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 특약
스마일어게인사회적협동조합 

오늘도 누군가는 ‘학교 밖 청소년’이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떠밀리듯 학교를 그만두면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소외다. 어딜 가든 ‘실패자’ ‘사고뭉치’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스마일어게인사회적협동조합은 이런 청소년에게 교복 대신 앞치마를 입혔다. 소년희망공장이란 커피전문점에서 꿈과 희망을 볶으란 의미였다. 

소년희망공장은 학교 밖 청소년이 자립할 수 있는 여러 활동을 진행 중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년희망공장은 학교 밖 청소년이 자립할 수 있는 여러 활동을 진행 중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천시청역 인근에 있는 ‘컴포즈커피’의 별칭은 ‘소년희망공장’이다. 겉은 여느 동네 커피전문점과 다를 게 없지만 속은 다르다. 이곳에서 앞치마를 두른 종업원은 청소년임에도 교복을 입지 않고, 낮에 학교도 가지 않는다. 의무교육 12년(초ㆍ중ㆍ고교)을 채우지 않은 ‘학교 밖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소년희망공장을 4년째 운영 중인 스마일어게인사회적협동조합(2016년 4월 창업)의 최승주 대표는 학교 밖 청소년의 자립을 꿈꾼다. 커피를 매개로 이들이 일상과 자연스레 만나고, 편견이 사라지길 희망한다. “처음엔 ‘어? 여긴 종업원이 좀 어리네’라고 여기겠죠. 다음엔 ‘커피를 잘 만든다’거나 ‘친절하다’고 생각을 할 거고요. 그러다 이 종업원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걸 알면 ‘아, 이런 친구도 이웃에 살고 있구나’ 하지 않을까요.”

우리 주변에선 학교 밖 청소년을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38만명으로 그 수가 적지 않은데도 말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학교를 그만둠과 동시에 사회와 단절되기 때문이다. 지도ㆍ상담ㆍ훈육ㆍ급식ㆍ진로탐색 등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런 기회를 박탈당한다. 가령 공모전과 각종 대회 응시자격이 주어지지 않거나, 아르바이트 자리도 학생이 아니라서 탈락하는 식이다. 

어딜 가든 ‘요주의 인물’ 취급을 받는 셈이다. 그러다 한번의 실수로 법원으로부터 경미한 처분이라도 받는 날이면, 보호관찰 대상자로 분류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의 17.0%는 3년이 지나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비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소년희망공장의 종업원도 모두 사연을 갖고 있다. “2년 넘게 일한 친구의 경우, 가정이 극심하게 어려워 어쩔 수 없이 학교를 그만둬야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닐 나이에 이미 가장이 됐죠. 하지만 지금은 다시 학업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림에 소질이 있어 카페 일을 하면서 틈틈이 대학입시를 준비 중입니다. 이처럼 사고뭉치 같은 5명의 청소년이 현재 소년희망공장에서 커피를 볶고 있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다 채용이 되는 건 아니다. 카페 업무 말고도 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고립되기 쉬운 이들이 관계를 형성하고 소속감을 갖도록 돕는 여러 활동에도 참가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의 악순환 

지금은 ‘아름다운 틀’을 갖췄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2016년 설립된 스마일어게인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해까지 숱하게 많은 곡절을 겪어야 했다. 무엇보다 학교 밖 청소년의 자립이란 콘셉트는 경영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가출,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을 겪은 청소년이 사회와 곧바로 화합하지도 못했다. 불성실한 생활습관 탓에 지각도 잦고, 말없이 결근했으며,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내기도 했다.

더구나 수익원으로 삼은 커피전문점 시장은 열에아홉은 문을 닫는다는 레드오션이었다. 소년희망공장은 도심에 있긴 했지만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죽은 상권’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꾸준히 적자를 냈다. 많게는 한달에 200만원의 적자를 보기도 했다. 이땐 “차라리 커피전문점을 만들 돈으로 그 청소년을 직접 돕지 그랬냐”는 핀잔도 들었다.

하지만 최 대표는 꿈과 목표를 접지 않았다. “학교에서 급식도 못 받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가뜩이나 돈 들어갈 데가 많습니다. 한푼 두푼 손에 쥐어줘도 금세 바닥을 보이죠. 일을 하면서 일상에 적응하고, 적지만 꾸준히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야 이들이 사회에 나가도 다시 위기에 처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스마일어게인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출자와 후원으로 모인 1억원의 자본금을 잠식해가며 3년을 버텼다. 그사이 40여명의 학교 밖 청소년들이 이곳에 머물렀다. 

기막힌 반전이 찾아온 건 2019년이었다. 카페 매출이 두배가량 늘면서 올해는 손익분기점을 맞췄다. “결국 중요한 건 경영이더군요. 벤티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팔고 있었는데, 단골 고객이 꾸준히 쌓이면서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커피머신을 열심히 청소해서였을까요. 맛도 동네에서 가장 좋다는 평가입니다.” 학교 밖 청소년 2~3명을 채용하는 데도 힘에 부치던 최 대표는 올해 여름엔 6명까지 늘리기도 했었다.

단순 일터 아닌 인생의 정류장

내년엔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전망이다. 단초는 ‘신규사업’이다. 정해진 시간에 한끼 식사를 배달하는 ‘케이터링’ 서비스를 올해 시범적으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 여러 기업과 학교, 공공기관에서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 내년엔 정식 서비스로 전환해 청소년 미혼모를 고용하고 도시락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요새 플랫폼이란 단어가 인기인데, 스마일어게인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문자 그대로 학교 밖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정류장 같은 공간 말입니다. 더 많은 청소년이 머물다 갈 수 있도록 경영에도 더 신경을 써야겠죠.” 스마일어게인사회적협동조합과 학교 밖 청소년의 내일은 더 밝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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