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 부부 재무설계 上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직장을 관두는 여성이 여전히 많다. 이들을 더욱 괴롭게 하는 건 경력의 단절뿐만이 아니다. 반쪽으로 줄어든 소득도 골칫거리다. 더 큰 문제는 소득이 줄었다고 소비까지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 교육을 위해 외벌이를 선택한 최동현(가명)씨 부부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최씨의 가계부를 들여다봤다.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전환한 부부 대부분이 소비를 줄이지 못해 문제를 겪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전환한 부부 대부분이 소비를 줄이지 못해 문제를 겪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력단절여성을 소재로 한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요즘 화제다.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해에 태어나 여섯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신혜영(가명ㆍ38)씨에겐 이 소설이 남이야기 같지 않다. 신씨 역시 소설 속 김지영처럼 직장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결혼과 출산 후에도 직장생활을 계속했지만 육아에 소홀한 것 같아 2년 전 퇴사했다.

하지만 돈을 벌지 않으니 스스로 위축되기 일쑤였다. 그게 싫어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런데 외벌이 기간이 길어지니 현실적 문제가 더 크게 다가왔다. 벌이는 줄었는데 씀씀이가 그대로이고, 자녀 양육비ㆍ교육비 부담은 커졌기 때문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혼가구 1224만5000가구 중 맞벌이가구는 567만5000가구로 46.3%에 달했다. 자녀가 있는 25~49세 가구의 맞벌이 비중은 51.9 %로 평균보다 높았다. 맞벌이가구와 맞벌이외(이하 외벌이)가구의 소득격차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맞벌이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649만7712원(이하 2019년 3분기)으로, 외벌이가구 월평균 소득(388만2057원)보다 훨씬 많았다. 사실상 외벌이인 신씨 부부의 월평균 소득이 350만원으로 외벌이가구 평균에도 못 미쳤다. 남편 최동현(가명ㆍ43)씨의 급여 310만원에 신씨의 아르바이트 비용 40만원 등이었다. 

최씨 부부의 고민이 깊어진 건 아이가 커가면서부터다. 교육비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평소 수학ㆍ과학에 자신 있던 신씨는 자녀가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직접 교육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막상 자녀를 가르쳐 보니 금세 한계에 맞닥뜨렸다. “아이를 교육하다 보면 언성이 높아지고 화를 내게 되더라고요. 교육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낫단 생각이 들었어요.”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교육비를 대비할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통 오르지 않는 집값마저 야속했다. 최씨 부부는 자녀를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현재 최씨의 아파트 시세는 2억5000만원가량이다. 2년 전 신씨의 퇴직금으로 대출금도 모두 상환했다. 

그런데 뉴스를 통해 서울 집값이 몇 달 새 1억~2억원 올랐다는 소식을 접하면 왠지 속이 쓰리다. “주거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집값이 오르지 않으니 애가 타는 건 사실이다. 자산으로서 가치가 부족하지 않나. 수년 내 서울과 가까운 지역으로 이사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자녀교육비와 주택마련 추가비용을 준비해야 하는 최씨 부부.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소득은 감소했는데, 전혀 줄지 않은 지출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 먼저 소비항목을 점검해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기로 했다. 소비성지출은 공과금 27만원, 통신비 19만원, 외식비 포함 식비 93만원, 부부용돈 60만원, 교육비 8만원, 도서구입비 5만원, 의료비 3만원, 교통비 30만원, 모임회비 6만원 등 251만원을 쓰고 있었다. 

여기에 명절비(60만원), 여행비(300만원), 경조사비(60만원), 쇼핑비(100만원), 자동차보험료(110만원), 자동차수리비(100만원) 등 비정기지출이 연간 730만원으로 월평균 61만원이었다. 

금융상품 가입내역은 세가족 보험료(45만원), 자녀적금(10만원), 여행적금(10만원), 단기적금(20만원) 등 85만원이었다. 총 지출은 397만원으로 매달 47만원을 초과지출 하는 셈이었다. 신용카드를 주로 쓰는 탓에 초과지출에 둔감했다. 그 결과 연간 상여금(4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현금자산은 예금 2000만원, 비상금통장 782만원이 전부였다. 

가장 먼저 손쉽게 줄일 수 있는 건 통신비였다. 최씨 부부는 휴대전화ㆍ인터넷ㆍT V 등 통신비로 매달 19만원을 쓰고 있었다. 최신 휴대전화가 출시될 때마다 교체하는 탓에 늘 고가의 요금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휴대전화를 교체할 만큼 최신 휴대전화의 기능이 혁신적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또 한국은 무료 와이파이가 잘 설치돼 있어, 굳이 고가의 요금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최씨 부부는 휴대전화와 인터넷 결합상품으로 갈아타 통신비를 6만원 절약했다. 


매달 93만원에 달하는 식비도 줄일 여지가 있었다. 식비를 절약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가 버려지는 식재료를 활용하는 거다. 흔히 “집에서 해먹을 게 마땅치 않아” 외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냉장고를 샅샅이 살펴보면 해먹을 게 무궁무진하다. 

이른바 ‘냉장고 털이’다. 냉장고 재고 상태를 파악해 유통기한이 오래 남은 제품은 안쪽에, 가까운 제품을 앞쪽에 배치하도록 했다. 또 장을 보고 나면 영수증을 냉장고 문에 붙여 놓고, 사용한 재료를 하나씩 지워나가도록 했다. 식재료 재고 관리를 하는 셈이다. 이런 노력으로 식비 28만원을 절감했다. 

부부용돈(60만원)도 20만원 줄이도록 했다. 남편 최씨의 경우 회사에서 점심식사 비용을 지원해주고, 아내 신씨도 외출이 잦지 않은 만큼 절약할 여지가 있었다. 이렇게 손쉽게 통신비 6만원, 식비 28만원, 부부용돈 20만원 등 총 54만원을 절약했다. 다음 상담 때는 과도한 보장성보험ㆍ여행비 등을 추가로 손보고 현재 재정상태에 맞게 재무목표를 재설정하기로 했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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