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디즈니 vs 넷플릭스 경쟁

OTT 시장에서 독주하던 넷플릭스가 드디어 호적수를 만났다. ‘애니메이션 왕국’ 디즈니다. 최근 ‘디즈니 플러스’를 론칭했는데, 첫날부터 1000만명을 모으는 등 벌써부터 시장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무궁무진한 흥행 보증 콘텐트는 물론 넷플릭스가 갖지 못한 다양한 사업군도 변수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경쟁을 살펴봤다. 

디즈니가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로 하루 만에 100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사진=뉴시스]
디즈니가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로 하루 만에 100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사진=뉴시스]

미디어 업계의 큰손 ‘디즈니’가 11월 1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바로 ‘디즈니 플러스’입니다. PC는 물론 스마트폰·인터넷TV·게임기기 등 어디서든지 디즈니의 모든 콘텐트를 시청할 수 있는 OTT(Over the Top) 서비스죠.

디즈니가 OTT를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07년 미디어 기업인 NBC유니버설과 21세기폭스와 합작해 ‘훌루(Hulu)’를 만들기도 했죠. 이후 디즈니가 NBC유니버설의 훌루 지분을 사들이고 21세기폭스를 인수·합병(M&A)하면서 훌루는 디즈니 자회사가 됐습니다. 이밖에 스포츠 전문 OTT인 ‘ESPN플러스’도 갖고 있습니다.

이미 OTT 서비스를 2개나 운영 중인 디즈니가 또다시 OTT 서비스(디즈니 플러스)를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요? 업계에선 OTT 시장의 1인자인 ‘넷플릭스’를 꺾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습니다. 애당초 훌루를 만든 것도 당시 OTT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던 넷플릭스를 견제하려는 시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역부족이었는지 넷플릭스는 현재 가입자 수가 1억5000만명에 달하는 ‘거대 공룡’으로 자라났습니다. 이에 반해 훌루는 가입자 2850만명(2019년 1분기 기준)을 유치하는 데 그쳤죠. 자사 이름을 내건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디즈니는 다시 한번 1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입니다.

디즈니 플러스의 첫출발은 성공적인 듯합니다. 출시한 지 하루 만에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그만큼 소비자들도 디즈니 플러스에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구독료를 넷플릭스(12.99달러·1만4500원)보다 저렴한 가격(7.99달러·9300원)에 책정한 것도 가입자가 늘어난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까지 최대 9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게 디즈니의 목표입니다.

업계 관계자들도 디즈니 플러스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디즈니가 들이는 공이 상당합니다.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수년 내로 영화 500여편, TV시리즈 7000여편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매년 10억 달러(1조1693억원)를 콘텐트 제작에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디즈니 자회사 중 하나인 마블 스튜디오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에 에피소드당 2500만 달러(292억3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웬만한 영화 제작비에 맞먹는 규모죠.

오랜 업력으로 전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IP(지적재산권)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디즈니 플러스의 강점입니다. 한때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끌었던 IP들은 최근 후속작(토이스토리4)과 실사화(라이언킹·알라딘)로 재탄생할 때마다 어마어마한 흥행 성적을 보여줬습니다.

새로운 IP도 탄탄대로를 걷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겨울왕국2’입니다. 개봉한 지 일주일 만에 전세계에서 4억7720만 달러(5585억원)를 벌어들였습니다. 국내에서도 13일 기준 관람객 수 1124만명을 기록하며 전편과 함께 ‘1000만 관객 영화’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죠.

물론 넷플릭스도 흥행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3년 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의 드라마가 전세계에서 히트를 쳤고 지금까지 시즌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묘한 이야기(2016)’는 1~3편이 모두 흥행에 성공해 4편을 제작 중입니다.

문제는 넷플릭스의 IP가 디즈니처럼 리메이크작으로 만들 만큼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넷플릭스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새로운 IP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트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디즈니 플러스의 연령층이 넷플릭스보다 폭넓다는 점도 두 업체의 희비를 가를 만한 요소입니다. 디즈니 대부분의 콘텐트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독주체제 흔들릴까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디즈니의 티켓 파워는 추억에서 나온다”면서 “어렸을 때 봤던 디즈니 작품을 본 소비자들이 성인이 돼서도 그것을 기억하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러 극장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넷플릭스엔 ‘19세 이상 관람’ 등급의 콘텐트가 적지 않습니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넷플릭스가 콘텐트 경쟁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금력에서도 넷플릭스가 유리할 게 없습니다. OTT 유료 구독료가 넷플릭스의 거의 유일한 매출원인 반면 디즈니는 다방면에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어서입니다. 올해 디즈니는 695억7000만 달러(81조4455억원·2018년 10월 1일~2019년 9월 30일 기준)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중 영화부문은 111억2700만 달러(13조375억원)에 불과합니다. 테마파크·소비재(262억2500만 달러), 방송(248억2700만 달러) 등 대부분의 매출이 다른 사업에서 발생합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만들어진 콘텐트는 다른 사업부문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칩니다. 가령, 겨울왕국이 흥행하면 디즈니월드 방문객이 늘어나고 겨울왕국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식이죠. 선순환이 가능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 놓은 디즈니는 넷플릭스보다 수월하게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독주체제가 계속될 거란 의견도 많습니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데는 아직 넷플릭스가 앞서고 있다”면서 “쉽게 1인자 자리를 내주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디즈니 플러스가 현재 북미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만큼 190개국에서 서비스 중인 넷플릭스가 시장을 선점하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넷플릭스는 2017년 영화 ‘킹스맨’ 원작 만화로 유명한 미국 출판사 ‘밀러월드’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IP 확보에도 힘을 쓰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네이버 계열사인 라인프렌즈와 손을 잡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워 10~20대의 관심을 끌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두 업체는 각자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1위에 군림해 왔습니다. 숱한 위기도 이겨냈습니다. 디즈니는 픽사·21세기폭스·루카스필름 등 쟁쟁한 경쟁사들을 차례대로 인수·합병해 쓰러뜨렸고, 넷플릭스는 위기 때마다 독창적인 콘텐트로 극복해냈습니다. ‘생존 전문가’인 두 기업은 이제 OTT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맞붙게 됐습니다. 이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답은 소비자들의 손끝에 달려 있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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