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원한다면…

경영자라면 누구나 똑똑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혁신을 외친다. 하지만 조직 문화가 경영자의 혁신의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제아무리 스마트한 기술을 적용해도 말짱 꽝이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작업을 누가 이끌어야 하느냐다. 가트너는 “CIO의 책무”라고 말했다.

디지털 문화가 조직 전반에 퍼질 수 있게 돕는 건 CIO의 역할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문화가 조직 전반에 퍼질 수 있게 돕는 건 CIO의 역할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수 요소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사업 전체를 다시 구상하고 변형하는 건 조직 전체가 달려들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조직 문화가 제도를 정비하고 규정을 만든다고 뚝딱 조성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전환을 위해 필요한 건 뭘까. 많은 전문가들은 조직 문화를 바꾸는 작업이 선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압적 의사전달과 폐쇄적인 소통, 사내 편 가르기, 성과 위주의 업무 시스템 등의 문화에선 혁신이 제대로 될 리 없어서다. 디지털 문화의 이해와 접근도 없는 상황에서 혁신전략을 실행하면 실패확률만 높아질 우려도 있다. 조직 문화와 IT혁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란 얘기다. 

문제는 누가 이런 문화를 만드느냐다. 일반적인 기업의 조직 관리는 최고인사책임자(CHO)나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몫이다. 하지만 디지털 문화를 조직 내에 퍼뜨려야 하는 건 기업내 IT 리더인 CIO다. 글로벌 IT 자문기관 가트너의 전망을 들어보자. “2021년까지 CIO는 최고 인사책임자만큼이나 기업 문화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조직 관리에 능숙한 CIO가 많지 않다는 또다른 문제다. CIO는 어떤 자세로 조직을 관리해야 할까. 가트너는 CIO가 잊지 말아야 할 키워드로 세가지를 제시한다. ‘가치(Value)’ ‘마음가짐(Mindset)’ ‘습관(Practices)’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CIO는 조직의 가치를 파악해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는 기업 문화를 대표하고 조직의 비전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이 공유하는 행동원칙이다. 이 정도쯤은 어떤 기업에든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혹은 너무 오래 전에 설정해 현재 조직에 적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인간 중심’ ‘직원 행복’ 등 모호한 개념을 가치로 삼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 이런 유형이다. 문제는 기업의 가치가 조직원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가치는 조직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CIO는 다른 리더십 그룹과의 대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기업 가치의 우선순위에서 IT 혁신이 뒷전으로 밀려 있다면 이를 끌어올려 직원들에게 널리 공유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거쳐 수정된 기업 가치를 통해 직원들의 행동이 어떻게 바뀌어가는 지 파악하는 것도 CIO의 몫이다. 기업 가치를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밀어놔선 곤란하다. 

두번째 키워드는 직원들의 ‘마음가짐’을 바꿔놓는 것이다. 케케묵은 얘기 같지만 조직원의 마음가짐은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마음가짐은 크게 둘로 나뉘는데, 현재에 안주하는 ‘고착형 마음가짐(Fixed mindset)’과 미래를 향해 커가는 ‘성장형 마음가짐(Growth mindset)’이다. 

CIO는 조직원들이 성장형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성장형 마음가짐을 가진 직원은 잘 알고 익숙한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디지털 전환의 실패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CIO가 성장형 마음가짐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직원들은 도전에 실패한 다음에도 낙관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CIO는 소통방식도 바꿔야 한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오픈소스(무료로 소스코드를 공개해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수정하고 재배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대세로 자리 잡았듯, 직원과의 소통도 오픈소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세번째 키워드는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어떤 직원도 익숙한 것을 바꾸는 걸 꺼린다. CIO가 ‘바꿔야 하는 이유’와 ‘바뀐 뒤의 모습’을 꼼꼼하고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이유다. 업무에 중요한 기존 방법들을 통째로 무시하라는 건 아니다. 디지털 전환은 기존 시스템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은 기술이나 전략이 앞서는 게 아니다. 내부의 혁신문화가 우선돼야 한다. 내부 혁신은 기업문화와 사고방식의 전환이다. 문화가 갖춰지지 않으면 조직 내 디지털이 스며들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세가지 키워드를 강조해야 문화가 서서히 뿌리를 내린다. CIO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조직 문화, 이제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쟁력이라는 사실 말이다. 
수잔 애드냄스 가트너 VP 애널리스트 | 더스쿠프
정리=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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