고 말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고 가정하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답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진흙탕 싸움’이 펼쳐질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가 의뢰인 분들께 꼭 드리는 말씀이 있다. “가해자가 가장 바라는 것이 바로 피해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는 자신의 우월적 지위, 관계, 영향력 등을 이용해 피해자를 괴롭히고 무력화한다.

피해자가 무력함과 두려움에 아무것도 못한다면, 가해자는 또다른 괴롭힘을 시작한다. 가령, 피해자가 회사에 알리지 않거나 신고하지 않고 묻고 넘어간다면 가해자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너는 역시 아무것도 못한다. 내 눈에 가시인 너 하나 날리는 것쯤 아무것도 아니다.”

물론 회사에서 사건을 공론화해도 피해 근로자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은 할 수 없다. 상처는 피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더 큰 타격을 입는 건 가해자다. 인사위원회에 불려가거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가해 사실이 알려질 수밖에 없어서다. 피해자를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경고나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회사가 자신을 지켜주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피해 근로자도 많다. 회사를 관둬야 할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는 이들도 숱하다. 하지만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고, 피해를 입증했음에도 회사가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한다면 충성을 바쳐 다닐 하등의 가치가 없을지 모른다. 직장 내 괴롭힘에 노출돼 장기간 겪어야 할 정식적 피해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목소리 내야 하는 이유

거듭 말하지만 피해자의 신고가 첫번째 해결방법이라면, 두번째는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이다. 혹여 회사가 지켜주지 못하더라도 두려움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지방의 한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상급 간호사의 수개월에 걸친 폭언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던 신입 간호사는 결국 가해자를 형사고소했다. 검찰은 언어폭력도 상해가 될 수 있다며 가해 간호사를 상해죄로 재판에 넘겼다.

이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피해 간호사가 형사고소하기 전까지 상급 간호사의 괴롭힘 탓에 병원을 관둔 간호사만 7명에 달했다. ‘그냥 묻고 가는 것’은 또다른 피해자를 만든다는 방증이다. 피해 근로자가 용기를 내어 신고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가해 간호사는 또다른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었을 것이다. 

2018년 방영된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선 이런 대사가 나왔다. “달걀로 바위 치기 같지만 놀랍게도 아주 가끔은 세상이 바뀐다.” 피해 간호사의 신고는 병원이라는 작은 세상에 경종을 울렸다. 또 폭언하는 가해 근로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도 남겼다. 세상을 바꾼 것이다. 당신의 용기가, 당신의 목소리가 바꿀 수 있다.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 yhnoh@aprillaw.co.kr | 더스쿠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동 12층 1202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양재찬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20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