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의 진화

자율주행 기술을 향한 사람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안전 이슈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율주행 기술을 향한 사람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안전 이슈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 개발업체들은 2020년이면 자율주행차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해 왔다. 하지만 이들이 그리는 장밋빛 전망과 현실은 간극이 크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기술적인 오류가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걸 두려워한다.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맡은 ‘인공지능(AI)’의 기술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라는 건데, 최근 MIT 학생들이 AI 기술 관련 흥미로운 실험을 벌였다. 자율주행 미니카 프로젝트에서였다.

자율주행은 성큼 다가온 미래처럼 보인다. “2020년이면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누빌 것”이라고 전망하는 CEO도 많다. 단계적으로 운전이 자동화된 건 사실이다. 차로유지 보조장치(LFA), 자동주차 보조장치(PDW) 등이 기본옵션으로 달려 나오는 신차도 숱하다. 

좀 더 학술적으로 살펴보자. LFAㆍPDW 등은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이 빚어낸 ‘부분 자율주행’의 일종이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단계를 6개로 구분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ㆍ운전대 등 모든 제어장치를 책임지는 레벨0에서부터 어떤 상황에서든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가는 레벨5까지다.

현재 양산차에 탑재된 기술은 레벨3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신호가 없는 고속도로에선 조작 없이 운전이 가능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엔 자율주행 업계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구글 웨이모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제 두단계만 넘어서면 운전자 없는 무인차를 현실에서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안전, 자율주행차 딜레마


그럼에도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향한 사람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당장 사람 중심으로 설계된 차량ㆍ도로 관련법을 손봐야 하지만 발걸음이 더디다. 면허ㆍ보험 제도를 수술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무엇보다 ‘안전과 신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건 난제 중 난제다.

자율주행차가 일반도로를 달릴 때 안전성 면에서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안타깝게도 몇년 사이 관련 사고는 더 늘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의 딜레마인 ‘안전’을 담보할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 문제는 인공지능(AI) 기술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차가 스스로 주행하기 위해선 각종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판단하는 두뇌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때 두뇌가 되는 게 AI 기술이라는 얘기다. 수많은 전문가집단이 자율주행 AI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특별한 실험을 벌인 건 대표적 사례다. 세르택 카라만 MIT 항공우주항행학 부교수는 로봇공학 학부수업을 듣는 17명의 학생들에게 경주용 미니카를 쥐여주고 다음과 같은 과제를 내줬다. “MIT의 스타타 센터(Stata Center) 지하에서 경주용 차가 스스로 주행할 수 있도록 학습시켜라.”

쉽지 않은 과제였다. MIT 본관 옆에 있는 스타타 센터는 여러개의 빌딩이 찌그러지고 기울어져 뭉쳐진 형태의 건물로 유명하다. 그 안에도 쭉 뻗은 복도가 없다. 미로처럼 구부러져 있어 경주용 미니카가 달리기 어렵다. 

학생들에게 난제를 던진 세르택 카라만 부교수의 교육 목적은 뚜렷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이론이 아니라 실전으로 배우게 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이 과제는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한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통해 AI를 구현하는 방식인 딥러닝을 교육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숙제를 받아든 학생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자율주행의 두뇌인 AI 역할은 엔비디아의 ‘젯슨 AGX 자비에(Xavier)’에 맡겼다. 젯슨 AGX 자비에는 AI 컴퓨터다. 신용카드보다 크기는 작지만 고용량의 AI 정보를 연산ㆍ실행할 수 있다.

AI가 자율주행을 학습하는 과정은 인간과 흡사하다. 누군가의 운전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험 초기 학생들은 조이스틱을 사용해 똑똑한 미니컴퓨터가 달린 미니카를 직접 운전했다. 다음엔 미니카 전면에 카메라를 설치해 데이터를 기록했다. 

수차례 직접 운행한 뒤 학생들은 자율주행을 시도했다. 데이터만 있다면 미니카는 사람의 조종 없이도 곡선으로 이어진 복도를 자연스럽게 주행했다. 그러다 데이터에 없는 길을 만나면 그대로 고꾸라졌다. 이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자 미니카의 주행이 순조로웠고,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이 과정에선 엔비디아의 쿼드로 RTX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장착된 데이터 사이언스 워크스테이션의 고급 컴퓨팅 기능이 활용됐다. 워크스테이션이란 많은 양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작업에 특화된 작업용 컴퓨터다. 미니카를 스타타 센터에서 자유롭게 누비도록 만들어야 하는 학생들로선 워크스테이션을 통해 오류를 수정하는 횟수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세르택 카라만 부교수는 “자율주행 학습 속도가 그간 본 모듈 중에 가장 빠른 수준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면서 “엔비디아의 각종 자율주행 기술 덕분에 학생들의 데이터 분석시간이 줄었고, 가장 성능이 뛰어난 팀의 경우 단 몇분 만에 학습을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작은 실험들이 더해지면 한층 더 안전해진 자율주행 기술을 만나는 시기가 앞당겨질지 모를 일이다. 자율주행차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글 =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도움말 = 엔비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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