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인도네시아 진출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에 현지 생산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동남아 국가만 따지면 최초의 현지시장 진출이다. 그런 만큼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인도네시아가 다른 동남아로 진출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일본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에 현지 생산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에 현지 생산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1월 26일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에 연간 2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포화상태인 유럽이나 미국 시장이 아닌 신흥시장 개척에 나선 거다. 건립된다면 동남아시아 국가 중엔 최초의 현대차 현지공장이기도 하다. 

왜 굳이 동남아일까. 중국은 규모가 큰 시장이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보복 이후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이다. 인도나 남미도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제침체나 정치이슈 등 다양한 문제가 상존해 있어 개척이 쉽지 않다. 아프리카는 시장이라고 하기엔 성장이 더디다.

일본차와 한판 승부

결국 남는 건 동남아 시장이다. 특히 베트남과 함께 동남아 시장의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신차 시장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올해에만 120만여대의 신차가 판매됐다. 

문제는 수십년 전부터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일본의 자동차 시장점유율이 97%에 이른다는 점이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은 많이 늦은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진출은 의미가 있다. 동남아 시장을 선점했다는 일본 완성차 기업들을 상대로 현대차그룹의 저력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럼 인도네시아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우선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추가 협상이 중요하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하이브리드차에 상당한 규모의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일본 완성차에 유리한 정책이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차 경쟁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어서다. 

내연기관차 분야에서 월등히 뛰어난 것도 아니다. 결국 전기차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전기차는 가격이 비싸다는 한계가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추가 협상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은 인도네시아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차종을 생산하는 거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전체 차량의 70% 이상이 스포츠유틸리티(SUV)와 레저용(RV)인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도로의 포장률이 낮고, 홍수가 종종 발생한다. 대가족 사회인 만큼 여러 명이 탈 수 있어야 한다는 특성도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스타렉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나 기아차의 카니발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전략은 현지 기업과의 연계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수십년 이상 시장을 독점해온 일본차와의 경쟁은 힘겨울 수밖에 없다. 현지 기업과의 끈끈한 파트너십이 절실한 이유다. 이런 점에서 현대차와 인도네시아 코린도 그룹의 공조관계가 2012년 깨진 건 아쉽다. 

서두르면 부메랑 맞을 수도…

현대차는 2007~2012년 코린도 그룹과 함께 상용차를 조립ㆍ생산했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마이티 트럭은 한때 상용차 시장점유율 4.4%를 차지하면서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주요 부품을 중국산으로 변경한 이후 품질 문제가 제기됐고, 양사는 법정다툼까지 벌이다 결별했다. 시장 진출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끝으로 서두르지 말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시장의 일부를 차지할 가능성은 높다. 일본에 선수를 빼앗긴 지금은 점유율을 챙기는 전략부터 사용하는 게 옳을 듯하다. 첫 단추를 잘 꿰면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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