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혹할 양식으로… 뼈아픈 농담
공무원이 혹할 양식으로… 뼈아픈 농담
  • 김정덕 기자
  • 호수 368
  • 승인 2019.12.19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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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지원정책 뭐가 문제인가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정부정책은 무척 다양하다. 그중엔 소상공인 창업자를 위한 정책도 숱하다. 지원금액도 생각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예비창업자가 정부자금을 지원받는 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창업 전인데도 실적이 대출의 전제인 경우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출을 받으려면 공무원들이 좋아하는 양식으로 서류를 만들어야 한다’는 웃지 못할 말까지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창업지원정책의 진짜 문제를 살펴봤다. 

예비창업자들은 창업지원 정보를 얻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사진=연합뉴스]
예비창업자들은 창업지원 정보를 얻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사진=연합뉴스]

‘청년 소상공인 창업’. 이 단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역대 정부들이 내건 핵심경제정책의 주요 단어가 이리저리 조합돼 있어서다. 바꿔 말하면 각각의 단어에 얽힌 이슈도 많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크며, 관련 정책도 많았다는 얘기다. 

이번 정부가 올해 추진한 소상공인 지원정책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게 정책자금을 통한 융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7개의 정책자금 융자 항목(신청조건 기준 세부항목은 17개)에 지원하는 자금 규모만 2조1945억원(당초 예산은 1조9500억원)에 이른다. 이자율은 1.5~2.5% 수준이다. 소상공인들이 창업시 가장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게 자금 조달(66.1%ㆍ중소벤처기업부)이라는 걸 감안하면 꽤 훌륭한 지원정책임이 분명하다. 

여기에 11개 광역지자체(강원ㆍ경남ㆍ광주ㆍ울산 제외)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지원하는 중소기업육성자금도 있다. 규모는 올해 기준 6조3980억원이다. 컨설팅이나 교육, 재창업 지원 등 무형의 지원정책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청년 소상공인 창업자들이 지원정책에 목말라하는 이유는 뭘까.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어서다. 무엇보다 한정된 자원에서 기인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다. 정책자금 대부분은 창업 이후 건실히 영업을 하고 있어야 빌릴 수 있다. 

소상공인 창업자를 위한 자금(창업초기자금)은 그중 일부인데, 일정한 교육을 이수하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최대 2000만원까지 빌려준다. 신청자가 많으면 경쟁을 해야 한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돈을 함부로 빌려줄 수는 없으니 당연한 절차다.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예비창업자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누군가는 지원을 받지 못한다.

문제는 ‘성공 가능성’을 누가 판단할 수 있느냐는 거다. 평가 과정에 전문가들이 투입된다고 하지만 성패를 예측하는 건 누구에게든 힘든 일이다.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대기업 CEO들도 서류 하나로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긴 쉽지 않다. 

기술 창업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본 한 스타트업 대표는 “공공기관에서 좋아할 만한 ‘양식’이 있는데, 여기에 맞추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거꾸로 말하면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고 열정이 있어도 그런 ‘양식’을 잘 모르면 지원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지원금을 빼 먹는 ‘꾼’들도 넘쳐난다”면서 “일선 담당자들의 평가가 좀 더 심층적이고 현장 중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청년 창업자들이 정부 지원책에 매달리는 이유는 또 있다. 유용한 정보들이 필요한 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령, 예비창업자가 ‘중소기업통합 콜센터 1357’로 전화를 하면 중소기업은 물론 소상공인을 위한 거의 모든 지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 첫화면 우측 배너에도 적혀 있다. 하지만 이를 모르고 지나치는 예비창업자가 부지기수다. 눈에 잘 띄지 않아서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정책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물론 ‘창업을 하겠다면서 그 정도의 수고로움도 감수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국가가 제공하는 혜택들을 숨바꼭질하듯 감춰둘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반론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중소기업연구원에서 오래 몸을 담았던 김익성 동덕여대(EU통상)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니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청년들이 넘쳐 난다. 창업을 하겠다는 이들에게 박수를 쳐줘야 할 이유다. 사실 창업의 효과는 성공만이 아니다. 창업을 했다가 실패한 젊은이는 돈 주고 못 얻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스타트업이든 소상공인이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건 경제적으로 봐도 전체에 이익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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