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광고쟁이 화장품에 손댄 까닭
35년 광고쟁이 화장품에 손댄 까닭
  • 고준영 기자
  • 호수 368
  • 승인 2019.12.19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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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진 나노팩인터내셔널 대표

“금을 나노 크기로 쪼개서 피부 속까지 흡수시킨다.” 금을 미세하게 쪼갠 기술로 무장한 2년차 신생기업 나노팩인터내셔널이 화장품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대표 제품인 나노골드 마스크팩과 비누는 동이 났고, 호주에도 수출을 앞두고 있다. 업계 내에서도 나노골드 기술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이 숱하다.

주목할 점은 나노팩인터내셔널의 윤영진(64) 대표가 화장품 시장에선 ‘무명’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거다. 그의 본업은 광고였다. 혹자는 ‘어느날 갑자기 새로운 시장에 진출했는데 성공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신사업을 시작하기 전 그는 8년 동안이나 준비과정을 거쳤다. 

윤영진 나노팩인터내셔널 대표는 아무리 훌륭한 제품이라도 마케팅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시장에서 반응할 때까지 버티기 힘들다고 말한다.[사진=천막사진관]
윤영진 나노팩인터내셔널 대표는 아무리 훌륭한 제품이라도 마케팅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시장에서 반응할 때까지 버티기 힘들다고 말한다.[사진=천막사진관]

화장품 시장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혁신기술로 무장해도 날개 한번 펴지 못한 채 사라지는 기업들이 숱할 정도다. 하지만 반론을 펴는 이도 있다. “국내에 뛰어난 OEMㆍODM 업체들이 많아 별다른 기술력이 없어도 화장품 시장에 진입할 수 있지 않은가.” 화장품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이 주장은 무지와 오해의 소산이다. 

막상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면 업계 1ㆍ2위의 장악력에 기가 꺾일 수밖에 없다. 화장품 기업들의 한해 생산규모(15조여원ㆍ2018년 기준) 중 9조여원을 빅2가 독차지하고 있으니, 신규사업자가 비벼볼 틈새도 좁다. 

저가브랜드라고 기회가 많은 것도 아니다. 빅2의 장악력은 프리미엄브랜드뿐만 아니라 저 밑단의 제품군까지 뻗어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이가 있다. 금을 작게 쪼갠 ‘나노골드’로 화장품을 생산ㆍ판매하고 있는 나노팩인터내셔널의 윤영진(64) 대표다. 

광고업체를 오랫동안 운영했던 그는 2년여전 화장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저기서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지’란 핀잔을 받았지만 그는 신시장 진출의 꿈을 꺾지 않았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흥미롭게도 그의 결단은 ‘치밀하면서도 오랜 준비’의 결과물이었다. 

✚ 오랫동안 광고업체를 운영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잔뼈가 굵지요(웃음).”

그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광고대행사 ㈜우주사를 1984년에 넘겨받아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올해로 벌써 35년째다. 

 

✚ 그런데, 화장품 업체라니. 다소 뜬금없어 보이긴 합니다. 새 시장에 진출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1차적으로는 ‘나노골드’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 나노골드는 금을 나노 크기로 쪼갰다는 의미인가요. 
“맞습니다. 나노골드는 금을 나노입자(한 차원이 최소 100㎚ 이하인 입자)까지 작게 만든 것을 말합니다.”

✚ 사실 금을 화장품에 사용하는 건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당연합니다. 금에 항염ㆍ항균ㆍ항산화 기능이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이니까요. 금이 들어간 화장품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금 입자 자체가 크기 때문에 피부에 발라봤자 실제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매우 작아요.”

✚ 화장품에 들어간 금의 입자 크기가 어느 정도이길래 효과가 없다는 건가요. 
“사람의 모공 크기는 0.02~0.05㎜에 불과해요. 금이 피부 깊숙이 침투하려면 더 작아야겠죠. 다른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된 금의 입자 크기는 이보다 크죠. 하지만 우리 화장품에 쓰이는 나노골드의 입자 크기는 30㎚(1㎚=10억분의 1m)에 불과합니다.”

✚  나노골드의 의미는 잘 알겠습니다. 그럼에도 광고업과 나노골드가 선뜻 엮이진 않습니다. 
“사실 광고업체를 운영하면서 신재생ㆍ화학업체 나노팩에도 투자(1대 주주)했습니다. 나노골드는 나노팩에서 15년여 전에 개발한 기술이구요.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기 훨씬 전에 ‘나노골드’를 개발했다는 겁니다.” 

