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매상의 이상한 반기

중고차 성능점검제도는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좋은 제도다. 하지만 제도 안착을 위해선 손봐야 할 게 많다. 편법적인 성능점검으로 인해 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6월 국토교통부는 성능점검업체의 보증보험가입을 의무화했다. 그러자 중고차 매매상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유 있는 반기일까.
 

중고차 시장은 규모가 크지만,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없는 시장으로 남아 있다.[사진=연합뉴스]
중고차 시장은 규모가 크지만,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없는 시장으로 남아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국내에서 거래된 중고차는 약 377만대(국토교통부)였다. 신차 판매 규모가 연간 180만여대인 걸 고려하면 1.6배가  큰 시장이다. 애프터마켓 규모 역시 30조원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 전체(약 150조원)의 20%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중고차 시장은 낙후돼 있다. 허위 미끼매물로 고객을 유혹하는가 하면 성능점검기록부나 주행거리를 조작하기도 한다. 가짜 딜러가 판치고, 일부 중고차 딜러들의 호객 행위는 강매를 넘어 때론 폭력적이다. 이런 시장에서 품질보증이 될 리 없다. 중고차 시장 내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려는 노력들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믿고 구매할 수 있게끔 확고한 신뢰를 심어 주지 못해서다. 

그런 면에서 ‘중고차 성능점검제도’는 소비자 신뢰도를 높여주는 좋은 제도다. 10여년 전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세계 유일무이한 품질보증시스템인데, 중고차 매매업자가 성능점검기록부를 발급해 기록 내용을 1개월 또는 2000㎞까지 보증해주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성능점검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었다. 현재 성능점검은 지정정비업체,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 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 등 3개 기관(원래는 교통안전공단 포함해 4개 기관)이 맡고 있다. 문제는 3개 기관 중 성능점검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이 지정정비업체들이고, 이들 중엔 중고차 단지와 결탁돼 있거나 중고차 판매자의 친인척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이런 맹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성능점검업체들의 보증보험가입을 의무화했다. 보증보험을 이용하면 중고차 성능점검기록부가 실제 차량 상태와 달라 소비자에게 손해가 생겼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직접 보상해준다. 공식적인 성능점검기관인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가 회원사에 보증보험을 의무화한 것에 착안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보증보험가입을 의무화하자 중고차 업계의 반발이 적지 않다. 딜러들은 “보증보험료가 중고차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차량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을 성능점검업체에 넘길 수 있는 보증보험가입 의무화 방침은 딜러들이 반겨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반발하는 건 중고차 딜러들이 성능점검업체를 겸업한다는 방증이다. 오히려 성능보증 주체가 성능점검업체니까 보증보험료는 성능점검업체가 부담하게끔 하자고 주장하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 

한편에선 “이미 정기점검이 있는데 무슨 성능점검에 보증보험까지 해야 하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기점검은 환경적인 면에 집중돼 있고, 형식적인 면이 강하다. 중고차의 품질을 보증해줄 수 있을 정도의 성능점검과는 다르다. 따라서 성능점검을 이중규제로 몰아가기엔 무리가 있다.  

물론 보증보험 의무화가 완전무결하다는 건 아니다. 보증보험이 보험사의 새로운 먹거리가 돼 무리한 영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예컨대 대규모 보증보험 계약을 따내기 위해 업체와 뒷돈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를 위한 정책은 보험사 배만 불리는 구조로 바뀔지 모른다. 따라서 관계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보증보험가입 의무화의 궁극적 목표가 중고차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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