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선택과 테슬라

올해 3분기 테슬라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차량 1대당 판매 마진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결과다. 하지만 오직 장사만으로 의미 있는 실적을 거둔 건 아니다. 구조조정과 원가절감을 통해 비용을 줄인 덕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이 테슬라의 배터리 공급사가 됐다. 좋은 걸까, 나쁜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달리는 테슬라에 올라탄 LG화학의 미래를 내다봤다. 

테슬라는 실적 개선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테슬라는 실적 개선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중국 상하이上海 테슬라 전시장에 중국에서 생산된 ‘모델3’가 모습을 드러냈다. LG화학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진 전기차였다. 지난 8월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할 모델3에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외신의 보도가 사실로 확인된 셈이었다.

LG화학이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국내에선 “LG화학이 중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높일 계기가 마련됐다” “LG화학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다”는 등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테슬라와 파나소닉의 오랜 파트너 관계가 조금 흔들리는 국면에서 LG화학이 파나소닉을 대체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LG화학으로선 분명한 호재였다. 테슬라가 글로벌 전기차 업계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팔아치운 업체도 테슬라(판매량 24만5240대)다. 올해도 25만7082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1위(16%)를 지키고 있다. 

 

LG화학의 현지생산능력을 걱정할 필요 없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 회사는 2015년에 이미 중국 난징南京에 약 3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를 갖췄다. 연간 전기차 5만대에 장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2023년까지 2조원가량을 투자해 인근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테슬라를 고객사로 선택한 건 LG화학에 나쁜 선택이 아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이 증설을 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사실이라면 LG화학으로선 또 하나의 호재를 거머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독배를 들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테슬라가 시장을 이끄는 선두주자인 것은 맞지만 아직은 신뢰하기 힘들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테슬라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모델3의 판매량 감소 ▲미중 무역전쟁과 이로 인한 중국 시장에서의 불확실성 ▲유럽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본격적인 전기차 출시 등이 테슬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적 우려도 숱하다. 올해 3분기 테슬라는 매출 63억300만 달러, 영업이익 2억6100만 달러, 순이익 1억4300만 달러로 1·2분기 연속 적자를 딛고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연간 실적은 여전히 ‘마이너스(3분기 누적 영업손실 4억2829만 달러)’다. 2004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15년간 순이익을 낸 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높지 않다.

오죽하면 “테슬라는 연료 대신 돈을 태운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 참고: 테슬라는 2015년 7억1663만 달러, 2016년 6억6734만 달러, 2017년 16억3209만 달러, 2018년 3억8807만 달러의 영업적자를 냈다.] 

테슬라가 인력 구조조정을 꾀하는 등 비용절감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LG화학에 부담요인이다. 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LG화학이 테슬라와 손을 잡는 과정에서 썩 좋지 않은 계약조건을 받아들였다는 뒷말이 나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참고: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 시장점유율은 2014년 20.0%에서 올해 3분기 12.7%로 7.3%포인트나 떨어졌다.] 

비용절감 서두르는 테슬라


LG화학 관계자는 이런 루머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LG화학이 테슬라 배터리 공급사가 됐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 다만, LG화학은 명실상부한 전기차 배터리 선도업체다. 고객사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하고 이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건 당연한 과제다. 우리가 제품경쟁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나쁜 조건에 수주를 하겠는가.”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가능성과 우려가 공존한다. 달리는 전기차 선두업체에 올라탄 LG화학의 선택은 과연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축배냐 독배냐, LG화학이 갈림길에 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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