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벽

대출을 받았다해도 당장 창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창업자금을 마련한 이들은 사업장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좌절을 맛본다. 하늘 높이 치솟은 임대료에 한번 놀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권리금에 놀라는 식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속시원하게 알려주는 정부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창업자들이 처음으로 부닥치는 부동산시장의 벽을 취재했다. 

서울 내 절반 이상의 업체가 권리금을 내고 장사를 시작하지만 정부기관이 자문을 해주는 서비스는 없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서울 내 절반 이상의 업체가 권리금을 내고 장사를 시작하지만 정부기관이 자문을 해주는 서비스는 없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창업을 할 때 자금은 기본이지만, 그걸 마련했다고 해서 끝이라는 건 아니다. 창업자들이 넘어야 할 장벽은 또 있다. 임대차 시장이다. 20대 이정준(가명)씨는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골목에 맥주펍을 열었다.

지난해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꼭 1년이 됐다. 창업할 당시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건 ‘사업장’을 마련하는 거였다. 이태원은 올랐던 임대료가 내려가지 않았고 송파구 ‘송리단길’은 상권 인지도가 높아지기도 전에 임대료부터 오른 상태였기 때문이다.

정준씨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불리한 조건에서 이태원에 둥지를 틀었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란 거였다. 그 다음엔 ‘부르는게 값’인 인테리어 시공에 발목이 잡혔다.

정준씨는 “명확한 근거 없이 만들어지는 보증금과 임대료가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는 젊은 창업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개정으로 임차인의 권리금이 법적으로 인정되고 보호받고 있다곤 하지만 관련 거래는 여전히 임의대로 진행 중이다.

권리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매출이나 시설투자비용 영수증 등이 필요하지만 이를 공개하는 사업자는 많지 않다. 중소기업벤처부(2018년)에 따르면 서울에서 권리금 지급 요구를 받은 사업체는 10곳 중 6곳(63.5%ㆍ13만6000개) 수준이다.

 

권리금 거래를 하는 곳이 절반 이상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다. 한국감정원의 권리금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영업하는 업체 10곳 중 3곳은 30 00만원 이상의 권리금을 지불했다. 상당히 큰 금액대다.

그럼에도 권리금 문제를 상의할 수 있는 법적 창구는 부족하기 짝이 없다. 창업자와 자영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준다는 중소기업통합콜센터(1357)와 권리금 문제를 담당한다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역할도 모호해 보였다. 중소기업통합콜센터 측에 “건물주와의 분쟁이 아니라 창업을 위해 권리금을 산정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느냐”고 문의하자 돌아온 대답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전화번호였다. 하지만 정작 법률구조공단에서는 “분쟁 문제가 아니라면 우리가 담당하는 부분은 아니다”고 답했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은 “권리금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산정 기준도 마련됐고 해당 업무는 감정평가사가 할 수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은 중개사에게 임의대로 말한 권리금이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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