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의 묘한 급증세

7만1000개(행정안전부ㆍ2019년 7월 기준). 국내 커피전문점 숫자다. 한집 건너 한집이라는 편의점(약 4만개)을 넘어선 지 오래고 창업의 대명사 치킨집(약 8만개)도 머지않아 따라잡을 태세다. 커피전문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이 시장에 뛰어드는 이들은 줄지 않고 있다. 왜일까. 흥미롭게도 이 질문의 답엔 창업시장의 세대교체와 스몰비즈니스란 두 함의가 숨어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커피전문점의 묘한 급증세를 취재했다. 

커피전문점 경쟁이 치열하지만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은 줄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커피전문점 경쟁이 치열하지만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은 줄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은 ‘커피 도시’다. 서울에 둥지를 튼 커피전문점만 해도 1만9463개(2019년 2분기)에 이른다. 2년 전(1만7048개)보다 2415개나 증가했다. 하루에 3개 이상의 커피전문점이 문을 연 셈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문 닫는 카페도 수두룩하다. 지난 1년새 1394개의 커피전문점이 문을 열었지만 847개가 폐점했다. 평균 영업기간이 2.5년에 그친 결과다. 그런데도 커피전문점 창업에 뛰어드는 이들은 줄지 않고 있다. 왜일까. 

커피전문점을 창업하는 이들이 줄지 않는 표면적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국내 커피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평균 353잔으로, 세계 평균 소비량 132잔의 2.7배에 달했다. 커피 없이는 못사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소비자의 절반 이상(53.5%ㆍ2017년 기준)이 “커피를 습관처럼 마신다”고 답했다. 

그 결과, 국내 커피 수입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 55만톤(tㆍ관세청) 규모이던 커피 수입량은 지난해 64만t으로 16.4% 늘었다. 현재 7조원(업계 추정치)에 달하는 국내 커피산업 시장이 2023년 9조원대로 성장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커피전문점 시장이 더 클 것으로 예상사는 창업자가 많은 이유다. 

베이비부머에서 2030으로 

편의점이나 음식점 대비 운영이 용이하다는 점도 커피전문점 창업에 쉽게 뛰어드는 이유로 꼽힌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커피 내리는 것 외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다른 창업 아이템과 달리 재고관리나 영업 전 준비과정이 어렵지 않다”면서 “오피스상권뿐만 아니라 생활상권에도 창업할 수 있어 입지 조건도 까다롭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덴 다른 이유도 있다. 무엇보다 창업시장을 이끌던 세대가 베이비부머(1955~1964년생)에서 2030세대로 교체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저가 커피전문점이 크게 늘어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4개사(투썸플레이스ㆍ앤제리너스ㆍ할리스ㆍ탐앤탐스)의 2015년 대비 2018년 점포수 증가율이 4.5%(2164개→2262개)에 그친 반면 저가 커피전문점 4개사(빽다방ㆍ컴포즈ㆍ더벤티ㆍ커피에반하다)의 증가율은 91.4%(865개→1656개)에 달했다(공정거래위원회ㆍ2018년 기준). 

독립 커피전문점 창업의 급증세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은 2017년 1만2723개에서 올해 2분기 1만4822개로 16.5%나 증가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같은 기간 7.3%(4325개→4641개)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커피에반하다 관계자는 “최근 개점 점포의 30% 이상이 20~30대 젊은 점주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창업시장을 주도하는 이들이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젊은 창업자들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이유는 ‘스몰 비즈니스’에 눈을 뜬 젊은층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경기침체ㆍ취업난ㆍ불안한 고용상황을 겪으면서 평생직장을 찾아 목매는 대신 일찌감치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이들이 증가했다는 거다. 잡코리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10명 중 1명(9.7%)은 “취업 대신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창업을 준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47.7%ㆍ복수응답)’였다. 취업난에 내몰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스몰비즈니스를 선택하는 셈이다.

창업시장을 이끌던 세대가 베이비부머세대에서 2030세대로 교체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창업시장을 이끌던 세대가 베이비부머세대에서 2030세대로 교체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와 달리 다양한 해외 경험을 쌓은 젊은층이 일찌감치 자신만의 스몰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커피전문점 창업자가 젊어진 건 커피문화가 발달한 유럽ㆍ베트남ㆍ일본 등의 나라를 자유롭게 경험해본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음악ㆍ미술ㆍ도서 등을 결합한 자신만의 커피전문점이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교적 창업과정이 쉬운 커피전문점이 성공의 지름길을 만들어주는 건 아니다. 젊은 사장님의 ‘나만의 카페’가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독립 커피전문점 초심커피(서울 영등포구)를 운영 중인 김주란(29) 대표는 “메뉴부터 인테리어까지 자율성이 보장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건 독립 커피전문점의 분명한 장점”이라면서도 “하지만 커피전문점 시장의 경쟁이 생각보다 훨씬 치열하다보니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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