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페 vs 블프 할인정책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가 진행될 때마다 똑같은 지적이 쏟아진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블프)를 표방하면서 생겼지만, 참여업체들은 적고 할인율도 낮다는 거다. 이번 블프와 코세페의 TV 할인율을 비교해봤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한 점은 블프 할인율은 공개돼 있는 반면, 코세페 할인율을 정확히 아는 이들은 없었다는 거다. 한국 소비자들이 괜한 불만을 갖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코세페와 블프의 할인정책을 다르게 적용하는 이유를 취재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선 열띤 TV 할인경쟁을 펼쳤지만 국내에선 할인경쟁은커녕 할인정보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선 열띤 TV 할인경쟁을 펼쳤지만 국내에선 할인경쟁은커녕 할인정보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한국 소비자만 봉이 된 느낌이다.” 미국 최대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블프ㆍ11월 29~30일)를 전후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서 최대 50%까지 TV 가격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나오자 누리꾼들이 댓글을 통해 보인 반응이다. 기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현지에서 불꽃 튀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었는지 몰라도 이를 접한 한국 소비자들의 심기는 꽤 불편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11월 1일부터 22일까지 3주간 진행된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놓은 TV 가격정책과 비교해보면 한국 소비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충분하다. 미국 블프 시즌마다 한국인들이 삼성과 LG의 가전제품을 해외직구로 구매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코세페든 블프든 중요한 건 얼마나 할인을 해주느냐다. 그런데 블프에 제공된 TV의 할인율은 코세페 TV 할인율보다 2배가량 높았다.[※참고: 이 할인율은 유통업체마다 달라지는 할인율이 아니라 제조사의 가격할인 정책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운영하는 미국 공식사이트에는 제품별 할인율이 공개돼 있다. 반면 코세페 당시 양사는 “유통업체마다 공급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공급가를 말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기존 가격이나 할인율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았다.]

먼저 블프 할인율부터 보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사이트에 게재된 TV의 평균 할인율은 각각 33.9%와 32.1%였다. 평균은 33.0%다. 각사 주력상품인 QLED TV와 OLED TV 기준으로는 각각 39.2%와 31.8%였다. 

 

연말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가 대량으로 역수입된다.[사진=뉴시스]
연말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가 대량으로 역수입된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에서 가장 할인율이 높은 TV는 ‘82인치 Q900 QLED Smart 8K UHD’ 모델과 ‘75인치 Q60R QLED Smart 4K UHD’ 모델로 할인율은 50.0%였다. 최신형 8K TV도 반값에 내놓은 거다. 두 모델의 할인 후 가격은 각각 4999.99달러(약 592만원ㆍ할인 전 1184만원)와 1499.99달러(약 177만원ㆍ할인 전 약 355만원)였다.

블프 33%, 코세페 10%대

LG전자에서 가장 할인율이 높은 TV는 ‘82인치 4K UHD AI ThinQ’ 모델과 ‘65인치 4K Nano 8 UHD AI ThinQ’ 모델로 할인율은 46.6%였다. 두 모델의 할인 후 가격은 각각 1599.99달러(약 189만원ㆍ할인 전 355만원)와 799.99달러(약 94만원ㆍ할인 전 177만원)였다. 반면 코세페 TV의 할인율은 10%대에 불과했다.[※참고: 앞서 밝힌 것처럼 양사가 정확한 공급가격이나 할인율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코세페 할인율은 각 사의 공식입장과 복수의 가전제품 유통업체 관계자들의 설명 등을 종합한 수치다.] 

당시 삼성전자는 QLED TV 3종(55ㆍ65ㆍ75인치 Q89RAFXKR)과 UHD TV 3종(55ㆍ65ㆍ75인치 NU7050FX KR) 등의 모델을 할인 판매했다. 삼성전자 측은 정확한 할인 모델도 할인율도 명시하지 않았다. 복수의 가전제품 유통업체 종사자들은 “당시 판매한 기준으로 보면 할인율은 많아야 5~10% 수준이었다”고 답변했다.

비교적 정보가 공개된 LG전자는 코세페에서 65인치 OLED TV 2종(B9GㆍB9B 모델)과 신제품인 75인치 UHD TV 1종(UM7100KNB 모델) 등 총 3가지 모델을 할인 판매했다. 65인치 OLED TV 가격은 399만원, 75인치 UHD TV 가격은 239만원이었다. 

당시 LG전자 측은 “출하가격 기준 최대 20% 이상 할인된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일반적으로 출하가격은 매장 판매가격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할인율은 이보다 낮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실제 판매가격을 감안해 OLED TV 할인율을 약 16%로, UHD TV 할인율은 약 8% 수준으로 계산했다. 이들에 따르면 평균 할인율은 14% 수준이다. 

중요한 건 그래 봐야 블프 할인율의 절반도 안 된다는 거다. 심지어 코세페에서 할인된 가격보다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TV의 할인 전 가격보다도 높은 경우도 있다. 일례로 LG전자의 OLED TV B9G 모델은 코세페 할인 가격이 399만원이지만, 블프 할인 전 가격이  296만원이다. 할인 전 가격이 무려 100만원이나 싸다. 할인 모델도 블프가 훨씬 다양했다. 블프 할인 모델은 미국 사이트에서 확인한 것만 삼성전자가 47개, LG전자가 35개였다. 

미국선 제조사도 할인

왜 이처럼 국내 소비자들은 미국 소비자들처럼 대우를 못 받는 걸까. 양사 관계자는 이런 반론을 펼쳤다. “미국 시장 TV는 주로 멕시코에서 만든다. 따라서 생산단가가 국내보다 싸다. 규모의 경제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시장이 훨씬 크기 때문에 할인율도 대폭 낮출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유통사가 직접 매입해 판매하다보니 재고를 줄이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을 내놓기도 한다. 따라서 할인율 차이는 어쩔 수 없다.”

이런 주장을 십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국내 소비자가 미국 소비자에 비해 홀대를 받은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공급가나 할인율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할인 모델 개수도 극명하게 적었다. 

“규모의 경제”를 주장하는 양사 관계자에게 “시장이 크니까 할인율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를 역으로 적용해 할인율이 높여 시장을 키울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관계자는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고 답했다. 코세페 할인율을 높이는 건 유통사의 의지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서 자체 할인 정책을 펼쳤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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