✚ 그럼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는 걸 그동안 미뤘다고 보는 게 맞겠네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제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은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국내에는 뛰어난 화장품 OEMㆍODM 기업이 많다. 화장품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사진=연합뉴스]
국내에는 뛰어난 화장품 OEMㆍODM 기업이 많다. 화장품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사진=연합뉴스]

✚ 무언가를 관망했다는 건 ‘나노골드’를 활용한 화장품이 있었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신다면. 
“일본의 한 회사가 나노골드를 원료로 한 비누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10년 전부터 공급하고 있었거든요. 그때 이미 안전성을 비롯해 각종 테스트도 받아놓은 상태였죠.”

✚ 그럼 8년 동안이나 관망한 제품을 직접 생산ㆍ판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계기가 있었나요. 
“2년여 전 유럽공항을 지나던 길이었어요. 면세점에서 금이 함유된 화장품을 팔고 있었는데 가격이 무려 1200달러(약 143만원)였습니다. 앞서 말한 일본 회사가 판매하는 비누도 개당 7000엔(약 7만6000원)이 넘거든요. 만만한 금액이 아닌데도 꾸준히 팔리는 걸 보니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200달러의 10분의 1가격에만 팔아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품질에 확신도 있었어요.” 

✚ 하지만 품질이 좋다고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화장품 시장은 빅2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죠. 
“옳은 지적입니다. 하지만 어떤 시장이든 버틸 수 있는 힘이 없으면 어려운 법입니다. 제품이 좋다고 시장에서 바로 알아봐주지도 않죠. 그래서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기 전부터 본업(광고업)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 광고와 화장품이 어떻게 시너지를 낸다는 건가요.
“사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기술은 훌륭합니다. 그래서 좋은 화장품은 있어도 나쁜 화장품은 별로 없죠. 그럼에도 중소기업들은 줄줄이 무너지기 일쑤였습니다. 시장이 반응할 때까지 버틸 만한 자금 등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이 제겐 역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런 기업들에 광고ㆍ마케팅을 해주면 어떻게 될까란 생각이었죠.” 


✚ 제품을 직접 광고하거나 마케팅하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거군요. 
“제품만큼 중요한 게 마케팅이에요. 화장품은 품질도 중요하지만 대개 이미지 싸움입니다. 하지만 자본금이 얼마 안 되는 기업들에 마케팅은 그림의 떡입니다. 전문가를 고용하기는커녕 광고나 홍보에 쓸 돈도 없는 게 현실이죠. 더군다나 화장품 업체도 숱하게 많습니다. 가령, 나노팩인터내셔널의 등록번호는 14703입니다. 우리 앞에 1만4702개 회사가 있다는 거죠. 이런 측면에서 저의 광고 경험은 큰 힘이 될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 지금까지의 결과는 만족스럽나요. 
“아직은 입문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품군이 부족합니다. 지금은 마스크팩과 비누 단 2종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품개발 플랜을 서서히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니들패치와 자외선 차단제, 각종 크림제품 등 후속제품들이 뒤이어 나올 겁니다. 긍정적인 건 조금씩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 반응이 어떻다는 건가요.
“나노골드의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1년은 지켜봐야 해요. 그래서 접근성이 좋은 마스크팩과 비누로 먼저 시작했습니다. 다만, 비누는 모험이었어요. 요즘 제돈 내고 비누 사서 쓰는 사람 많이 없잖아요. 그런데 시험 삼아 생산했던 1000개 물량이 사흘 만에 다 팔렸어요. 곧바로 1000개를 또 생산했죠.”

판매실적은 나쁘지 않다. 마스크팩ㆍ헤어바(비누샴푸) 제품과 함께 세트로 구성한 두번째 생산물량도 거의 다 팔렸다. 나노팩인터내셔널은 현재 1000개 물량을 추가 생산 중이다. 긍정적인 건 시장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나노팩인터내셔널과 협업하고 싶다고 요청하는 곳이 한둘이 아니라서다. 그중엔 제법 규모가 큰 국내 기업과 호주 기업도 있다. 국내 기업과는 가격 등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고, 호주에는 곧 마스크팩 4만장을 수출할 예정이다. 

장기 플랜 따라 스텝 바이 스텝


✚ 향후 계획이 있나요.
“장기적인 플랜이 있어요. 크림제품까지 나오고 제품의 다양성을 확보하면 입문단계를 벗어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단계가 지나면 나노기술과 바이오를 결합하는 게 목표예요. 이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선 자금력과 전문성이 필수입니다. 나노골드는 이미 개발해놓은 기술이었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었어요. 하지만 바이오와 결합하려면 연구개발(R&D), 설비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 최종 목표는 언제쯤 이룰 수 있을까요.
“자금력에 한계가 있는 회사가 기존 제품을 시장에 안착시키지 못한 채 무언가를 벌린다는 건 과욕이에요. 제품개발 플랜은 짜여 있으니, 이제 해야 할 일은 마케팅을 통해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겁니다. 시장의 선택을 받고 사업이 안정되면 자연스럽게 투자가 몰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봐요. 지금은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우선입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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