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과금 시스템 계승하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로 또다시 ‘대박’을 터뜨렸다. 13년 전 PC게임을 모바일로 옮긴 ‘리니지2M’을 즐기기 위해 사전예약 단계에서만 수백만명이 몰렸다. 문제는 리니지 시리즈의 악명 높은 과금 시스템도 그대로 계승됐다는 점이다. 아니, 한층 더 진화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리니지2M의 과금 요소를 하나씩 들춰봤다.

리니지2M이 과도한 과금 시스템으로 이용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리니지2M이 과도한 과금 시스템으로 이용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3대 게임사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 지금의 이 회사를 있게 한 건 최대 흥행 IP(지적재산권)인 ‘리니지’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례로, 2017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M’은 출시한 이래 지금까지 단 한번도 국내 게임앱 매출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습니다(안드로이드 기준).

이랬던 리니지M이 1위를 내준 건 지난 11월 27일 아우뻘인 ‘리니지2M’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입니다. PC게임 리니지2를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인데, 국내 최대 규모인 738만명이 사전예약을 신청하면서 기대감을 모았습니다. 리니지2M은 출시한 지 4일 만에 리니지M을 누르고 안드로이드 앱 매출 1위에 올라섰죠.

‘대박’을 터뜨린 리니지2M의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요? 혹자는 어린 시절 리니지2를 즐겼던 이용자들이 리메이크작인 리니지2M으로 대거 복귀했기 때문으로 풀이합니다. PC버전보다 화려해진 그래픽과 방대한 콘텐트도 흥행 요소로 꼽습니다. 하지만 이는 순진한 생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에선 이미 “리니지2M에 탑재된 정교한 과금 시스템이야말로 1등공신”이란 얘기가 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리니지2M의 특징부터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 게임의 장르는 다중사용자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으로, 게임 속 캐릭터를 사냥과 전투로 성장시키는 게 MMORPG의 주요 즐길거리입니다. 그렇다보니 게임 이용자들은 자연히 캐릭터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아이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MMORPG 게임들은 아이템을 강화하거나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것들을 유료로 구입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게임사들의 주요 수입원이죠. 하지만 원하는 아이템을 한번에 얻기는 어렵습니다. 유료 아이템에는 실제 획득할 수 있는 확률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꽝’이 나올 수 있다는 거죠. 이런 아이템을 ‘확률형 아이템’이라고 부르는데, 리니지2M도 확률형 아이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리니지2M을 제대로 즐기려면 매달 수십만원의 돈을 써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리니지2M을 제대로 즐기려면 매달 수십만원의 돈을 써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문제는 리니지2M에선 숱한 돈을 쓰고도 꽝이 나올 확률이 무척 높을 거란 점입니다. 전작인 리니지M만 봐도 그렇습니다. 리니지M에서 3만3000원을 주고 사는 ‘고급 드래곤의 다이아몬드 상자’는 개봉할 때 확률형 아이템을 1개 제공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전설’ 등급 아이템들의 획득률은 다 합쳐도 0.00312%에 불과합니다.

계산기를 두드려볼까요? 전설 등급 아이템 1개를 얻으려면 10억5768만3000원을 써서 3만2051개의 상자를 열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리니지2M도 비슷한 확률형 아이템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니지M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니지에서 아이템 하나 건지려다 집문서 날렸다”는 농담이 나올 법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리니지2M은 리니지M보다 한발 더 나간 과금요소를 도입했습니다. 바로 ‘클래스 뽑기’입니다. MMORP G에서 캐릭터는 다양한 직업을 고를 수 있는데, 리니지2M은 이 직업을 유료로 뽑는 아이템(1회 3300원·11회 3만3000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템을 사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 캐릭터가 성장하면 직업을 고를 수 있습니다만, 클래스 뽑기로 직업을 얻은 사람보다 성장 속도가 뒤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확률형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뽑힐 확률이 존재한다는 점도 논란이 될 요소입니다. 이밖에 리니지2M에는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유료 아이템이 즐비합니다.


리니지2M의 흥행비결

이런 공격적인 과금 시스템으로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게임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입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유료 아이템을 사지 않아도 게임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리니지 시리즈는 캐릭터의 성능이 조금만 차이가 나도 그 체감효과가 매우 큰 게임으로 유명합니다. 최근 리니지2M을 방송하기 시작한 유튜버는 “캐릭터를 육성하는 데 한달에 55만~60만원씩 쓰고 있다”면서 “이 정도는 결제해 줘야 다른 이용자와 경쟁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전작 리니지M을 살펴보면 소비자들이 리니지를 즐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리니지M의 1인당 월평균 지출금액은 19만3000원으로 게임앱 중 지출액이 가장 많았습니다. 매달 수십만원씩 돈을 쓰지 않으면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기 어렵도록 게임 난이도가 설정돼 있다는 겁니다.

과도한 결제를 막기 위해 국회에선 2016년 5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게임사를 견제할 유일한 수단이지만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법안은 폐기됐고, 지금은 게임사들이 자율적으로 확률을 공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죠. 

새 게임 출시할 때마다 돈방석

어쨌거나 이런 시스템 덕분인지 엔씨소프트는 새 리니지 게임을 출시할 때마다 돈방석에 앉았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리니지M(2017년)을 서비스하자 2016년 9835억원이었던 엔씨소프트 매출은 이듬해 1조7587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287억원에서 5850억원으로 77.9% 증가했습니다. 이제 매출 ‘2조 클럽’ 입성을 꿈꾸고 있는 엔씨소프트에 전작보다 과금 요소가 많은 리니지2M은 꿈을 이뤄줄 ‘황금알 낳는 거위’와 같습니다.

이 게임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벌써부터 인터넷 상에 리니지2M에만 수억원을 결제했다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가상의 현실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는, 그렇지 않으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리니지2M의 흥행이 마냥 달갑지 않은 이유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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