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피해자에게 책임 묻는 게 정상인가”
“DLF 피해자에게 책임 묻는 게 정상인가”
  • 강서구 기자
  • 호수 368
  • 승인 2019.12.16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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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대순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

금융감독원이 지난 5일 대규모 손실 사태로 논란이 된 파생결합펀드(DLF)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발표했다.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40~80%를 배상하라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분조위 결과가 분쟁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유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뭐가 문제인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이대순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변호사)를 만나 분조위 결과가 낳은 논란을 물어봤다.

금융감독원이 DLF 사태 분쟁조정결과를 발표했지만 피해자의 불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 8월 DLF 사태가 터진 이후 분쟁조정위원회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4개월여 걸렸다. 사건 해결 속도가 빨라 보인다.
“그렇다. 일반적인 사건과 비교하면 사건 처리 속도가 3배 정도 빠르다. 상품설명서등 핵심증거가 빨리 드러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 아쉬움은 무엇인가.
“금융감독원은 상품판매과정뿐만 아니라 상품의 설계와 제조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고발절차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 시민단체에서 우리은행을 사기판매혐의로 고발한 것도 진척이 없어 보이는데.
“그렇다. 고발인 조사를 받을 때만 해도 검찰에서 피해자 고소는 언제 할 거냐고 물어볼 정도로 수사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검찰개혁으로 검찰 금융조사부를 없앨 수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수사가 주춤해진 상태다.”

✚ 금감원이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발표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손실의 40~80%의 배상할 것으로 결정했다. 분조위에서 80% 배상을 결정한 건 전례가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80%가 적용되는 사례가 난청이 있는 치매환자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경우는 40~55% 수준의 보상만 받을 수 있을 뿐이다. 다른 피해자의 배상비율은 떨어질 수 있다.”

✚ 왜 그런가.
“분조위에서 언급된 6건은 피해자그룹에서도 피해 정도가 심한 것들이다. 게다가 금감원은 다른 피해자의 배상문제를 은행과 피해자가 자율적으로 조정해 결정하라고 밝혔다. 실질적인 배상비율이 40%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 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질지 의문인데.
“그렇다. 분조위의 80% 배상 결정은 DLF 피해자에게 ‘나도 높은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할 것이다. 이런 기대감은 조정 과정의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나도 높은 비율로 배상을 해달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어서다.”

✚ 분조위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피해자가 선택할 방법은 무엇이 있나.
“매우 애매해졌다.”

✚ 무슨 의미인가.
“과거 동양 CP 사태 땐 분조위 결과를 받아들이는 한편 금감원의 검찰고발에 따른 재판 결과를 지켜보자는 투트랙 전략이 가능했다. 언급했듯 DLF 사태는 아직 고발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문제는 분조위 결과를 받아들이면 민사소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가 없으면 분조위 배상액이 전부일 수 있다는 얘기다.”

✚ 그렇다면 피해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분조위를 거쳐 나온 배상비율이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면 받아들이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민사소송으로 배상비율을 따져볼 필요가 있는 만큼 검찰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 문제는 소송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재판 결과가 나오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 않나.
“피해자가 돈을 달라고 제기하는 소송은 길게 이어지기 힘들다. 1심에서 이기면 가집행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 1심에서 이겨도 은행이 배상하지 않고 상고하면 그만 아닌가.
“그렇지 않다. 1심에서 은행이 지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 이는 은행에도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1심이 얼마나 빨리 끝나느냐가 문제다.”

✚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해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불완전판매 손해배상소송과는 다르다. 불완전판매는 판매과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판매과정은 물론 상품의 설계·제조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이런 점이 인정되면 판매과정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 상품 자체의 문제점을 이유로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긴가.
“그렇다. 상품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사기성 상품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금융당국이 강조한 투자자 자기책임이 DLF 사태에도 반영됐다.
“사기사건에서 피해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건 어불성설이다. 피해자가 위험성을 알고 있었는지 투자경험이 있었는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은행을 보호하려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꺼내든 핑곗거리가 자기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대순 공동대표는 “DLF 사태는 상품의 문제점이 밝혀진 사기사건”이라고 꼬집었다.[사진=뉴시스]

✚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보다는 은행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건가.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금감원에 맡기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이 납부한 출자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금융회사 친화적일 수밖에 없다. 막말로 은행보다 은행을 더 걱정한다.”

✚ 소비자보호를 위한 독립기구가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 독립기구가 필요하다. 독립기구의 설립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사안이기도 하다.”

✚ DLF 사태의 중심에 있는 두 은행의 수장을 징계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징계는 연임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연임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은 징계하지 않겠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은행의 입장에서는 징계를 받을지도 모르는 수장을 연임시키는 건 징계권자인 금융당국보다 더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연임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건 금융당국과 어떤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 은행이 DLF 사태가 터지자마자 분조위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본다.”


✚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를 막겠다던 금융당국이 한발 물러났다.
“그렇다. 강력하게 얘기하더니 슬그머니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근본적인 문제는 고위험상품이 아니다. 구조가 복잡한 파생상품을 전문성이 떨어지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 은행은 선진국의 예를 들며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한다.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사기다. 미국에서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우리의 시중은행과 같은 상업은행(CB)이 아니라 투자은행(IB)이다. 미국도 상업은행에서는 파생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은행이 미국의 IB만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 고객이 투자상품을 원할 수도 있지 않나
“증권사를 찾는 고객과 은행을 찾는 고객은 질적으로 다르다. 전자는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은행은 기본적으로 예금을 목적으로 가는 곳이다. 가장 안전한 예금을 원하는 고객에게 리스크테이킹(risktak ing)을 얘기하는 건 가당치도 않다.”

✚ 마지막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 달라.
“이는 사회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저성장·노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손실을 만회할 기회가 예전처럼 많지 않다는 의미다. 지금은 한번 손해를 입으면 이를 복구할 방법이 없다. 피해자의 생활은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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