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 리스크

대출 담당자가 대출을 승인할 때 가장 눈여겨보는 건 실적이다.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신통치 않으면 원하는 대출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나이 어린 창업자’에겐 또 다른 벽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이다. 연 5억원에 이르는 중국음식점을 1년째 운영하고 있는 박윤영(가명)씨는 최근 ‘뼈아픈 경험’을 했다. 더스쿠프(he SCOOP)가 창업시장에 존재하는 이상한 에이지 리스크(Age risk)를 취재했다. 
 

중국음식점 사업을 시작한 윤영씨는 사업을 키우기 위해 대출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사진=뉴시스]

우여곡절 끝에 창업에 성공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장사가 잘 되든 그렇지 않든 돈은 계속 필요하다. 박윤영(가명)씨는 스물 두살이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대학교 진학 대신 다른 길을 택했다. 지방 광역시에 살고 있던 윤영씨는 친인척의 도움을 받아 중국음식점 사업을 시작했다. 1년 만에 윤영씨는 월매출 4000만원을 달성했다. 음식 맛이 일품인 데다, 배달서비스에도 신경을 쓴 결과였다.

그는 남들이 다 한다는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 직접 고용해 월급을 주는 배달원이 5명을 넘었다. 하지만 넘쳐드는 주문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마침 배달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윤영씨는 사업을 키우기 좋은 때라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 돈이 더 필요했다.

필요한 자금은 5000만원, 대출을 해야했다. 그는 매출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들고 은행에 방문했다. 하지만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대출담당자로부터 들은 ‘거절 이유’는 더 뜻밖이었다. “나이가 어린 게 걸림돌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황당해진 윤영씨는 “몇 살이 돼야 대출을 해주겠느냐”고 캐물었지만 명확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윤영씨는 어쩔 수 없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정책자금을 지원받았다. 원하던 대출금액보다 턱없이 부족한 2000만원이었다. 이 정책자금 대출의 최대 한도(2억원)는 그가 운영하는 중국음식점의 연 매출의 절반도 안 됐지만 원하는 자금을 빌리지 못했다.

 

시중은행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까. 한 시중은행을 찾아가서 사업자 대출상담을 받아봤다. 조건은 윤영씨처럼 만 25세 이하, 일반음식점을 창업하는 거였다. 은행 대출 담당자는 “만 20세가 넘었다면 누구나 사업자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면서도 “나이가 너무 어리지만 않으면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제도적으로는 만 2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사업자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윤영씨가 겪은 일도 현실이다. 나이 어린 창업자들에게 사업자 대출은 하늘의 별 따기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금의 최대 한도인 2억원은 상징적인 문구일 뿐이다. 윤영씨는 “업력이 짧은 자영업자의 상환 능력을 의심하는 은행과 정부의 입장을 모두 이해한다”며 “그럼에도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원하는 만큼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건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모든 게 불투명한 사회, 나이 어린 게 죄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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